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를 모르는 것이 커다란 수치다
수치를 모르는 것이 커다란 수치다
  • 황재혁 객원기자
  • 승인 2018.06.0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순례 16. 토마스 와슨의 『회심』을 걷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는 ‘부끄러움’을 아는 시인이었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가고 싶던 기독청년의 고뇌가 담겨있다. 사실 윤동주 시인은 일제시절에 학업을 계속하기 위하여 ‘히라누마 도쥬(平沼東柱)’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창씨개명 했었다. 2016년에 개봉한 영화 <동주>에는 창씨개명으로 부끄러워하는 윤동주 시인을 위로하는 대사 한 마디가 나온다. “윤시인,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움이 아니야. 부끄러운 것을 모르는 놈들이 더 부끄러운 거지.” 이처럼 ‘부끄러움’이란 단어는 윤동주 시인의 시와 그의 짧은 인생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1668년 영국의 청교도 설교자 토마스 와슨(Thomas Watson)이 쓴 '회심'은 죄와 부끄러움의 악순환을 말한다. 인간은 부끄러움을 모르기 때문에 죄를 짓고, 죄를 지을수록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실로 인간에게 치명적인 이유는 토마스 와슨이 보기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 '사람의 머리를 가진 돼지'이기 때문이다.

 

'인간 외에는 부끄러워할 줄 아는 피조물이 없다. 이성이 없는 짐승들은 공포와 고통은 알지만 수치는 모른다. 당신은 짐승을 부끄러워하게 만들 수 있는가? 그러므로 죄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자들은 짐승을 닮은 자들이다.' -81쪽.

토마스 와슨의 말처럼 공포와 수치심은 전혀 다른 감정이다. 창세기 3장에서 죄를 지은 아담과 하와가 무화과 나뭇잎으로 몸을 가린 것도 수치심 때문이었다. 누가복음 15장에서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하고 돼지를 치며 쥐엄나무 열매를 먹었던 둘째 아들 역시 수치심을 느꼈다. 둘째 아들은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치심을 인정하고 아버지께로 회심하였다. 인간이 수치를 모른다는 것은 커다란 수치다. 왜냐하면 수치를 모르기에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치유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렘브란트가 그린 '탕자의 귀환', 위키미디어 갈무리
렘브란트가 그린 '탕자의 귀환', 위키미디어 갈무리

현대의 인간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와는 비할 바 없는 물질문명의 혜택을 누린다. 그러나 최근에 인터넷 공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 사고를 알게 되면 인간이 이 발전된 과학기술로 얼마나 부끄러운 짓을 일삼는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다. 타락한 인간은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에 기대어 부끄러운 짓을 일삼아도 아무런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작금의 인터넷 공간은 '사람의 머리를 가진 돼지'의 동물농장이 되고 말았다.

회개와 회심은 오늘 날 교회에서 자주 설교 되는 주제가 아니다. 비록 예수님이 공생애를 처음 시작하며 “회개하라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했음에도 말이다. 만약 오늘 날 예수님이 이 땅에 다시 오신다면 우리에게 오프라인의 죄악뿐 아니라, 온라인의 죄악까지도 회개하라고 말씀하실 것 같다. 부끄러움을 통해 신앙의 양심을 회복하고 싶은 그리스도인에게 '회심'의 일독을 권한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죄악을 부끄러워하는 그리스도인이 많아지면 어둠이 가득한 온라인 공간도 지금보다는 더 밝아질 것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