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오스] 세상 유일의 소중한 우리를 찾아가는 공동양육
[엘레오스] 세상 유일의 소중한 우리를 찾아가는 공동양육
  • 황보람 사회복지사
  • 승인 2023.05.29 2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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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는 양육자가 피양육자를 ‘미아 스텔라 Mia Stella, 나의 별!’이라 부른다. 미오 아모레 Mio Amore, 나의 사랑! 미아 조지자 Mia Gioia, 나의 기쁨! 미오 테조로 Mio Tesoro, 나의 보물! 따사롭지 않은가. "너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야." "네가 있어서 별이 뜨고 보물도 생기는 거야." (…) 세상의 모든 인간에게는 고유함이 있다. 각자의 고유함을 인정해줄 때 존재감이 형성된다. 내가 존중받으며 성장할 때 타인도 나를 존중하는 법이다.

-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밀라논나 이야기』 중에서 -

미혼으로 자녀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 키우는 일을 거듭니다. 이렇게 불현듯 공동양육 전선에 들어선 제 눈에 들어온 글귀입니다. (업무로 형성된) 핏줄로 얽히지 않은 관계에서 단순 돌봄이 아닌 가족만큼의 끈끈함으로 양육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내 아이 믿고 맡길 어린이집은 없어지고 요양원과 주간보호센터는 점차 늘어나는 초고령 사회에서 공동양육의 일원이 되는 방법을 어떻게 제시할까요? 인간성 상실의 시대, 양육조차 자본에 맡기는 것이 심화되는 현실 속에서 자녀들에게 진정 물려주어야 할 가치관을 오롯이 지켜나가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러한 당면과제들을 두고 지역 조직화 사업의 일환인 공동양육을 시작한 지 근 3개월이 되었습니다. 사회복지사로 프로그램화하고 구조화하는 것을 넘어 양육 동지이자 관찰자의 입장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놀면서 자라고 살면서 배우는 아이들』, 『함께 키우는 우리 아이』, 『아이 함께 키우며 더불어 살아가기』, 『쫄지 않는 부모 빽있는 아이』 등등. 코로나19 팬데믹을 보내며 수많은 책과 자료를 수집하고 읽었습니다. 선진지 견학을 다녀오고 자문과 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글로 배운 양육을 3개월 정도 거들어보니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녀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키우는 것에 적극 동의하지만,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 앞에서 양육자의 가치관이 흔들립니다. 사랑과 신뢰,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에 관해 알려주는 곳은 많지도 않을뿐더러 그 의미가 퇴색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마을복지관이 제시하는 공동양육 가치의 남다름과 차별화는 부모·자녀만의 일이 아닌 공동체의 사활이 걸린 일이어야 했습니다. 당장의 돌봄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인구소멸에 따른 지방 위기, 곳곳에서 일어나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선포에 포함된 기후정의, 빈곤퇴치 등 미래세대와의 연관성을 피력합니다. 온 마을의 어른이 양육자로 나서는 것에 적극성을 가질 뿐 아니라 주민 스스로 자원을 동원하고 끈질기게 논의하며 마을이나 공동체만의 독창적인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에 적극 도전합니다.

농산어촌에 위치한 통합형 복지관의 공동양육 모델의 초석은 물리적으로 복지관 건물은 물론이고 마을에 있는 교회가 아동들이 생활하는 터전이 되었습니다. 장애아동이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화가로 활동하는 장애 당사자가 미술과 돌봄 교사로 초빙되어 수업을 진행합니다. 우리만의 자원을 강점이라 여기고 시도하나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 아이들끼리 어울려 노는 것이 마냥 즐겁다가도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토닥토닥 적응이 필요하고 마주치는 장애인, 어르신이 아직은 어색합니다.

서로를 소중한 존재로 바라봄이 낯선 공동체와 시대에 나누고픈 것은 ‘어느 말의 자서전’이라는 부제가 달린 『블랙 뷰티』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하는 장애를 가진 저자 애나 슈얼은 자신의 이동을 책임져 주는 말을 동지로 여깁니다. 온갖 고초를 당하는 동물을 바라보던 연민이 어느덧 세상을 울리는 글이 되었습니다. 동물복지를 다룬 최초의 소설을 남기며 동물 의인화 기법의 선두 주자가 되었습니다. 집필 마무리에는 그녀의 목소리를 옮겨 쓰다시피 한 가족의 수고와 헌신까지 더해져 그녀의 작품은 2003년 BBC가 실시한 영국인이 가장 사랑한 책 ‘빅 리드(The Big Read)’ 설문 조사 58위를 기록합니다. 『블랙 뷰티』로 점철된 그녀의 삶과 같이 공동양육은 우리 아이들이 별과 같이 소중함을 일깨워주며 타인들도 그런 존재임을 삶으로 알아가게 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 빛이 지역사회 곳곳이 밝혀지길 바라며 또 한 걸음 나아갑니다.

황보람 사회복지사<br>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종합사회복지관 지역공생팀 팀장<br>​​​​​​​전북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황보람 사회복지사
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종합사회복지관 지역공생팀 팀장
전북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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