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순례] 전세사기 없는 나라를 꿈꾼다
[독서 순례] 전세사기 없는 나라를 꿈꾼다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3.05.29 2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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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유의 『전세』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막대한 전세 사기가 해결되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그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그나마 5월 말에 국회에서 전세 사기 특별법을 논의하고 관련법을 제정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피해자의 기대치에는 현저하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세 사기의 메커니즘을 알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전세 제도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한다. 아마도 한국인 중에 전세 제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다수 한국인이 한때 전셋집에서 살았거나, 현재 전셋집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인에게 전세 제도가 너무 익숙하다 보니 전세 제도의 위험성을 일상에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현재 수도권을 강타한 전세 사기는 전세 제도를 향한 대다수 한국인의 과신을 사기꾼들이 악용해서 발생한 게 아닌가 싶다.

공교롭게도 한국 출판계에 전세 제도를 자세하게 소개하는 책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나마 경기대학교 김진유 교수가 집필한 『전세』라는 얇은 책이 전세 제도의 핵심을 잘 소개하고 있다. 『전세』는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지난 2022년에 출판되었고, 전세와 관련된 10개의 항목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편집되었다. 책의 서두에서 김진유 교수는 한국의 전세 제도가 단지 보증금을 내고 공간을 빌리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사금융 제도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전세는 비공식적인 주택금융 시스템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소유한 주택의 점유 및 사용권을 내주고 보증금을 받아 필요한 목적에 사용하는 일종의 사금융 제도다. 실제로 주택금융 전문가들은 전세 계약의 본질을 금융거래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전세의 원류라고 볼 수 있는 가사전당이나 안티크레시스가 임대차의 목적보다는 원래 집을 제공하고 대출을 받는 제도였다는 사실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김진유 교수의 말에 따르면 집을 빌려주는 집주인은 임차인에게 집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전세 보증금을 무상으로 빌리는 것이기에 2년간의 전세 계약에서 집주인은 채무자가 되고 세입자는 채권자가 된다. 전세 제도를 일종의 사금융 제도라고 생각한다면 세입자가 거의 정보가 없거나 신뢰할 수 없는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맺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세입자는 금융권에서 전세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마련해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맡긴다. 그런데 집주인이 애당초 이 전세 보증금을 다시 돌려줄 생각이 없거나 혹은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을 때 보증 사고가 발생한다. 이러한 보증 사고는 전세 제도가 정식으로 도입된 20세기 중반에도 늘 있었던 문제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에 발생한 전세 사기는 과거의 보증 사고와 양상이 다르다.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건설업자, 부동산, 브로커 등이 개입하여 대다수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공공연하게 약탈한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전세 사기를 피하고 싶다면 세입자가 전세 제도를 막연하게 신뢰하기보다 이를 조금 비판적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번 잃은 보증금은 다시 돌려받기 매우 힘들다. 국가에서 전세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 세입자가 『전세』를 읽으며 전세 제도의 장점과 단점을 면밀하게 살펴본다면 전세 사기의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황재혁 목사<br>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br>​​​​​​​본보 객원기자
황재혁 목사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본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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