[예술과 목회]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예술과 목회]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 남금란 목사
  • 승인 2024.07.09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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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한 분이 시설을 떠나셨다.

이분은 80세 고령으로 무의탁자이셔서 양로원으로 가시게 되었다. 비록 연로하셔서 기억력은 희미해지셨지만, 성품이 온화하고 내면이 강건하신 분이다.

조선족 교포였던 할머니는 일찍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두 아들을 키웠으며, 30년 전에 한국에 결혼이민자로 들어오셨으나 남편으로부터 비인간적인 대접과 폭력을 당해 이곳 피난처로 오시게 되었다.

아들이 둘 있는데 큰아들은 암 수술을 받았고 둘째 아들은 심장 수술을 세 번이나 받고도 한국에서 아직 중국 국적자로 생계를 위해 강도 높은 노동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할머니는 다행히 기초생계수급권을 얻어 남은 생애 사회보장이라는 혜택에 몸을 실을 수가 있게 되셨다. 가진 것이라고는 스러져 가는 몸 하나뿐이지만 나를 만날 때마다 무언가를 주고 싶어 하는 선한 마음을 지니고 계신다.

오늘은 내 손을 잡고 "이 은혜를 어떻게 갚지?" 하시며 눈물을 흘리셔서, 나도 같이 울면서 하느님께 할머니의 몸과 영혼을 맡기는 기도를 올려드렸다.

나는 이 일터에서 늘 기구한 인생들을 보며 살아간다. 보는 것만으로도 애가 끓고 아프다. 이럴 때 나는 ‘인생이 과연 공평한가?’라고 묻게 된다. 자신의 선택이나 의지에 상관없이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이미 행불행이 정해져 있는 것만 같다. 이분도 중국 연변에서 태어나신 것만으로도 우리 민족의 아픈 근대사를 그 삶에 짊어지신 것이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선택할 수 있다면 누가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나 부모를 선택할 것인가?

그러나 할머니는 고난의 세월을, 평생을 신앙으로 살아오셔서 매 순간 감사와 기도가 끊일 날이 없다. 이런 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말 하느님이 살아계심을 알 수가 있다. 이 세상에서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인생에서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가난하고 힘없어 보이는 분들에게서 나는 말할 수 없이 큰 위로와 힘을 얻고 감동을 느낀다. '가난한 너희, 행복하다'라는 역설을 이분을 통해 깨닫게 된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일수록 하느님의 절대적인 보호 안에서 신비한 영적 힘을 공급받는다는 점에서 ‘신은 공평하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낮은 형제는 자기의 높음을 자랑하고, 부한 자는 자기의 낮아짐을 자랑할지니 이는 그가 풀의 꽃과 같이 지나감이라. 부한 자도 그 행하는 일에 이같이 쇠잔하리라” (야고보서 1장 9~11장)

짧은 인생이다. 가난도 부도 곧 지나가지만, 우리에게 주신 영혼의 축복은 죽음도 넘어서는 능력이 될 것이다.

 

*가정폭력긴급전화 010-5346-6933

남금란 목사
남금란 목사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원장
예술목회원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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