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물고기 ‘무게’에 있는 우주의 지분
[예술과 목회] 물고기 ‘무게’에 있는 우주의 지분
  • 백우인 목사
  • 승인 2023.05.29 2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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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있는 존재들의 무게를 알 수 있을까?

어느 시인은 영혼을 달 수 있는 저울이 이승에는 없기 때문에 생명 있는 존재들은 그 무게를 모른다고 말하였다. 저울 위에 올려두면 숫자로 무게를 나타내 줄 것인데, 왜 무게를 알 수 없다고 한 것인지 ‘무게’와 감응하는 길을 나서보았다.

무게는 질량과 중력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힘이다. 변수인 질량과 중력을 따라가 보자. 질량은 물체 내부를 이루는 물질의 양으로 물체의 크기나 형태와는 상관없는 값이다. 중력은 물체와 물체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관계의 힘이며 질량에 비례한다. 생명체들의 질량은 측정할 수 있겠으나, 생명과 생명의 관계에 의해 생긴 무게는 측정할 수 없다. 존재하는 것들의 ‘관계’는 촘촘한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관계의 경계를 정확히 자를 수가 없다는 데에 바로 불가지성이 있다.

이는 생명이 없는 대상도 다르지 않다. 예컨대 파도를 생각해보자. 파도는 기상학적 자연 현상이다. 기상학적 자연 현상인 파도는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과 연관된다. 다양한 사건들은 또 어떠한가? 파도는 자연과 생명이 만들어 낸, 작용과 반작용, 길항작용, 인력과 척력이 상호작용하여 저마다의 형편과 사연이 만들어 낸 것이다. 파도는 지구와 달의 상호작용이 있고, 달과 바다의 인력이 있으며, 대기의 조건, 해안의 생김새, 태양 에너지, 생명체의 출현과 소멸과 진화 등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촘촘하게 얽혀있는 이름이다.

따라서 파도는 지구 시스템 안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이름이다. 파도를 바닷물의 운동이라고 한다면, 공간인 바다와 바다를 이루는 내용물로서의 물과 그러한 내용을 가진 바닷물이 움직이게 하는 운동의 원인인 힘을 생각할 수 있다. 그 힘으로 인해 어떠한 운동을 하는지, 그리하여 그 운동의 결과는 생태계에 어떻게 되먹임 되는지까지 연결의 고리가 확장된다. 파도는 파도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듯 무게는 개체적인 값이 아니라 그물망으로 엮인 관계들의 총합, 즉 전 우주적인 값이다. 이러한 우주적 관계를 측정할 수 있으려면 저울은 우주보다 더 큰 값이라야 할 텐데, 그러한 저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든 비인간이든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 우주의 구성원으로 우주 무게의 한 부분을 이룬다. 그렇다면 당신의 무게에는 나의 지분이 있으며 우주의 지분이 기여한다.

질량은 어떻게 측정될까? 뉴턴의 운동 방정식 ‘F=ma’를 보자. 물체의 질량이 만들어 낸 힘은 중력이니 중력을 추적하면 질량이 어떻게 측정되는지 암시해 줄 터이다. 운동하고 있는 물체, 즉 가속하고 있는 물체는 중력을 만들어 내며 또 가속하고 있는 물체는 그에 해당하는 관성력을 갖고 있으므로 중력은 관성력과 같은 값이다. 이제 중력은 가속하고 싶지 않은 힘과 존재론적인 동일성을 얻는다. 뿐만 아니라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중력은 자신의 질량에 해당하는 만큼 공간을 움푹 파이게 하여 주변을 휘게 한다. 질량을 갖는 물체는 주변으로 자신의 힘을 드러내는데, 그 힘이 미치는 공간이 하나의 장이며 중력이 미치는 공간이므로 중력장이다. 중력장은 질량이 미치는 파급효과의 크기이다.

뉴턴은 공간을 하나님의 감각기관이라 하였다. 무게를 생각하다가 우리는 하나님의 감각기관에 도달하였다. 하나님의 감각기관에서, 무수히 얽히고 얽힌 관계의 그물망에 있는 인간과 비인간 모두는 서로의 존재 값(무게)에 일정 부분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곳은 서로의 질량이 만들어 낸 움푹 팬 공간에서 서로의 둘레를 쉼 없이 회전하는 곳, 피조물들의 처소이다. 우리가 걷다가 움푹 팬 길을 만나 쉬이 건너지 못하고 마침내 그 둘레를 머뭇거리며 주위를 맴돌게 되는 것은 서로의 중력이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내 삶의 무게를 당신과 온 우주의 존재자들이 느끼느라 존재자들의 둘레도 휘고 나의 둘레도 휜다. 그리하여 서로의 중력장이 겹쳐지는 곳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어깨를 다독이는 소리, 함께 부둥켜안고 울어주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겠다. 오염된 바닷물에 죽어가고, 죽어갈 물고기 한 마리의 무게를 우린 알 수 없지만, 온 우주가 출렁이며 휜다는 것과 하나님, 그의 온 감각이 요동친다는 것을 짐작할 수는 있지 않을까?

백우인 목사<br>감리교신학대학교 종교철학과 박사과정<br>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백우인 목사
감리교신학대학교 종교철학과 박사과정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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