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 신앙경험 소비형태의 변화 (1)
MZ 세대, 신앙경험 소비형태의 변화 (1)
  • 이은경 교수
  • 승인 2023.06.01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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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넘어 '어떻게' 그리고 '왜'
게임도 자기만의 스타일로 바꾸고 새로운 것을 덧입히는 데 익숙한 청년들에게 신앙경험이란 무엇일까?
게임도 자기만의 스타일로 바꾸고 새로운 것을 덧입히는 데 익숙한 청년들에게 신앙경험이란 무엇일까?

※본 글은 신간, ‘흩어진 MZ세대와 접속하는 교회’중 일부를 발췌, 편집한 것이다.


오늘날 청년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태생적으로 다를 뿐 아니라 신앙경험의 소비형태도 다르다.

MZ세대 혹은 디지털 네이티브의 특징 중 하나는 이들이 가상세계 특히 온라인 게임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모드(MOD)는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MOD(모드)는 modification의 약어로, 사용자가 메인이 되는 작품을 베이스로 삼아 인위적으로 개조하거나 맵(map) 등을 만드는 문화를 말한다.

특히 게임 안에서 전에 없던 미션을 만들거나 새로운 능력을 캐릭터에게 부여하기도 하고, 새로운 맵을 플레이하는 등 MOD의 가짓수는 무궁무진하다. 일부 게임에서는 사용자들에게 직접 MOD를 해보고, 배포하고, 수정하라고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한다.

이렇게 이미 만들어진 게임도 자기만의 스타일로 바꾸고 새로운 것을 덧입히는 데 익숙한 MZ세대 청년은 교회가 제공하는 신앙경험을 어떻게 생각할까? 교회는 여전히 단편적이고, 직선적인 방식의 교리 전수와 일방향적 신앙경험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밖에도 MZ세대를 낯설게 하는 것은 교회 특히 목회자가 제공하는 신앙경험을 개인, 즉 평신도가 함부로 바꾸고 덧입힐 수 없다는 것이다. 아니 질문조차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러한 외적 변화 이외에도 과거 청년들과 요즘 청년들이 교회에 기대하는 것을 비교해보면 그 내적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과거 청년들은 교회가 신앙경험을 포함하여 소위 세상과는 다른 차별화된 경험을 할 수 있는 ‘무엇’(what)을 제공하느냐가 교회에 출석하고, 신앙생활을 지속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봉사, 예배 참석, 교회 내 다양한 활동 참여 등의 외면적 종교생활과 기도, 성경 읽기와 같은 내면적 종교생활 영역에서 모두 ‘무엇’을 하느냐가 개인의 신앙 혹은 신앙생활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MZ세대에게는 무엇과 더불어 ‘어떻게’(how) 그리고 ‘왜’(why)가 중요하다.

교회가 세상과는 다른 어떤(what) 신앙경험을 제공하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경험을 어떻게 제공하는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일방적인지 상호적인지, 강제적인지, 자발적인지, 혹은 하향식인지 관계적인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뿐 아니라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왜 그것을 경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교회가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것은 소위 ‘미닝아웃’(meaning out)을 지향하는 MZ세대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낸다. 미닝아웃이란, ‘신념’을 뜻하는 meaning과 ‘벽장에서 나오다’라는 뜻의 coming out이 합쳐진 말로, 자기 신념이나 가치관, 취향, 성향, 주장 등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미닝아웃의 대표적인 수단 중 하나는 SNS, 특히 SNS상의 해시태그(#)이며, 때로는 패션을 이용하기도 한다.

또 미닝아웃은 소비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은 비싸고 그 기능과 품질은 다소 떨어질지라도 자기 신념과 가치관에 부합하는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신념과 가치관을 표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소비를 ‘가치소비’라 부르기도 한다. 그동안 소비문화는 개인화, 특이화, 경쟁관계, 질투 등 반사회적 사회화를 조장하여 사람들을 분리시키고, 우리의 자율성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러나 MZ세대는 오히려 소비를 통해 자기신념과 가치관을 표현하면서 착한 소비를 넘어 '의미'를 창출하고 있다.

이렇게 미닝아웃을 지향하며 가치 소비적 성향을 지닌 MZ세대가 이제는 교회가 제공하는 신앙경험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것이 나와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교회가 어떠한 방식으로 그것을 제공하는지 묻기 시작한 것이다.

교회에서 제공하는 신앙경험의 첫 번째 목적은 당연히 그리스도인을 만드는 것, 더 구체적으로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를 길러내기 위함이다. 마가복음 8장 34절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라는 말씀은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려는 이들이 따라야 할 지침, 즉 제자도로 알려져 있다.

이것을 단순히 매 주일 교회에 출석하고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을 의미하는 것으로 축소하거나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참 제자를 길러내는 신앙교육은 이제 교회 안에서뿐만 아니라, 교회 밖 세상에서도 그 쓸모와 진가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신앙인을 기르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나 교회의 권위자가 세상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문제에 정답을 제시하고,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 안내자, 조력자, 촉진자가 되어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청년 스스로가 ‘어떻게’ 그리고 ‘왜’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다음 호에 계속)

도림교회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강의중인 이은경 교수. 가스펠투데이 DB.
도림교회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강의중인 이은경 교수. 가스펠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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