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경’에 대한 두 가지 의미를 새기며
‘소경’에 대한 두 가지 의미를 새기며
  • 문우일 교수
  • 승인 2018.06.0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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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9장에 등장하는 “사람”(안트로포스)은 “나면서부터 소경(투플로스)”이다. 그에 대한 익명 처리는 마치 모든 사람이 나면서부터 소경이라고 일깨우는 것 같다. 그가 육적 소경이었는지 영적 소경이었는지 분명치 않으나, 39절은 ‘소경’이라는 말을 육안과 영안에 모두 적용한다(double entendre).

예수님은 세상에 오셔서 스스로 본다는 사람을 소경이 되게 하고, 깊은 어둠 속에 태어나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을 ‘보는 자’(호 블레폰)가 되게 하셨다. 스스로 본다고 하던 유대 지도자들은 영적 소경임이 드러났고, 소경으로 태어나 거지로 살던 사람은 예수님을 만나 ‘보는 자’(호 블레폰)가 되었다. 구약성경(LXX)에서 ‘보는 자’(호 블레폰)는 선지자를 뜻하므로(삿 19:30; 삼상 9:9, 11; 대상 9:22), 소경으로 태어난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 ‘보는 자’가 되었다는 것은 그 육안과 영안이 열려 ‘선지자’처럼 되었다는 뜻이다.

성경에서 ‘소경’은 다양한 뜻을 함축한다. 여호와의 계명을 어기고 여러 화(禍)를 당하는 사람은 소경과 같다. 그는 “소경이 어두운 데서 더듬는 것과 같이 백주에도 더듬고” “길이 형통치 못하여 항상 압제와 노략을 당하지만 구원할 자가 없다”(신 28:15, 29). 죄를 지어 여호와께 고난당하는 사람도 소경과 같고(습 1:17), 포로시대에 이스라엘 백성과 주의 종들도 소경과 같았다(사 42:19; 43:8; 59:10).

그러나 메시야시대에 여호와 하나님은 친히 소경을 고치신다. 소경을 다시 보게 하는 이가 메시야요, 소경이 보는 때가 메시야시대라고 이사야는 선포하였다(사 61:1).

이 말씀을 인용하여 예수님은 외치셨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중략)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여 (중략)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눅 4:18). 세례 요한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어 오실 그이(메시야)가 예수님이신지 문의했다. 그 때에도 예수님은 이사야 61장 1절로 답하셨다(마 11:2-4; 15:31; 눅 7:18-22). 그리고 예수님은 소경들을 보게 하셨다(마 9:27-31; 15:30; 20:29-33; 21:14; 막 8:22-26; 10:46-52; 눅 18:35-43).

그러나 메시야시대에도 메시야 예수님을 거부하고 눈 뜬 소경으로 살기를 선택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리새인들과 그 추종 세력들이다. 그들은 성전보다 금에 집착하고 약대 같은 권세가들끼리 합세하여 하루살이 같은 약자들을 걸러내면서도 겉으로는 기도·금식·구제에 전념하는 것처럼 행동하였다(마 15:14; 23:16, 17, 19, 24, 26). 그들을 가리켜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할 수 있느냐, 둘이 다 구덩이에 빠지지 아니하겠느냐?”(눅 6:39)

오늘날 대한민국에 세 명 중 한 명은 그리스도인이라니 통계상으로는 메시야시대를 방불케 한다. 여기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우리에게 예수님은 뭐라 하실까? 깊은 어둠 속에 소경처럼 태어난 사람이 우리 교회에서 나와 함께 예배드리고 있는가?

문우일 교수

현, 성서학회(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 국제모임 분과의장(chair)
현, 아현성결교회 협동목사
전, 한국신약학회 총무
고려대학교(B.S.)/ 서울신학대학교(M.Div.)/ 시카고대학교(M.A.)
클레어몬트대학원대학교(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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