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꽃들에게 희망을』, 상생의 길을 안내하다
[예술과 목회] 『꽃들에게 희망을』, 상생의 길을 안내하다
  • 이영식 목사
  • 승인 2024.06.05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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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들에게 희망을』은 미국의 여성작가 트리나 폴러스(Trina Paulus)가 1972년에 써낸 베스트셀러 문학작품이다. 1931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난 그녀는 부모님 모두 독일 이민자들이다. 그녀는 신앙심 두터운 가톨릭 집안의 영향으로 10대 때부터 신앙 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1969년 38세 되던 해 폴리스트 프레스(Paulist Press)라는 출판사의 제안으로 500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2년여 동안 숙고한 끝에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책과 영화, TV 프로그램의 제작자에게 주는 ‘크리스토퍼 상(Christopher Award)’을 받았으며, 이 책은 수많은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국제적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나는 운 좋게도 은유와 상징 언어로 충만한 이 작품을 지난 육여 년간 교정기관의 인성교육 교재로 활용하여 참여자들과 함께 낭독하고 토론하고 독후감을 써보는 경험을 했다. 연간 10여 차례 교육이 있으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제외하더라도 최소한 50회 정도는 반복하여 다룬 것 같다. ‘문학은 언어로 지은 집이자 세상이며 우주다.’ 특히 서사문학(敍事文學)은 이야기 안에 등장인물이 있고 사건이 인과적으로 전개되며 공간이 있다. 성지순례 한 벌 갔다 왔다고 그곳에 얽힌 이야기와 영적인 의미를 다 깨우쳤다고 할 수 없듯이 언어로 지어진 이야기의 세상 또한 그러하다. 우리는 함께 본문을 돌아가며 두 쪽씩 큰 소리로 낭독하면서 새롭게 드러나는 의미와 삽화에서 발견한 것들을 책의 여백에 가득 채울 수 있었다.

『꽃들에게 희망을』은 작가가 직접 삽화를 그려 넣은 작품으로 그림책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즉 글만 읽지 말고 삽화를 함께 관찰하여 문자 서서와 통합해야 메시지가 온전히 전달되는 형식이다. 표지와 속표지의 노란색은 제목에 드러난 ‘희망’을 시각화하였다. 책장을 넘기면 첫 번째 삽화를 만나는데 나뭇가지 위로 부부인 듯한 호랑나비와 노랑나비가 하늘을 맴돈다. 다음 삽화는 호랑나비가 나뭇잎에 7개의 알을 낳는 장면이다. 그 다음 쪽 삽화에서 주인공 중 하나인 호랑 애벌레가 알에서 깨어나면서 1장의

‘아주 옛날 작은 호랑 애벌레 한 마리가

오랫동안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던 알을 깨고 나왔습니다’

라는 첫 문장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결말 역시 문자 서사가 아닌 그림 서사로 마감했다. 애벌레들이 고치의 단계를 거쳐 나비가 되어 하늘을 채우니 온 세상에 꽃으로 만발하는 장면이다.

본문을 살펴보면 이 작품은 무수한 짝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시각적으로는 노랑색(희망)과 검정색(절망), 노랑애벌레와 호랑애벌레, 노랑나비와 호랑나비, 하늘과 땅, 나무 기둥과 벌레 기둥, 나비의 사랑과 벌레의 사랑이 짝을 이룬다. 내용적으로는 희망과 절망, 여성성과 남성성, 상생 관계와 적대적 경쟁 관계, 생명과 죽음, 의미와 무의미가 그러하다.

작가는 이러한 풍부한 은유와 상징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어떤 주제를 전달하려 했을까? 수십 차례의 낭독과 토론을 통해서 발견한 뜻은 ‘상생 관계’다. 책의 말미에 삽화로 잘 드러내듯 나비는 꽃을 위해 희생이나 봉사를 하지 않는다. 애벌레가 벌레 수준의 삶을 살아가면 오히려 해충으로 취급되어 미움을 받지만 고치가 되는 과정을 거쳐 나비로서 살면 꽃들에게 희망이 된다는 것이.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며 꽃가루를 다리에 묻혀 수정을 해주기 때문에 나비가 세상에 없다면 꽃들도 멸종하게 된다. 이는 또 다른 표현으로 공생의 삶이요, 상호부조, 상보관계, 수평관계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자아를 실현하도록 역할을 한다.

우리는 살면서 애국과 효도, 책임, 도리와 같은 의무에 대해서 배운다. 그에 비해 이 작품은 그러한 의무를 독자들에게 지우는 대신 가장 나답게 살면 그 존재 자체로서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속삭인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참 평안해진다.

문학은 인간 세상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오늘도 호랑애벌레처럼 맹목적인 경쟁에 휘말려 자신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자신의 삶의 목표와 의미에 대해서, 타인과 관계에 대해서, 참 나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돌아보도록 요청한다.

이영식 목사 한국독서치료학회 영남지회 대표비전교회 담임목사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이영식 목사
한국독서치료학회 영남지회 대표
비전교회 담임목사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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