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낙태죄 폐지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한국교회는 낙태죄 폐지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8.06.06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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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경시 풍조 가속화될 우려 커져
당사자 여성들 의견 정향적 수용을
엄격한 조건 충족될 때 허용돼야

지난 5월 24일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위헌 소원 공개변론’이 열렸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홈페이지 내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이 20만 명 이상의 추천을 받았고, 또 여성가족부도 낙태죄 폐지를 담은 의견서를 내놓는 등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낙태죄 폐지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교회는 낙태죄 폐지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곽재욱 목사(동막교회), 유재무 목사(예장뉴스 발행인), 김승호 교수(영남신대 기독교윤리학)에게 서면 인터뷰를 통해 낙태죄 폐지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낙태죄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승호 교수

김승호 :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낙태죄 폐지는 세계적인 추세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인권이 향상되고 정치적으로 진보 정권이 들어서는 등의 환경적 변화도 최근 낙태죄 폐지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이유로 보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낙태 찬반 논의는 인류 역사에서 오래된 논쟁으로 이성적인 토론을 통해서는 완전한 해결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낙태죄 폐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향상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 문화가 가속화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재무 : 가톨릭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낙태는 죄라고 한 내용이 종교국가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국가법으로 제정된 것은 의외다. 우리나라는 현재 형법 제269조에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다. 이것은 개인과 인권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원치 않는 임신을 포함하여 임신과 출산에 대하여 충분이 교육받지 못한 젊은 세대들의 불장난(임신)은 이제 사회적으로 줄고 있는 시대다. 전향적으로 낙태죄 폐지문제는 먼저 당사자인 여성들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곽재욱 목사

곽재욱 : 원칙적으로는 반대다. 낙태는 죄라고 규정한 성서적, 법률적 정통성에 공감한다. 그러나 낙태죄 자체는 폐지하지 않더라도, 엄격한 조건 하에서 낙태를 허락할 수밖에 없는 경우 그것이 가능한 절차와 제도 같은 것을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종교인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컨소시엄 같은 것을 통해 사안을 엄밀하게 검토하여 낙태를 허용하는 제도와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임신 12주까지는 독자적 생명 능력이 없는 불완전한 생명체라며 이때까지라도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김승호 : 한국교회는 모두 생명의 시작 시기를 수정 순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온전한 인간’으로 보는 것과 ‘잠재적 인간’으로 보는 것이 다르다. 이에 기초하여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경우와 제한적 허용 입장을 견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임신중절과 관련하여 개신교는 태아가 완전한 인간이며 상대적 약자인 태아의 생명권이 일방적으로 침해된다는 점에서 임신 12주까지 낙태 허용 주장에는 반대해야 한다.

유재무 목사

유재무 : 임신은 남녀의 문제이지만 가임은 여성에게 한정되기에 여성의 문제로만 인식되어 온 지난 역사를 반성해야 한다. 과거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막고 육아를 감당할 수 없어 낙태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다. 그 책임은 개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다. 생명의 존엄은 귀하지만 태아의 생명권과 함께 임신한 여성의 생존과 육아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따라서 개인의 선택과 자기 결정권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곽재욱 : 잉태되는 그 순간부터 완전한 사람이 되는 프로그램의 시작이다. 복잡하고 오묘한 생장의 기간 중 무슨 기준과 근거로 12주까지가 사람이 아니라는 건가? 모양만 보고 이야기하는 것인데 12주 이후도 성체에 비하여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완전한 의미에서의 독자적 생명능력은 태어나서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적 생명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와 같은 시도와 공동체로 인해 위험하고 공포스러운 사회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불완전을 껴안음으로써 오히려 인간이 되는 것이다.

-낙태죄 폐지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교회의 역할은?

김승호 : 개인의 자율성(산모의 자기결정권)이 극단적 이기심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정의나 사회적 책임과 같은 가치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여성계의 자기결정권 강조 경향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억눌려 온 여성 인권에 대한 교회의 방관적 태도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국교회는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면서도 동시에 미혼모에 의한 출산이나 장애아 출산에 대한 사회적 재정적 압박과 차별적 환경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유재무 :그동안 한국교회는 사회적 약자라도 목소리가 큰 노동문제 등에는 관심을 기울였지만 낙태문제는 그 당사자들이 우선 감추고자 하는 속성으로 개인화 시켰고 사회적 이슈로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는 문제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특히 가임기의 청년들은 출산과 육아에 대해 충분히 교육받지 못한 세대들의 문제인 것을 감안한다면 보다 세심한 지도나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낙태폐지라는 프레임 보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이 우선되어야 한다.

곽재욱 : 한국교회는 낙태죄 폐지 반대론으로 남아있어야 한다. 미국 장로교회가 동성애를 수용하여 결과적으로 교회가 엄청난 논쟁과 분란에 휩싸이고 교세가 반타작이 났지만 미국의 진보주의자들 가운데 미국장로교회가 자신들을 보호하고 사회변동을 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차피 사회가 그렇게 가더라도 교회가 나서서 편승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우리가 사회의 흐름에 밀리더라도 교회는 원론에 충실 하는 것이 이 사회의 미래세대가 다시 교회로 돌아오게 하는 다른 방향의 입구를 열어두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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