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기독교는 어떤 노동 선교를 해야 되는가
[특별기고] 기독교는 어떤 노동 선교를 해야 되는가
  • 송기훈 목사
  • 승인 2023.05.18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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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산업선교회 재건축, 리모델링 한 외부 전경. 가스펠투데이보도팀.
영등포산업선교회 재건축, 리모델링 한 외부 전경. 가스펠투데이 DB.

경실련은 지난 5월 10일 출범 1주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를 평가하며 100점 만점에 21점을 매겼다. 그 점수는 전국 4년제 대학교 유관 분야 학과별 교수 345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의 결과이다. 종합평가에서 전체 응답자의 67.5%는 ‘매우 잘못했다’, 9%는 ‘잘못했다’고 답을 하여 부정적인 평가가 76.5%를 차지했다. 특별히 국정과제별 평가에서 ‘소통하는 대통령, 일 잘하는 정부’(24.78점), ‘노동가치가 존중받는 사회’(25.36점) ‘남북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 정착’(26.96점) 순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 중 노동조합과 크고 작은 전쟁을 벌이는데 정부의 공권력과 자원을 투입했다. 생산인구는 감소하고, 비정규직 차별은 증가하고 있기에 다양한 노사갈등 상황이 우려됨에도 ‘주 69시간 상한제’, ‘직무·성과급 확대’, ‘공무직위원회·안전운임제 중단’, ‘노조 때리기’ 등의 주요한 정책만 보더라도 ‘노동존중’ 보다는 ‘노동혐오’ 기조를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이 처음부터 강경했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노총을 방문하여 노동현장에서 나오는 의견들을 국정운영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 파업 때 실제 공권력 투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엄정대처 방침을 밝히면서 점차 노동자를 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기 시작하였고, 지난 11월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을 “명분 없는 이기적 행동”이라 규정하며 유례없는 ‘업무개시명령’을 두 차례나 발동하였다. 그 결과 여론조사에서 국정 지지율이 40%대에 근접하였다.

오른 지지율을 바탕으로 정부는 노동조합 때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건설노조를 ‘건설폭력배(건폭)’이라 지칭하며 노동조합 활동에 강요, 협박, 공갈 등 형법상의 혐의를 적용해 강압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하여 타워크레인 기사의 ‘월례비’를 구실로 전방위 적인 압박을 실시하였고, ‘노조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을 실시하여 회계자료 제출을 거부한 노동조합에 대한 법적조치 강구를 지시하고, 현장 조사까지 감행하였다. ‘노조때리기’, ‘노조 불법화’ 기조의 노동정책은 결국 비극으로 이어져 지난 5월 노동절에 압박을 이기지 못한 건설노조 조합원이 스스로 분신하는 일까지 발생하였다. 노사법치주의라 말하지만 사실상 법치의 탈을 쓴 노동탄압에 불과한 것이 드러났다.

또한 여성노동정책 역시 발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추진되고 있는 여성노동정책은 ‘일-가정 양립지원’이나 ‘경력단절 예방’ 등 기혼 맞벌이 여성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별 임금격차 등 구조적 성불평등을 해소할 정책이 마련되어야 여성의 고용 및 노동환경이 나아질텐데 현 정부는 여성의 노동참여를 저출생 대응을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기존 기독교에서 노동은 타락한 인간이 받은 ‘저주’로 주로 묘사되어 왔다. 살기 위해 억지로 일을 해야 하며, 노동은 고되고 힘든 것 이라는 노동혐오적인 가치관이 깊게 뿌리박혀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성서를 살펴보면 하나님의 수고와 노동으로 이 땅이 창조되었으며, 동시에 이 땅과 공존하는 일을 위해 인간을 청지기로 보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노동은 더 이상 ‘저주의 산물’이 아니라 창조세계 건설을 위한 거룩한 노동에의 참여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을 하나님께서 창조하셨던 세계로 만들어가기 위해 인간의 노동은 필수적이며, 하나님의 청지기적인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렇게 본다면 인간의 노동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며, 노동으로 인해 찾아오는 괴로움은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 정권의 노동기조는 노동의 시간을 늘리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모든 시도는 차단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에 저항하는 세력들을 ‘귀족노조’, ‘폭력’이라 규정하여 강압적인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방침은 노동을 혐오하고 저주하는 것이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 인간의 노동은 당연한 것이 된다는 전근대적인 사고에서 한발자국도 나오지 못한 것이다.

기독교 노동선교는 예로부터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노동자들의 처지에 공감하며,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직접 노동현장에 참여하여 노동현실을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노동선교 실무자들이 세워지고, 노동자들이 주체성을 가지고 노동현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차별들을 이겨낼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지원해주는 역할을 오래도록 해오고 있다. 그 전통은 지금도 영등포산업선교회를 비롯하여 많은 사회선교기관에서 공통적으로 간직하는 소중한 선교적 유산이다.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기 위해서는 사회선교단체 뿐만 아니라 지역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심방의 전통을 교우에 국한하지 말고 지역사회의 문제에 귀 기울이는 현장의 심방이 필요하다. 노동문제의 해결은 정부와 노동계의 협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로의 노동을 혐오나 차별없이 이해하고 받아주는 시민사회의 성숙한 태도가 없이는 노동문제의 해결과 더 나은 방향으로의 성장을 꿈꿀 수 없다. 총회 노동주일을 비롯하여 기존의 노동에 대한 선입견들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들을 지역교회에서 끊임없이 만들어가야 한다.

또한 노동자들의 처지에 공감한다는 것은 노동자들이 처한 구조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그를 위해 노동현장의 문제를 이해하는 훈련들을 이어나가야 하는데 각 교회와 지역에서 시작할 수 있는 노동관련 독서모임부터 지역의 교회와 선교단체들이 힘을모아 노동현장 기도회 또는 노동현장 훈련등의 프로그램을 함께 구상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아픔과 함께 하지 않는 교회는 점점 그 지지를 잃기 마련이다.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가장 낮다라는 것은 여전히 사람들의 기대 속에 기독교가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는지가 담겨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출범 1년을 맞은 정부는 21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더 귀 기울여 줄 것을 부탁한다. 건설현장에서 왜 그러한 노사갈등이 벌어져야 하는지 구조적으로 살펴보고, 하청-재하청의 왜곡된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산재와 각종 노동문제들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를 당부한다. 또한 여성, 청년, 노인 등의 노동 약자들이 처한 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앞장서서 하나님의 성실하고 거룩한 창조사역에 동참하는 기쁨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송기훈 목사
영등포산업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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