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정호승 시인은 이렇게 외로움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설파했다. 철학적 실존적 외로움은 독립된 자아를 발전시키고 정신세계를 고양하지만,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사회적 외로움은 많은 사람에게 정신적 독이 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외로움은 조기 사망 가능성을 26∼29% 높였다. 매일 담배 15개비씩을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심장병 위험도 29%, 뇌졸중 위험도 32% 커진다고 했다. 고립됐다는 느낌이 불안감 우울증 치매와 연관되고, 바이러스 감염이나 호흡기 질환에 더 취약한 상태를 만든다는 연구도 나왔다. 외로움을 비만이나 약물중독 같은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지난 2022년 한국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외로운 대한민국, 한국인의 고독 지수, 78점’이라는 흥미 있는 리포트를 발표했다. 이 연구소는 ‘정신병과 고독사의 중요한 원인이 바로 외로움’이라고 밝혔다.
외로움 문제는 사람들 사이의 왕래가 줄어든 코로나19 대유행기를 거치며 더 심각해졌다.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2019년 6월부터 2020년 6월 사이에 사회적 네트워크의 크기가 평균 16%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간관계 연결망이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코로나19를 통과하며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는 3378명으로, 최근 5년 동안 8.8%의 연평균 증가율을 보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매년 남성 고독사는 여성 고독사에 비해 4배 이상 많았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은 50∼60대로 매년 50% 이상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외로움과 고독은 더 이상 개인적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문제이다. 1인 가족의 증가와 기존 가족의 해체, 조기 은퇴와 사회안전망 미비 등 고독사를 낳는 요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늘고 있다. 외로움과 고독의 문제는 개인에게 맡겨둘 게 아니라, 교회와 국가가 관심을 갖고 목회와 정책적으로 다뤄야 한다.
외로움과 고독은 다양한 정책 수단이나 접근법으로 완화될 수 있지만, 특히 문화예술적 접근이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3천 개 이상 연구에서 문화예술이 질병 예방-건강 증진-질병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술 및 문화 활동과 건 -웰빙 간의 상관관계를 임상 연구가 입증함에 따라 치유 목적의 문화정책이 타당성을 갖게 됐다. 노인의 예술 및 문화 참여는 노화를 예방하거나 지연시킴에 따라 의료비용을 낮출 수 있으며, 어린이의 예술 및 문화 참여는 정서 발달을 촉진한다.
하나의 사례로, 2021년 영국 중앙부처 디지털문화미디어부(DCMS)가 코로나19 대응 지역사회 내 외로움 및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50여 개 문화예술 프로젝트에 대해 외로움과 고립감 효과를 측정한 결과, 문화예술활동 참여자 대다수가 “소외감을 덜 느낀다”, “내 삶에 더 만족감을 더 느낀다”, “외로움을 덜 느낀다” 등의 고무적 변화를 밝혔다.
한국 교회도 지역선교에서 이런 문화예술적 접근을 활용해봄 직하다. 국가와 공공기관이 지역사회에서 ‘사회연결 친화적 공공정책’을 편다면, 교회는 지역의 외로운 노장청년들을 끌어안는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좋을 것이다. 특히, 지역 내의 시니어 문화동아리들에 유휴 공간을 제공하거나 교회의 절기 문화행사에 외로운 노장청년을 초청해 교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 코로나19로 허물어진 ‘인간관계 연결망’을 사랑으로 꿰매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