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제3자지원난임치료
[논설위원 칼럼] 제3자지원난임치료
  • 김승호 교수
  • 승인 2023.04.07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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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대한보조생식학회에서 <제3자지원난임치료>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제3자지원난임치료란 난임 상태의 여성이 제3자의 정자, 난자, 혹은 배아를 공여 받아 출산을 가능하게 하는 치료를 의미한다. 물론 대리모 시술도 이에 포함된다. 의학계, 법조계, 대통령직속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보건복지부, 종교계, 언론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제와 관련하여 각자의 견해를 피력했다. 제3자지원난임치료의 문제점에 관한 지적도 없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심포지엄의 분위기는 이 이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난자가 출산 아기의 DNA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근거로 하여, 이에 대한 막연한 거부나 문화적 폐쇄성을 걷어내고, 제3자로부터의 난자 공여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또한, 현행법의 미비점을 지적하면서도 현재 제3자지원난임치료에 관한 법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은 이를 법적으로 제한할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법적 해석도 제안되었다. 게다가, 저출산 문제 해결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제3자지원난임치료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고려하지는 못했다는 솔직한 고백(?)도 있었다.

종교-윤리적 입장에서 발제한 필자는 제3자지원난임치료가 초래할 문제점을 피력하는 데 주력했다. 기본적으로 개신교와 천주교는 제3자지원난임치료를 반대한다. 그것은 출산 과정에 부부가 아닌 제3자의 생식세포와 배아가 관여하는 것 자체를 기독교 생명윤리에 위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제3자지원난임치료는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전통적인 부부관계와 가족관계를 해체할 수 있고, 사람들이 과학과 의학 기술을 과도하게 의존하게 할 수 있으며, 우생학적 문제를 심화시켜 차별을 정당화하는 사회로 나아가게 할 소지가 있다. 또한, 정자 난자 배아 매매가 성행할 수 있고, 출산 자녀의 친부모 여부에 대한 법적 논란 또한 야기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난임부부의 고통을 외면만 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한국교회는 난임부부의 출산이 성경적 가치, 즉 건전한 신학적 정당성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제안한다. 즉, 난임부부의 고통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현재 상당수의 한국교회 교단은 난임부부의 생식세포를 사용하는 시험관 수정을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난임부부의 정자와 난자를 사용하여 시험관에서 수정된 배아들 가운데는 사용되지 않은 배아들이 필연적으로 남게 되는데, 이 배아들은 5년간 보존 후 폐기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배아가 생명이라면, 이러한 배아 폐기는 곧 생명을 죽이는 일이다. 그러므로 생명을 구한다는 차원에서, 현재 북미의 보수적 성향의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제3의 남녀에 의해 생성된 배아들 가운데 사용되지 않은 배아를 입양하는 배아 입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이슈가 아직 한국교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지만, 머지않아 배아 입양은 한국교회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경쟁력의 하락을 초래하는 심각한 국가적 이슈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저출산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대책이 봇물을 이루었지만, 그 효과는 여전히 미미한 가운데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국내 의학계가 제3자지원난임치료를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으로 제안하고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여 이를 보다 확산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역사적으로, 한국교회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왔다. 생명윤리 이슈는 단지 의학계의 전유물이 아니다. 성경과 교회의 역사는 인간 생명의 출산과 죽음에 관한 지혜를 함축하고 있다. 첨단 생명윤리 이슈에 대하여 교회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교회의 책임 방기가 아닐 수 없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는 말은 세상 이슈에 대한 교회의 방향 제시를 포함한다. 점점 더 과학과 의학 기술이 성경적 가치를 압도하는 시대에, 교회가 단지 교회 내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다면, 이는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한국교회는 교단적 차원에서 그리고 교회 연합 차원에서 생명윤리 이슈를 다루는 공론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이러한 빛과 소금의 책무를 등한시한다면,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성경적 가치와는 무관한 사회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김승호 교수 (영남신대, 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김승호 교수
영남신대
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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