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마이 스몰 랜드〉 - 함께 살지만 존재하지 않는 그들
[영화와 복음] 영화 〈마이 스몰 랜드〉 - 함께 살지만 존재하지 않는 그들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4.06.28 0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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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항상 뜨거운 이슈다. 2018년 수백 명의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입국했을 때, 전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었다. 난민들의 처지가 안타까워 어떻게든 그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도와야겠다는 의견보다는, 그들이 어찌하여 제주도까지는 왔지만 절대 본토로는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렇다. 현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의식은 난민에 대해 부정적이다. 어떤 이는 부정적 차원을 넘어 포비아(혐오) 수준까지 나아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난민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두려워하고 몸서리치듯 거부하는 걸까?

사전에 정의된 난민은 “인종, 종교 또는 정치적, 사상적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외국이나 다른 지방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런 난민에 대한 대우는 자국의 지리/경제/정치/안보/문화/종교적 상황과 첨예한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다. 난민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이거나 어렵지 않게 그 법적 지위를 허용하는 국가도 일부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는 난민 지위획득 자격 심사가 매우 까다롭거나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에마 가와와다 감독의 영화 〈마이 스몰 랜드〉는 그런 난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일본에 사는 쿠르드 난민 사야(아라시 리나)는 17세 여고생이다. 여느 일본 학생처럼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즐기며 대학 입시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잘 지도하는 게 꿈이다. 하지만 난민 지위 적격심사에서 탈락한 후, 그들 가족의 일상과 운명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체류 허가증이 무효화 되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었고, 실제 살고 있지만 서류상/법적으로 거주해서는 안 될 존재로 전락했다. 정체성을 증명하는 신분증이 없다는 건 현대에서 사회생활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현 거주지인 사이타마현을 벗어날 수 없어, 남자친구가 사는 인근 도쿄에서 데이트도 할 수 없다. 당연히 직업을 갖거나 돈을 벌 수도 없다. 진학의 길은 막혔고 주위 시선도 곱지 않다. 그들은 어떻게 될까?

쿠르드족은 우리에게 무척 생소하다. 유목민으로 터키와 중동지역 일대에 거주하던 그들은 중세 이후 주변 민족의 지배를 받았고, 제대로 된 국가도 가져본 적이 없다. 여러 차례 독립을 주창했지만, 제국주의와 세계대전을 거치며 서구 열강의 먹잇감으로 이용되었을 뿐이다. 영화에선 이들 가족이 어떻게 일본에 들어왔는지는 밝히고 있지 않다. 다만 여전히 이슬람 전통을 고수하고 있으며, 쿠르드족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아버지는 그 전통을 따르라고 가족에게 강요한다. 특히 영화 초반에 묘사된 결혼식이나 가족 식사는 이미 자유를 경험한 10대의 사야에겐 그리 탐탁지 않은 무언의 억압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비단 사야 가족만 그런 문제를 지니고 있을까? 우리 주변에도 비슷한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탈북민이나 조선족이 있고, 제한된 비자로 입국했다가 기한을 넘기거나 자격이 상실되어 불법체류자가 된 외국인이나 그들 가족도 있다. 또 여러 사정으로 신분증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들이 여러 부분에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건, 그들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을 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온 국민의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이는 지구촌에서 인간으로서 마땅히 제공해야 할 의무이며 누려야 할 권리이다. 사실, 우리 역시 신앙적으로는 천국을 향해 가는 나그네의 삶을 산다. 이 땅은 일종의 단기 체류지인 셈이다. 하나님은 특히 그런 나그네와 같은 자들에게 관대하시다. 신명기 10장 18~19절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정의를 행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시나니,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니라.”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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