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세 자매〉 - ‘아버지, 사과하세요’를 외치면서 비로소
[영화와 복음] 영화 〈세 자매〉 - ‘아버지, 사과하세요’를 외치면서 비로소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4.05.22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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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지금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사건이다. 특히 저항할 힘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유년기에 당한 폭행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한 인간의 삶 전체를 망가뜨릴 뿐만 아니라, 그와 관계된 사람들의 삶까지 파괴한다. 이승원 감독의 영화 〈세 자매〉는 어린 시절 겪었던 가정폭력이 어떻게 성인이 되고 한 가정을 이뤘음에도 여전히 잔재로 남아 타인과의 관계를 헝클어뜨리며 왜곡하는지를 세 여인의 삶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첫 시작부터 내복 차림으로 밤거리를 뛰어가는 자매의 뒷모습을 흑백으로 비춘다. 이들은 어디로, 무엇 때문에 뛰어가는 걸까? 화면은 전환되어, 어느새 가정을 이룬, 하지만 너무나 다른 방식으로 사는 세 여인을 묘사한다. 배다른 언니 희숙(김선영)은 남편과 별거 중이다. 항상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그녀는 반항심 많은 딸 보미(김가희)마저 무시하는 게 속상하지만, 괜찮은 척 살아간다. 가끔 자해를 통해 해방구를 찾는 그녀는 속으로 곪아간다. 둘째 미연(문소리)은 겉보기에 완벽하다. 45평형 아파트에 대학교수 남편을 두고 있고, 교회에서 성가대를 지휘하며 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불현듯 드러나는 강압적이며 율법주의적 성향은 아이들과 남편에게 숨 막히는 엄마이자 아내로 자리매김한다. 셋째 미옥(장윤주)은 극작가이다. 그녀는 과거의 자신을 용납하지 못해 술에 중독되어 살아간다. 자신을 끔찍이 사랑하는, 애 딸린 남자와 재혼하여 살지만, 엄마 역할은 서툴다. 그럼에도 종종 아들을 꾸짖고 나무라는 남편에게 과할 정도로 반응한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면, 현재의 세 여인은 과거를 극복하기 위한 방어기제를 행사하고 있다. 희숙은 더 큰 폭력을 피하기 위한 굴종과 자기합리화로, 미연은 타인의 인정을 위한 위선과 가식으로, 미옥은 술과 예술로 현실 세계에서의 일탈과 회피로 자신을 포장한다. 하지만 이들의 삶은 주변인들, 특히 자녀들에게 치명적인 피해와 폐해를 입힌다. 그들은 피해의식이 가득한 반항아로, 강압적 복종아로, 애정결핍아로 자란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더 이상 조명하지 않지만, 피해자인 그들 또한 제2, 제3의 가해자로의 가능성을 예측하게 한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이들 세 자매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했다. 술주정뱅이에 난폭하며 가부장적이던 아버지는 아내와 배다른 딸, 아들을 무자비하게 때렸고, 이를 지켜보던 나머지 두 딸은 피해의식과 트라우마에 젖어 살아야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그 아버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과거의 일은 없었던 것처럼 교회의 장로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과거사가 여전히 현재에도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이다. 사과와 받아들여짐이 선행되지 않은 외면만의 변신은 진정한 변화가 아니다. 내적 관계성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생일날, 가장 큰 피해를 당한 아들이 아버지를 향해 오줌을 누고, 생일파티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놀람과 호통, 당황과 혼란 속에서 미연은 외친다. “아버지, 사과하세요! 목사님이나 하나님이 아닌, 우리에게 사과하세요!” 비로소 이들 가족에게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종종 교회나 신앙은 용서자판기나 위선과 가식을 포장하기 위한 도구 또는 장소로 오용되기도 한다. 교회는 죄인들이 용서받고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곳이지만, 과거사의 잘못을 덮고 은폐하고 위장하기 위한 도피처는 아니다. 죄사함의 은혜는 하나님과 당사자에 대한 철저한 회개와 사과가 병행될 때 유효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우리를 위한 흘린 피는 그렇게 값싸지 않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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