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과 감자 – 평화의 상징적 먹을거리
평양냉면과 감자 – 평화의 상징적 먹을거리
  • 임희국 교수
  • 승인 2018.06.05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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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지나온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되었다. 이 역사적인 그 날의 점심시간에, 서울의 대다수 평양냉면 식당마다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그 날 저녁, 정상회담 직후에 열린 만찬장에서는 평양에서 직송해 온 냉면이 나왔다. 그 이후 평양냉면은 한반도의 평화국면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먹을거리가 되었다. 더 이상 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대를 평양냉면이 미리 맛보게 했다.

감자 또한 1990년대 후반에 분단된 민족의 화해를 위해 크게 기여했다. 1990년대 중반에 북한은 자연재해(홍수, 가뭄, 태풍)로 말미암은 극심한 기근으로 커다란 고통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에 남한 정부가 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을 도왔고, 기독교 디아코니아단체인 월드비전은 당장 굶주린 북한 어린이의 상황에 집중했고 또한 어린이 기근해결을 위해 국수공장을 설립했다(6개 도시에 설립). 월드비전은 북한의 식량자급을 위하여 수경 온실 채소 재배와 과일 농사에 필요한 기술을 보급했다. 그 당시 북한에서는 해마다 100만 톤 안팎의 식량이 부족했다. 이 상황에서, 월드비전은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감자의 생산을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감자는 본래 구황농산물이고 또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높으며 그리고 북한의 토양에서 잘 자라는 작물이기 때문이었다. 미국 정부와 세계 여러 나라의 민간단체들도 북한의 감자농사에 관심을 가졌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감자 생산을 지원하는 농업기술팀을 북한에 파견했고(1999. 3. 2), 향후 2년 동안 북한 3개 지역에서 감자생산의 증산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남한 월드비전의 북한사업팀(팀장 박창빈 목사)은 북한의 감자생산을 위해 2000년 2월에 북한을 방문했고, 또 그곳 농업과학원 담당자들과 이 문제를 놓고 의논했다. 감자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감자 종자의 무(無)바이러스화 인데, 월드비전은 한국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수경재배를 이용한 무바이러스 씨감자 생산 체계를 북한에 보급하기로 했다.

그 이후, 씨감자 생산 사업장이 북한 여러 지역에 설치되었다. 평양, 양강도 대흥단, 평안북도 정주, 함경남도 함흥, 황해남도 배천에 설치되었다. 당시의 북한에는 철도와 도로 사정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었기에 씨감자 생산 사업장을 전국 여러 곳에 설치해야 했다. 그렇게 해야만 각 지역에서 생산된 씨감자가 그 지역에 산재해 있는 농장들에게 속히 보급되기 때문이었다. 이리해서, 씨감자의 생산은 남한과 북한의 농업학자들이 농업분야에서 상호 소통하며 구체적인 유익을 얻게 된 사업이었다. 바이러스 없는 씨감자 생산을 위해 남한의 농학자들과 북한의 농학자들이 자주 진지하게 논의했다.

이렇게 진행되었던 북한사업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4월 27일의 남북 정상회담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20여 년 전, 1990년대 북한의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남한 정부가 지원했고, 남북한 농업학자들이 상호 협력했고, 미국 정부와 국제 민간단체들이 감자 생산을 지원했으며, 북한 여러 도시에 국수공장을 설립한 월드비전이 감자 생산기술을 지원했다. 그래서 회고해 보면: 이 모든 다양한 활동들이 각각 북한 땅에 평화의 씨앗을 심은 것이었고, 그 씨앗이 싹트고 자라서 오늘에 이르렀다.

북한의 감자생산 사업과 평양냉면이 시사해 주는 바는 ‘평화와 화평은 함께 먹고 마시며 음식을 나눔에서 싹트고 자란다.’는 점이다.

 

임희국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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