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이오스]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며 떠오르는 단상
[텔레이오스]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며 떠오르는 단상
  • 정종훈 교수
  • 승인 2024.06.10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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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흔히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지칭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 재산을 바친 분들을 기리며, 그들에게 보답할 것을 작정하는 의미를 담은 달이기 때문이다. 6일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그 위훈을 기리는 현충일이다. 10일은 1926년 순종의 인산일을 기해 학생들이 주도하여 만세 시위를 전개한 6.10 만세운동이 있었던 날이다. 15일은 1999년 연평도 쪽의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과 우리 해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던 제1연평해전의 날이자,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남북의 화해와 교류를 도모하게 되었던 6.15 선언의 날이다. 25일은 1950년 발발해서 아직도 종전에 이르지 못한 한국전쟁 시작의 날이고, 29일은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으로 민주주의의 물꼬를 만들었던 6.29 선언의 날이다. 이처럼 6월은 호국보훈과 관련해서 기억해야 할 것이 특별히 많은 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호국보훈의 달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립하기까지 기여한 세 가지 축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일제 강점기에 억압과 수탈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자주독립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들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민족 분단의 아픔이 있기는 하지만, 그나마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한반도에 존립하게 되었다. 둘째는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군사독재, 전두환과 노태우 군부독재 시절에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민주열사와 유가족,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민주인사들이다. 독재 정권의 권력자들은 그들의 정당한 요구를 잠재우려고 구속하고 고문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했다. 유가족들의 경우에는 연좌제를 적용하여 고통을 배가시켰고, 민주인사들 가운데는 지금도 고통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셋째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에 참여했다가 죽거나 부상당한 사상자들과 그 가족들이다. 그들은 총체적 폭력인 전쟁의 트라우마로 인해서 여전히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는 호국보훈을 실천하기는커녕 대한민국의 존립에 기여한 그들의 역사와 기억을 지우려는 모순 가운데 있다. 육군사관학교와 국방부가 나서서 육군사관학교 내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을 철거하겠다는 저의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정부와 여당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를 한 후 흉상 철거가 잠잠해지는가 했더니, 최근 육군사관학교 안의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재론하는 것은 처음 설치할 때의 의도와 국민 여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고 공약했으면서도, 2년이 지나도록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행하겠다는 의지조차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젊은 시절에 민주화운동 관련해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정부 인사들이 민주인사들을 매도하고 폄하하는 것을 보면, 난감할 뿐이다. 지난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고 당시 대민지원을 무리하게 요구한 정부나 수색을 무리하게 강행한 해병대 사단장 그리고 특검을 거부하는 대통령은 도대체 국민의 생명이 안중에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제 우리가 호국보훈의 달에 무엇을 해야 할지 그 과제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먼저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정부와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를 방기하거나 소홀히 하는 정부와 대통령은 이미 자격을 상실한 것이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인권의 보장과 민주주의의 증대는 국가다운 국가를 세우기 위한 필수조건이 되어야 한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피와 땀을 쏟아부은 민주인사들의 공헌을 인정하고, 나름 보상하는 것은 보훈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일제 강점기에 치열하게 살다가 산화한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는 것, 성노예를 강요받은 정신대 할머니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또는 물질적으로 수탈당한 강제 징용자들의 고난의 세월에 대해서 배상하는 것, 과거청산과 함께 한일관계를 올바로 정립하는 것 등은 우리가 호국보훈의 달에 잊지 말아야 할 주요 과제일 것이다.

정종훈 교수 연세대학교
정종훈 교수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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