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평] ‘불편한 양심’에 시달리는 사람들
[뉴스 비평] ‘불편한 양심’에 시달리는 사람들
  • 지형은 목사
  • 승인 2024.06.10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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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자의 불편한 양심’, 지금부터 97년 전인 1947년에 칼 헨리(Carl F. H. Henry, 1913~2003)가 쓴 책이다. 그가 34살이었다. 우리나라에서 2009년에 번역 출간됐다. 영어 원제를 직역하면 ‘현대 근본주의의 불편한 양심’(The Uneasy Conscience of Modern Fundamentalism)이다. 당시에는 오늘날과는 달리 근본주의와 복음주의가 구분되지 않았다. 오늘날에는 다르다. 복음주의와 근본주의는 분명하게 구분된다. 정치 영역을 비롯한 사회 문화 전반에서 보수와 진보가 비열하고 치열하게 싸우는 상황에서 근본주의는 기독교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극우적인 경향과 같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칼 헨리가 이 책을 출간한 해에 복음주의 운동을 이끌게 되는 미국의 풀러신학교가 설립됐다. 헨리는 설립 때부터 여기에서 가르쳤다. 풀러신학교의 설립자인 헤롤드 존 옥켄가(Harold John Ockenga, 1905~1985)가 이 책의 추천사를 쓰면서 당시 기독교와 세계의 상황에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적실(適實)한지를 강조했다. 오켄가는 존 스토트, 빌리 그래함, 피터 바이어하우스, 프랜시스 쉐퍼 등과 함께 1974년의 로잔을 태동시킨 현대 복음주의 지도자다. 1993년부터 20년 동안 풀러신학교의 총장을 지낸 리차드 마우(Richard Mouw, 1940~)는 풀러의 설립 정신이 이 책에 모두 담겨있다고 하면서 나중에 다시 출간되는 이 책에 추천사를 썼다.

칼 헨리는 이 책에서 복음주의가 세계의 사회 윤리적인 문제에서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 기독교는 성경에서 기록된 사도적 기독교가 아니라고 했다. 진지한 복음주의자라면 자신이 믿고 있는 신앙적 진리가 현실 사회에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관해 ‘불편한 양심’을 갖고 있다고 하면서, 이 불편한 양심에서 새로운 종교개혁이 일어나기를 기대했다.

기독교 신앙의 본질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에서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이루신 대속의 구원 사건이다. ‘기독교의 신앙적 정체성’이 여기에 있다. 이 대속의 사건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역사 흐름과 현실 사회 안에서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이 그렇게 변화되면 그가 사는 삶의 현장에 모종의 변화가 생긴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가 교회다. 십자가 사건을 현재진행형으로 경험하는 교회를 통하여 그 지역 사회에 변화가 일어난다. 십자가 사건의 사회 역사적 의미가 발생한다. 이것이 ‘기독교의 사회적 연관성’이다.

신앙적 정체성은 특별계시에 연관되고 사회적 정체성은 일반계시에 연관된다. 한국 교회는 특별계시와 연관하여 강력한 헌신을 갖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일반계시의 구원사적 의미를 이해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약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국 교회는 자신이 사회와 역사 흐름에서 얼마나 고립돼 있는지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칼 헨리가 말한 ‘불편한 양심’은 오늘날에도 현재진행형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에서 내가 구원받은 것을 진실하게 고백하는 복음주의자들에게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는 남 얘기가 아니다.

채 상병 사망 사건은 그런 단면의 하나다. 이 사건이 정치의 중심 현안이라고 해서 한국 교회가 회피하면 안 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상관없다.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일반 은총에 포함된 인륜의 문제다. 사안이 전개되면서 드러난 현실로는 정치권력의 거짓에 관한 문제다. 적어도 한국 교회의 연합단체에서는 이 사안에 관하여 기독교 신앙의 입장을 공적으로 내야 한다. 교회의 목소리가 어떤 사안에서는 여당에 또는 야당에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상관없다. 교회는 어느 편도 아니다. 하나님 말씀에 근거한 복음의 사회적 책무에 순종하여 발언하는 것이다. 오늘 현충일이다.

지형은 목사(한목협 대표회장,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br>
지형은 목사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한목협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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