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의 개혁은 성공이었나? 실패였나?
루터의 개혁은 성공이었나? 실패였나?
  • 황재혁 객원기자
  • 승인 2018.06.08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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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순례 17. 박흥식의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를 걷다.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저자인 박흥식 교수는 독일 괴팅엔 대학교에서 서양 중세사를 전공하고 현재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로 있다. 박 교수는 작년 2017년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교회가 마르틴 루터를 총체적으로 바라보기 원하며 이 책을 집필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교회가 알고 있는 마르틴 루터는 누구인가? 혹시 한국교회가 알고 있는 마르틴 루터는 역사적 루터가 아닌 후대에 신학적으로 채색된 루터가 아닐까?

마르틴 루터 초상화(1529), 위키미디어 갈무리
마르틴 루터 초상화(1529), 위키미디어 갈무리

이 책은 가장 먼저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비텐베르크 대학교회 문 앞에 게시한 사건이 과연 역사적 팩트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이것은 사실 한국교회 내에서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신화다. 대부분의 교회사 책에서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문 앞에 게시함으로써 루터의 종교개혁이 시작되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실제로 루터의 저작을 살펴보았을 때 루터 스스로 문 앞에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하였다고 고백한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루터의 동료인 멜랑히톤(Philipp Melanchthon)의 저작에서 루터가 그것을 문 앞에 게시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그는 분석하였다. 아마 역사학자들은 루터의 기록이 아닌 멜랑히톤의 기록에 더 의존하여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한 것처럼 교회사 책을 쓴 것 같다.

물론 저자는 루터가 실제로 95개조 반박문을 공공연하게 게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95개조 반박문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다만 종교개혁사의 첫 장면에 루터가 로만 가톨릭의 부패에 전면전을 선포하고, 종교개혁의 횃불을 든 것처럼 묘사한 것은 그가 보기에 과장되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에서 루터 개혁의 한계로 종교개혁이 현실정치와 영합하여, 가장 가난한 농민층을 전혀 대변하지 못하였던 점과 루터의  반유대주의 사상을 꼽는다. 이러한 저자의 지적은 루터의 생애를 살펴볼 때 가장 뼈아픈 비판이다. 그의 종교개혁 사상은 원래 부자만 아니라 가난한 농민에게도 희망과 위로의 좋은 소식이었지만, 실상 마르틴 루터는 가난한 농민이 아닌 선제후의 정치적 기득권을 의지하여 종교개혁을 진행하였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라기보다는, 위로부터의 개혁이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바로 이 지점이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동인이 되었다. 루터 이전의 개혁가, 잉글랜드의 존 위클리프나 체코의 얀 후스는 그들의 개혁을 옹호하고 지지해줄 정치적 스폰서가 전혀 없었다. 따라서 그들의 개혁은 국가에서나 교회에서 용인되지 못하였고, 그들의 목숨을 건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마르틴 루터가 독일에서 정치적 보호를 받지 못하였다면 그는 얀 후스처럼 그 당시 종교지도자들에게 사형당하고 그의 개혁도 실패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루터는 자신을 보호해주는 정치 세력들의 품에 안겨 자신의 목숨을 건지는 대신 가난한 농민들을 배척했다. 그래서 루터는 토마스 뮌처(Thomas Münzer)가 주도한 독일의 농민반란을 경멸했다. 귀족에게 저항하는 농민반란은 루터가 생각하는 종교개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농민들이 루터의 종교개혁에서 배제되었던 것처럼, 기독교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유대인들 역시 루터의 종교개혁에서 설자리를 잃었다. 사실 루터의 반유대주의는 그 당시의 독일인들이 유대인을 향해 보편적으로 가졌던 악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루터가 인생의 후반부까지 적극적으로 유대인을 박해하라고 책을 쓰고 명령했다는 역사적 사실 앞에서 과연 그가 생각한 종교개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저자는 책의 결론에서 마르틴 루터가 저항하였던 중세 로만 가톨릭교회와 지금의 한국교회가 거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목회자 세습과 교권주의 그리고 천박한 구원론이 한국교회 내에 너무 팽배하다고 보았다. 오늘 우리가 마르틴 루터를 다시 공부한다는 건 루터의 빛과 어둠을 동시에 주목한다는 의미다. 루터가 과연 어디에서 길을 찾았고, 어디에서 길을 잃었는지 살펴본다면 길을 잃은 지금의 한국교회 역시 새롭게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르틴 루터의 삶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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