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경이라는 이야기 세상’을 통해, 하나님을 만난다.
성경 속의 이야기는 하나님의 말씀이지만, 하나님의 말씀에 영감받은 저자들에 의해서 쓰인 책이다. 그 안에는 내러티브, 사건, 계시, 비유, 상징 등의 다양한 문학적 서사들이 담겨있다. 또한 성경 안에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에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패륜과 학살에 가까운 이야기들도 실려 있으며, 현대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여성비하의 시각도 담겨있다. 물론 우리는 ‘성경무오설’을 믿는다. 그러나, 분명히 성경은 시대적, 역사적 맥락에 따라 읽어내어야 한다. ‘성경무오설’은 믿음의 영역이다. 그 믿음의 영역을 실천의 영역으로 그대로 끌어다 붙이면, 우리의 삶은 불가능할 것이다. 당장 그대로 실천할 수 없는 말씀이 너무도 많다.
교육연극학자인 시실리 오닐(Cecily O’Neill)은 ‘과정드라마(process drama)’라는 용어와 개념을 통해 드라마의 체험을 설명하고자 했다. 보통 드라마라 하면, 인물들 간의 이야기, 인물 간에 벌어지는 사건과 갈등에 주목하게 된다. 실제로 수많은 아침드라마 및 드라마에서는 첨예한 사건과 갈등, 갈등을 넘어서 복수의 진행 과정(나열)을 보여준다. 그러나 오닐은 드라마 체험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야기의 나열을 넘어서서, 실제 드라마의 체험으로 들어가 그 현장에서 치열함과 애매모호함, 혼란을 경험하는 것이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줄거리로서의 이야기가 아닌, 드라마로서 계속 전진해 나가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 개념을 ‘과정드라마’로 제시했고, 그러기 위해서 이야기의 텍스트는 ‘프리텍스트(pre-text)’의 관점을 가지고 탐구, 성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리텍스트’에서의 탐색과 성찰은, 그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이야기를 박제된, 건드릴 수 없는 완성체로 인식하기보다는, 이야기의 구조와 맥락을 파악해, 그 이야기 속에서 갈등이 시작되는 지점, 인식과 깨달음이 일어나는 기점, 하나의 이야기가 왜 그 자리에 위치해야 하며, 이야기 속에서 인물이 등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더 주목한다.
아담과 이브의 첫 만남, 뱀의 등장,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아담과 이브, 아브라함의 출발과 하나님과의 언약이 이루어지는 과정, 이삭의 순종, 에서가 야곱에게 팥죽을 달라고 하는 그 순간, 얍 복강 가에서 야곱의 씨름 등 구약의 이야기 세상에는 우리 인간이 하나님과 만나는 그 순간과 여정이 여실히 기록되어 있다. 또한 신약 속에 나오는 열 처녀 이야기, 달란트의 비유, 씨뿌리는 자의 비유 등을 통해 예수님이 우리를 향해 들려주신 이야기들이 있다. 왜 예수님은 직설적인 교훈이 아닌 이러한 비유를 주로 사용하신 것일까? 또한 복음서에 기술되어 있는 예수의 행적과 여정에 대한 차이와 공통점을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이라는 인물이 되어 탐색하며, 그 관점과 차이가 드러나는 지점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성경이라는 이야기 세상’은 그야말로 보물 창고이다. 존엄한 하나님의 말씀임과 동시에, 우리 인간의 삶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순간이며 현장들이다.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의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성경이라는 이야기 세상’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삶의 현장으로 받아들이고, 구체적으로 체험하며, 그러한 체험을 통해 인식과 깨달음을 얻는 현장으로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