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과 오란, 바울과 바나바, 루터와 폰보라 같은 동역자
왕릉과 오란, 바울과 바나바, 루터와 폰보라 같은 동역자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8.06.05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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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大地)’는 중국의 농부 왕릉이 역사적 격변기속에서 소농과 도시빈민을 거쳐 대지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생후 3개월부터 중국에서 중국인들과 함께 살며 한문을 공부하고 중국소설을 읽었던, 작가 펄 벅(1892~1973)의 경험과 감각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이다. 1938년에 펄 벅은 왕릉의 아들과 손자의 이야기인 ‘아들들’과 ‘분열된 가족’을 발표하였고 그해의 노벨문학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대지’는 농부 왕릉과 그의 아내 오란의 이야기다. 빈농인 왕릉에게 땅은 생명이 잠재되어 있는 원초적 공간이며 이상적인 가치다. “왕릉은 이따금 허리를 굽히고는 손으로 흙을 모아 쥐었다. 그렇게 한줌의 흙을 쥐고 있으면 손가락 사이에 생명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고... 땅에 대한 외경심을 지닌 성실한 농부였던 왕릉은 오란과의 결혼을 통해서 토지소유자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오란이 제공한 노동력과 조언들 그리고 그녀가 발견한 엄청난 보물이 왕릉을 대지주로 만든다. 황 부잣집의 하녀였던 오란은 전혀 예쁘지도 않았기에 전족(纏足)도 하지 않았다. 왕릉은 돈을 주고 오란을 사서 결혼한 터였다. 결혼 후에 오란은 병든 시아버지를 수발하며 가사노동을 도맡았다. 누구의 도움 없이 아이를 낳았고 자기의 손으로 산후처리를 하고 혼자서 아이를 씻겼다. 극심한 기근 속에 딸을 낳게 되자 자신의 손으로 갓난아기의 목을 졸라야 했다, 오란은 매매의 대상이요 노동하는 기계요 출산하는 짐승이었다. 오란은 가부장제 아래에서는 노동과 출산을 담당하는 동물적 존재였을 따름이다. 오란은 노동과 생산을 통해서 왕릉을 대지의 소유자로 만들어 주었지만 그녀에게는 보상이나 존경이 주어지지 않았다. 묵묵히 살아갈 따름이다. 침묵 속에서 대지를 일구었고 세 아들을 낳았고 장남을 혼인 시켰다. 그리고는 젖가슴은 쳐지고 머리숱은 얼마 남지 않은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죽어갔다. 대지로 돌아간 것이다. 오란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그녀의 헌신과 희생을 여성이나 모성의 표상으로 수렴해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란의 죽음 이후에 펼쳐지는 아들과 손자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란의 동물적인 노동과 침묵을 통해서 역사의 대지가 마련된다. 하지만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삶이었던 오란의 삶 앞에서, 그러한 오란의 삶을 언어로 그려낸 작가의 정신 앞에서, 잠시 책장을 덮을 수밖에 없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세파에 기대 살아온 오란이 있었다면 세파를 역류하면서 개혁을 부르짖었던 종교개혁의 루터가 있다. 루터는 1517년 10월 31일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비 조달을 위한 면죄부 발행을 규탄하는 95개조의 반박문을 붙였다. 이를 계기로 로마 카톨릭에서 분리 독립된 것이 프로테스탄티즘에 입각한 개신교요, 존 칼빈을 거치면서 기독교는 일취월장 세계적인 종교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종교개혁은 루터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다. 부인 카타리나 폰 보라(1499~1552)의 적극적인 내조와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1472~1553)는 그림으로 교회개혁을 뒷받침했고 종교개혁의 목적을 분명히 밝힌 장 칼뱅(1509~1564)과 존 낙스(1514~1572)와 쯔빙글리(1484~1531)의 활동도 크게 뒷받침 되었다. 독일 루터의 도시 아이슬레벤 (Lutherstadt Eisleben)에는 부인 카타리나 폰 보라(1499~1552)의 동상이 서 있다.

신약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위대한 인물이라 할 사도 바울에게는 바나바라는 동역자가 있었다. 바나바는 바울의 곁에서 묵묵히 바울을 돕고 위로하고 권면하는 일을 도맡아 한 사람이다. 바울의 위대한 사역 뒤에는 바나바의 기도와 협력이 있었기에 바울의 사역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바나바가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 바울보다 앞서려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혼자서는 안 된다. 누구든 곁에서 도움을 주는 동역자가 있어야 한다. 독불장군은 없다. 좋은 지도자 옆에는 좋은 동역자가 있다.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NCCK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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