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거칠어지는 언론의 말과 글
갈수록 거칠어지는 언론의 말과 글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8.01.3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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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순한 혀는 곧 생명 나무이지만 패역한 혀는 마음을 상하게 하느니라” 잠언 15장 4절

갈수록 언론이 거칠어지고 있다. 거친 정도가 아니라 폭력적이다. 신문의 헤드라인이 거칠고 TV화면이 폭력적이다. 인터넷은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팟캐스트 방송은 마치 가파른 언덕길을 내달리는 브레이크 고장난 자동차처럼 폭주 중이다. 거칠고 심한 표현과 거의 욕설에 가까운 비어가 난무한다. 진행자나 출연자들은 마치 선술집에서 나누는 잡담 수준의 대화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런데 거친 언어나 영상은 연쇄적으로 증폭되는 속성이 있다. 한번 쏟아놓은 폭력적 언어나 영상은 몇 배 더 심한 표현으로 증폭되어 다른 언론으로 확산된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언론들은 앞다투어 거친 언어 경쟁, 폭력적인 장면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잔인하게 피를 흘리며 싸우는 격투기 경기와 다를 바 없다.

거친 언론은 거친 세상을 만든다. 언론을 통해 개인과 사회가 거칠고 폭력적인 언어나 영상에 자주 노출되면 자연스럽게 세상이 거칠어진다. 학습되기도 하고 모방하기도 한다. 어린아이가 욕부터 배우듯이 세상도 거친 언어나 영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열광한다. 이런 독자나 시청자의 반응은 곧 구독률이나 시청률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국 언론의 폭력성은 수익성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갈수록 그 정도와 강도가 심해진다. 제4부로 불리어질 만큼 막강한 힘을 지닌 언론의 폭력성은 그만큼 파급력과 확산력이 강해 한 사회 전체를 폭력사회로 만들 수 있다. 대다수의 강력범죄가 TV범죄 수사극을 모방해서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만큼 언론의 폭력성은 위험성이 크다.

사회적인 영향력이 큰 정치인들의 언사 또한 거칠고 폭력적이어서 사회적 지탄이 되기도 한다. 차분히 사건이나 사안의 본말을 설명하고 논리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품격있는 정치인의 언어는 내용의 진위나 찬반 여부를 떠나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본시 정치가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면 먼저 정치인들의 언사부터 부드럽고 차분해져야 할 것이다. 상대 정당이나 진영을 비판하거나 공격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칠고 폭력적인 언어를 총동원하는 정치인들의 언사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내용은 없고 거칠고 폭력적인 언어로만 가득 찬 억지 주장으로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일시적인 대리만족은 가져다 줄 수 있어도 신뢰감을 바탕으로 한 지지자를 만들 수는 없다. 오히려 국민을 짜증나게 하고 국민으로부터 멀어질 뿐이다.

이런 거칠고 폭력적인 정치인의 언사는 언론을 통해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된다.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기보다 한 술 더 떠서 오히려 부풀리고 확대해서 원문보다 훨씬 더 거칠어진 표현으로 세상에 알려진다. 언론이 흥분한 정치인의 언어를 정제하거나 분별해서 국민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좋은 의미의 게이트키핑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사실과 진실로부터 국민들을 멀어지게 만드는 장애물로 작용하기까지 하는 게 오늘날 언론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오죽하면 언론의 기본 사명인 팩트체크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을까. 과거 언론은 국민의 국어 교과서 역할을 했다. 좋은 글, 바른 말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좋은 교과서로 신문과 방송을 활용하곤 했으나 오늘날 언론에 이런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신문과 방송의 글과 말 속에 이런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중스타 중에도 거친 말과 행동으로 인기를 유지해가는 사람들이 있다. 고성과 괴성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삼아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유형의 방송인들이 대표적인데 갈수록 이런 부류의 방송인들이 늘고 있다. 맞춤법을 지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어나 속어를 자주 사용하고 국적 없는 언어 표현을 아무런 고민 없이 마구 사용한다. 시청률을 높이는 것이라면 아무 말이나 내뱉어도 상관없고 심지어는 욕설에 가까운 표현을 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오락물이라는 특성 때문에 느슨해진 심의나 통제 시스템을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바른 언어 표현에 대한 의식도 없고 능력도 없는 일부 방송인들의 거칠고 폭력적인 언사는 정치인들의 경우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특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거친 언어 표현의 문제는 오늘날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언론의 공적 기능과 교회의 공적 기능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걱정과 함께 한국교회도 거칠어지고 있다. 교회에서 사용하는 언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거친 말과 글들이 난무한다. 물론 교회 자체가 거칠어지고 있는 게 가장 큰 요인이지만 같은 내용이라도 순화하고 정제해서 말과 글을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하는데 오늘날 일부 교회나 교계는 그런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 교회의 권위가 이런 잘못된 소통 문화를 감시하고 바로잡아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오늘 교회의 현실이다. 하루빨리 교회의 올바른 권위를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사회적 영향력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한 세상이다. 우선 교회언론이라도 거친 말과 폭력적인 표현들을 자제하고 바른 말, 고운 말을 사용하는 길잡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기태 교수

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국미디어교육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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