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순례] 설계도가 없는 진보와 보수의 빈곤한 실존
[독서 순례] 설계도가 없는 진보와 보수의 빈곤한 실존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4.06.11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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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봉의 『영성 없는 진보』

기독교 출판사 IVP는 복음주의 지성을 대표하는 출판사 브랜드로 한국교회에 널리 알려졌다. IVP는 시의적절한 출판을 통해 한국교회가 지적으로나 영적으로 더 성숙해지는 데 적지 않게 이바지하였다. 그런데 올해 초에 IVP에서 온뜰이라는 새로운 출판 브랜드를 런칭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온뜰은 더 넓고 풍성한 대화를 위하여 기존 복음주의 진영을 넘어서는 다양한 책을 출판할 것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온뜰에서 출판하는 그 첫 책이 과연 무슨 책일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2월 말에 온뜰에서 드디어 첫 책을 출판했다. 그 첫 책은 바로 『영성 없는 진보』였다. 진보 진영의 영성 부재를 논하는 다소 논쟁적 주제의 책을 출판한 것이다.

온뜰의 첫 시도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지난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려 『영성 없는 진보』가 여기저기서 많이 소개되었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책을 대거 구매했다. 『영성 없는 진보』의 1쇄를 찍고 며칠 지나지 않아 2쇄를 찍었으니 온뜰 입장에서는 여러 리스크가 있음에도 이 책을 출판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주목할만한 건 이 책이 사회과학과 인문학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 기독교 출판이라는 범주를 살포시 뛰어넘어 사회과학과 인문학까지 넘보는 온뜰의 거침없는 행보가 흥미롭다.

『영성 없는 진보』를 집필한 전남대학교 철학과 김상봉 교수는 철학뿐 아니라 고전문헌학과 신학에 조예가 깊은 편이다. 그런데 그가 철학과 신학에 관한 책이 아니라 정치에 관한 책을 집필한 것은 그가 오랫동안 진보 진영을 바라보면서 느낀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진보 진영이 언제부턴가 공동체적 영성을 상실하고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영성 없는 진보』를 통해 양극단으로 갈라진 한국 정치가 온전히 회복되기 위해서는 보수 진영의 갱신뿐 아니라 진보 진영의 갱신 또한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진보 진영의 갱신을 위해 과연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 저자는 진보 진영에게는 집을 허무는 망치뿐 아니라 집을 새롭게 지을 수 있는 설계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문제는 비판이 아니라 형성이다. 낡은 것을 파괴하는 것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것을 형성하는 데 비하면 쉽다. 한국 민주화의 역사는 불의한 국가 권력을 파괴해 온 역사이다. 그러나 불의한 권력을 타도한 용기와 열정에 비하면 새로운 나라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지혜는 모자랐던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집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망치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새 집을 짓기 위해서는 설계도가 있어야 한다.” (43쪽)

공교롭게도 한국 정치에서 새로운 집을 짓기 위한 설계도가 없는 건 진보 진영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 진영 역시 마찬가지이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파괴자는 다수인데 건설자는 희소하다. 비판과 파괴를 넘어 창조와 건설로 대안을 제시하는 것, 그게 바로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이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제22대 국회에서는 설계도를 제시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을 만나고 싶다.

황재혁 목사<br>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br>​​​​​​​본보 객원기자<br>
황재혁 목사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본보 객원기자
『교회 교향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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