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를 용서하는 살인 피해자 유족회’
‘가해자를 용서하는 살인 피해자 유족회’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8.05.31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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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가해자를 용서하는 살인 피해자 유족회’라는 단체가 있다. 인디애나 주 빌 펠케라는 사람이 만들었다. 1985년 열 여섯 살 소녀 폴라 쿠퍼가 마리화나를 피우고 펠케 할머니 집에 침입, 할머니를 온몸 서른 군데를 칼로 찔렀다. 그렇게 해서 손에 넣은 돈은 단돈 10달러였다. 쿠퍼는 미국역사상 가장 어린 여자 사형수가 되었다. 펠케는 쿠퍼처벌을 간절히 원했다. 사형선고가 나오자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남을 도우며 천사같이 살던 할머니라면 사형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고 생각했다. 펠케의 노력으로 쿠퍼는 징역 60년으로 감형되어 2013년 27년 만에 풀려났다.

1960년대 초 ‘한국에서 온 편지’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필라델피아에서 불량배에게 살해된 한국인 유학생 오인호씨 얘기다. 범인들이 유죄판결을 받은 뒤 필라델피아 시장에게 한 장의 편지가 날아왔다. 한국에서 피해자 아버지가 보낸 것이었다. “살인자들의 황폐한 영혼은 안타깝지만 우리가족은 관대한 처분이 내려져 이들이 새 삶을 이어가기 바랍니다.” 그는 “이들이 석방된 뒤 사회적응에 쓰기 바란다”며 500달러의 돈도 함께 부쳤다. 지역신문은 ‘악을 선으로 갚다’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했다. 용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도 분노와 증오와 응징하고픈 마음을 삭이기란 쉽지 않다. 기독교가 용서를 강조하는 것은 현실에선 남을 용서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네델란드 여성 코리텐 붐은 2차 대전 때 쫓기는 유대인을 숨겨줬다는 이유로 가족 모두를 강제수용소에서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 나중에 전도사가 된 그는 가족을 죽음에 몰아넣고, 자신을 옷 벗기고, 때렸던 수용소 간부를 맞닥뜨렸다. 그는 속으로 ‘하나님, 온 세상 사람을 다 용서해도 이 사람만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라고 부르짖었다고 한다. 사실 용서라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당신은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죽였지만 나는 당신을 용서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흑인교회에서 총을 난사해 아홉 명의 목숨을 빼앗은 백인 우월 주의자에게 한 유족이 이렇게 말했다. 다른 유족은 “다시는 엄마를 안을 수도, 엄마와 얘기를 나눌 수도 없지만 당신에게 하나님의 자비가 있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끔직한 사건 재판정이 화합과 치유의 생생한 증언 장이 되었다. “용서의 가장 큰 혜택은 용서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환경이나 사건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쉽게 조건화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마음을 다스리면 문제는 없다.

‘분노조절장애’라는 병이 있다. 분노의 폭발을 막으려면 속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요즈음은 무엇보다 마음치유가 필요한 시대이다. 내면 치유가 절실하다. 상한 감정을 치유하지 않고는 ‘욱’하는 세상을 치유할 수 없다. “원수를 사랑하라”하신 예수그리스도의 마음을 이식받아야 한다. 엘빈 토플러는 1970년 ’미래의 충격‘이라는 책에서 이미 예견했다. “라이프 사이클이 빨라지고 제품생산 사이클도 빨라지면서 친구조차 지속적으로 사귀기가 어려워지는 정서적 문제가 올수 있다.” 어떤 사람은 안타깝게 고백한다. “순간적으로 화가 폭발한다. 돌아서면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한다.”

바울은 에베소교회에서 성도들에게 ’너희는 모든 악독과 노함과 분 냄을 버리라’(엡4:31) 고 했다. 사회적 차원에서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쟁지상주의와 경제적 양극화에 있다. 어릴 적부터 능력에 따라 줄을 세우는 경쟁사회의 구조와 문화는 결국다수를 좌절시키고 이 좌절은 남에 대한 공격적 분노를 유발한다. 경제는 부(富)의 세습이 상대적 박탈감을 증대시킨다. 이 박탈감은 사회에 대한 증오를 가져오고, 이 증오는 주변인에 대한 잔인한 범죄로 나타날 수 있다. 경제지상주의와 경제적 양극화는 우리 사회를 소수의 ‘위너’와 ‘루저’, 또는 소수의 ‘엘리트’와 다수의 ‘잉여세력’으로 분단화 함으로써 좌절과 박탈감을 심화시키고 분노를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 참고 살자.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NCCK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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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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