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2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기소한 가운데, 정부가 한 위원장의 면직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이사장, 조성호)은 “정부는 방송의 정치 도구화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결코 그런 몰지각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만에 하나 그것이 현실화될 경우 윤 정권의 몰락을 재촉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사퇴를 집요하게 압박해왔다. 집권 초인 지난해 6월,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상혁 위원장을 향해 ‘후안무치하다, ‘자리욕심을 낸다’며 비판하고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이를 두고 자유언론실천재단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 당시 박재완 전 국정기획수석이 정연주 KBS 사장을 향해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도어스테핑에서 한 위원장에 대해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이라며 국무회의에서 배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는 불과 3년 전인 2020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국정감사에서 ‘임기는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어떤 압력이 있어도 소임을 다 하겠다고 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라며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아전인수식 논리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상혁 위원장이 압박에 굴하지 않자 감사원, 검찰 등 사법기관은 수개월에 걸친 감사와 압수수색을 감행했다. 그리고 검찰은 2020년 TV조선에 대한 방통위의 ‘조건부 승인’ 과정에 점수조작이 있었다며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한 위원장을 기소했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성명서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사실을 신뢰하기 어려울뿐더러, 그것이 설령 형식적인 기소 요건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검찰 기소만으로 면직 조치를 취하는 것은 그 자체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 법률위반이며 권력 남용이라고 판단한다”면서 “의혹만으로 면직되어야 한다면 똑같은 잣대로 국민의힘 대표 선출 과정에서 공천개입 등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를 위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윤 대통령도 권좌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방통위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8조는 법률에 따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 외에는 면직되지 않는다고 규정해 방통위원에 대한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며 “신분보장을 법으로 명문화한 이유는 독립성을 담보해야 할 방송을 관리, 감독하는 규제기구로써 방통위가 여타의 정부 부처와 달리 독립적 합의제 기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기가 채 3개월도 남지 않은 위원장을 쫓아내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언론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영방송의 이사와 사장에 대한 실질적 임명권한을 가진 방통위원장을 교체해 방송을 장악한 후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에 유리한 보도를 생산해내려는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한다.
끝으로 자유언론재단은 “언론을 장악해 국민여론을 좌우하고자 한 정부는 흑역사의 길을 걸어왔다”며 “정부는 언론탄압이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