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마저 뒤흔드는 육아 스트레스
신앙마저 뒤흔드는 육아 스트레스
  • 김병현 기자
  • 승인 2024.06.02 0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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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데이터연구소, 저출산 원인 분석
목회데이터연구소 제공
목회데이터연구소 제공

중세 유럽을 뒤흔든 재앙으로 유명한 병이 있다. 바로 흑사병이다. 페스트라고 불리는 질환으로 14세기 중반에 적게는 7천만, 많게는 2억 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그리고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함께 종교, 사회, 경제 등 수많은 영역에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한국의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가 14세기 흑사병으로 인한 인구 감소보다 더 빠르다고 지적했다. 무엇이 한국의 초저출산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목회데이터연구소는 결혼을 꺼리는 이유에 가사·출산·자녀 양육 역할 부담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저출산의 원인을 탐색했다.

먼저 여성이 결혼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25~45세 결혼 의향이 없는 미혼 국민을 대상으로 결혼하면 발생할 우려를 물었을 때, ‘가사, 자녀 양육 등 역할에 대한 부담 때문에’ 91%, ‘경제적 부담 때문에’ 81%로 나타났다. 그중 남성(89%)은 ‘결혼식 비용, 신혼집 마련, 혼수 준비 등 경제적 부담 때문에’를 여성(76%)보다 높은 비중으로 꼽았고, 여성(93%)은 ‘결혼에 따른 가사, 출산, 자녀 양육, 가족부양 등 역할에 대한 부담 때문에’를 남성(89%)보다 높게 응답했다.

가정에 시간을 사용하는 것과 일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개인 생활과 일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직장 일 때문에 개인생활 시간이 부족하다’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세대가 20%를 넘는 비중으로 동의하고 있었고, 그중 40대가 28%, 30대는 27%의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현재 내 삶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역시 40대가 21%, 30대가 18%로 높게 나타나, 일과 삶의 균형이 흔들리는 삶을 살고 있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에 대해 출산 적령기 국민에게 물었을 때,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를 하여도 급여가 충분하다면’ 88%, ‘근무시간이 줄고 육아시간이 주어진다면’ 85%,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 83%, ‘정부의 양육수당이 늘어난다면’ 82%로 나타나, 출산을 위해 경제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전통적으로 가사에서 떨어져 있던 남성은 현재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2013년과 2023년 사이에 남성의 일과 가정생활에 대한 우선순위 변화를 살펴봤을 때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됐다. 2013년에 64%가 ‘일 우선시’라고 답한 데 비해 2023년에는 40%에 불과했고, ‘가정 우선시’라는 응답은 2013년 8%에서 2023년 17%로 크게 증가했다. 더욱이 ‘가정 우선시’라는 응답은 각 세대 중 30대가 24%가 가장 높게 나타나 일과 가정생활의 양립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부부가 가사 분담을 공평하게 해야 한다’에 대한 남성의 동의율 역시 2012년 38%에서 2022년 61%로 크게 상승했고, 연령대가 낮을수록 부부가 가사 분담을 공평하게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근로 여건은 어떨까? 9세 이하 자녀를 양육 중인 직장인 남성을 대상으로 ‘일·가정 양립제도’, 즉 직장생활과 임신·출산·육아를 포함한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돕는 정부의 제도에 대한 사용결험을 물었을 때, 46%가 ‘사용해 본 제도가 없다’고 응답했다. 1개라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경우는 54%로 ‘배우자 출산휴가제도(28%)’, ‘유연 근무제도(15%)’, ‘가족돌봄휴가제도(10%)’, ‘육아기 근로기간 단축제도(10%)’를 사용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제공

개신교인에게 가사 노동과 육아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3040대 기혼 개신교인의 57%는 ‘나는 가사 노동, 육아로 몸과 마음이 지친다’고 응답했고, 그중 34%는 ‘가사/육아가 신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또한 부정적 영향을 이야기한 사람들은 ‘교회 봉사를 소홀하게 된다(38%)’, ‘신앙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약화된다(38%)’, ‘교회 출석 대신에 온라인 예배를 드리게 된다(32%)’, ‘아이들 때문에 예배에 집중하지 못한다(26%)’, ‘온라인 예배도 드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22%)’고 응답했다.

기혼 개신교인에게 교회는 어떤 공간일까? 사회와 가정생활의 스트레스가 있는 개신교인 중 63%는 ‘교회에 가면 해소가 된다’고 답해, 3명 중 2명이 교회 생활이 일상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3040세대 기혼 개신교인에게 교회 내 부부 및 육아 모임이 필요한지 물었을 때, 80%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여성(83%)이 남성(73%)보다 더 모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3040세대 기혼 개신교인 중 고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 대상에게 교회 내 탁아 역할 부서의 필요성에 대해 물었을 때, 86%는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제공

목회데이터연구소는 2005년 출산율이 1.08명으로 나타났을 때부터 대한민국 정부가 출산율을 위한 노력을 했음에도 0.65이라는 수치까지 출산율이 떨어진 이유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교회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3040세대 개신교인은 신앙에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 신앙 악화의 악순환을 우려했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적극 참여하며, 교회에서 자녀 양육 중인 부모를 위로하는 모임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한국교회는 성도의 신앙 성장과 교회 결속을 위해 교회 내 다양한 예배와 행사 참여를 강조하여 교회 봉사 참여가 곧 굳건한 신앙의 증거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의 3040세대 개신교인은 교회 안팎으로 노동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신앙의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 경제 성장기에 교회가 사회의 요구처럼 성도에게 ‘열심히’를 강조했지만, 지금 시대에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노동 환경 개선에 대한 교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경제 성장과 교회 규모의 성장에 집중하다가 간과한 가치들을 재발견하는 일이 필요하다. 출산율 증가에 대한 정부의 기존 접근들처럼 단순 편의 제공은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 수 없다. 교회가 정말 성장과 발전만을 중시하는 세상과 다른 가치를 전하고 있는지 돌아볼 시점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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