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청산해야 할 적폐들
한국교회가 청산해야 할 적폐들
  • 정종훈 교수
  • 승인 2018.06.1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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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사회는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촛불 이전의 시대에는 지나치거나 감수했을 관례적인 사안들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것은 그만큼 시민 의식이 고양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보통시민들이라도 힘을 모으면 정권조차 바꿀 수 있음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요즈음 대표적인 적폐청산은 가부장 문화와 남성들의 마초문화를 적폐로 간주한 여성들의 미투(MeToo)운동과 그에 동조하고 있는 위드유(WithYou)운동이다. ‘갑을’의 구조 속에서 ‘을’을 향해 마음껏 행세하던 천박한 ‘갑’들의 겁박에 대해서 ‘갑질’이라 규정하고, 치부를 드러내는 ‘을’들의 항거 역시 이 시대 적폐청산의 청신호이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어려운 적폐청산은 재벌과 정치가가 결탁하고, 거기에 사법부까지 거들었던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의 상층 부분이다. 이제 진정한 인권과 정의, 평화와 상호번영의 새 체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천민자본가와 정치모리배가 더럽게 야합했던 옛 체제를 기어이 청산해야 하고, 그래야만 우리의 젊은이와 미래 세대는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 말 강대국들의 침략으로 백척간두에 있던 우리나라에 기독교의 복음이 전파되었을 때, 한국교회는 민족의 등불이자 희망이었다. 초창기의 한국교회는 전체인구 2% 이하의 기독교인들이 비폭력 저항의 삼일운동에 적극 참여해서 자주독립과 자유, 인권과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 앞장섰고, 일본제국주의를 상대로 국채보상운동과 물산장려운동을 전개했으며, 나아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고양하기 위해서 농촌운동과 국민계몽운동을 진두지휘했다. 일제 말기 신사참배의 굴곡과 변절의 부끄러운 역사가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국교회는 한국의 근대화와 민주화, 평화통일에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일제하에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차단되었던 국제사회와 교류하는 통로로서 역할을 감당했고,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는 세계교회와 연대해서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서 민주화운동, 민중운동, 평화통일운동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초창기에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부끄러운 삶을 털어버림으로 새로운 존재로서 변화되는 것을 의미했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자기희생을 의미했으며,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는 약자들을 위해서 목소리를 대신 내는 파수꾼을 의미했다. 그러던 한국교회가 지금은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주요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기독교인들이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교회에서 벌어지는 일들 가운데 사회의 상식적인 수준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교회의 지도자라 행세하는 인사들 가운데 천민자본가나 정치모리배의 기득권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인사들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한국교회가 스스로를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오호애재(嗚呼哀哉)라!

오늘 한국교회는 적폐청산에 몰두하는 한국정부와 한국사회를 바라보면서, 그 도도한 물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금권선거를 자행함으로써 교회 지도자들의 리더십을 퇴락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교회세습을 통해서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를 배반하고, 교회를 사유화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도 안 될 것이다. 교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성차별, 장애인차별, 빈부차별, 지역차별 등 다양한 차별을 묵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 신학적 근본주의와 극우 이데올로기에 더 이상 매몰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황금만능주의에 빠져서 하나님조차 황금을 쟁취하기 위한 도구로서 오용해서도 안 될 것이다. 또한 생활신앙의 지평을 상실한 채, ‘신앙 따로 삶 따로’, ‘천국 따로 세상 따로’, ‘주일 따로 평일 따로’의 이분법을 허용해서도 안 될 것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넣어야 하듯이, 이제라도 한국교회가 부끄러운 적폐를 청산하고, 예수의 가르침과 삶을 붙들고서 기독교의 본질을 회복해가야 할 것이다.

정 종 훈 교수

현재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 교수
현재 연세대학교 의료원 원목실장 겸 교목실장
현재 한국기독공보 논설위원
현재 통일부 사단법인 평화통일연대 이사 및 공동운영위원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
신학위원회 위원 역임
한국기독교윤리학회 회장 역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사회부 전문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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