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포스트휴먼 시대에 신학과 인간학의 만남
[논설위원 칼럼] 포스트휴먼 시대에 신학과 인간학의 만남
  • 김은혜 교수
  • 승인 2023.03.23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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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은 말 그대로 ‘인간 이후’라는 의미로,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 시대를 의미한다.

포스트휴먼은 트랜스휴먼(trans-human),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생명(artificial life), 사이보그(cyborg), 냉동인간(cryonics), 사이버 자아(cyber-self) 등 다양한 용어와 개념으로 설명되고 있는데, 그 공통점은 인간의 한계와 조건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욕망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특히, 기술의 발달로 인간과 기계가 융합되고 경계가 사라지는 현상을 다룬다. 따라서 ‘포스트휴먼’ 담론은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가져다주며, ‘신앙의 주체로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가능하게 한다.

전통적 신학 담론에는 몸과 영혼을 분리하는 왜곡된 이원론적인 인간 이해가 오랫동안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포스트휴먼 시대의 ‘몸’은 문화적 체현의 장소로 끊임없이 새롭게 변형되고 만들어 지고 있다.

또한 포스트휴먼 담론은 오랫동안 모든 사물의 척도였던 인간을 탈중심화하면서 오히려 포스트휴먼의 시대에는 ‘인간적인 것’의 진정한 의미를 고려하는 도덕적 감수성과 인간의 공감 역량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고위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이 세계를 살아가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포스트휴먼의 등장은 도전과 사명을 동시에 주고 있다.

성육신은 신이신 하나님이 한 인간의 신체와 그 신체가 생존할 수 있는 물질적 환경 안에 들어오심으로써 만물과 관계 맺으신 사건이다(엡1:10). 따라서 인간의 ‘몸’은 하나님의 초월이 재현되는 자리이자 하나님 계시가 실현되는 성육신의 의미가 담긴 ‘생명’ 그 자체다.

성육신 신학적 관점에서 포스트휴머니즘은 인간과 기계 기술과 몸의 관계 속에서 신체의 생동감과 삶의 의미를 담아내는 기술이 되도록 비판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성육신 신학은 신체와 물질적 조건 그리고 비물질적인 것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해석하고, 기술과 몸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여전히 신체가 존중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로써 성육신 신학은 포스트휴먼니즘이 몸을 소외시키는 탈신체적 기술만능주의로 빠지지 않도록 방향을 안내 할수 있다.

생명공학이나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이 과거의 과학기술과 구분되는 지점은, 이 기술들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수준에서 인간 본성과 자연 세계에 대한 인간의 개입 능력을 급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우리는 물질뿐 아니라 생명이나 정신마저도 우리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시대를 살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뿐 만아니라 포스트바디(post-body) 시대가 도래함으로 인간의 생물학적인 몸을 마치 ‘정보체’로 환원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기술을 매개로 점차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이 융합되는 신체가 인간의 새로운 존재 조건이 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간은 “육화된 존재들”로서 독특성을 지닌다. 육화는 단지 “어떤 신체를 소유”하는 데에 있지 않다. 육화는 곧 “살이 되는 것”이다. 즉 성육신은 하나님이 추상적인 몸이 되신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그리고 ‘생기 있는’, 고통과 기쁨을 느끼고 교감하는 “육신”이 되신 것이다.

따라서 ‘말씀이 살이 되었다’(요1:14)라는 요한의 놀라운 진술은 그리스의 추상적인 로고스 개념과 근원적으로 양립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성서의 몸과 성육신의 신체는 근대의 이원론적 인간 이해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포스트휴먼 시대의 탈신체적 정보로서의 몸과 ‘살아있음’ 그리고 ‘살(σάρξ)’과 분리된 기계적 신체를 극복하게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여전히 ‘가치를 지향하고 행동하는 살아 있는 몸’으로서 인간을 바라보게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예견되는 최첨단 기술의 발전은 기술, 자연, 그리고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기술은 기술-기계-인간의 얽힘의 관계 속에서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독교의 성육신 신학은 포스트휴먼 시대의 과학기술의 최우선 목표가 몸과 영혼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함께하는 삶의 의미를 제공하는 기술의 개발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아무리 기술이 급진적으로 발전한다 해도, 여전히 가치를 지향하며 윤리적으로 살아가는 몸의 존재인 인간의 책임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기독교는 그동안 첨단기술이 제기하는 인간 이해에 대한 여러 도전에 만족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현실을 깊이 성찰하면서, 인간과 기술의 공생을 위한 다방면의 깊이 있는 소통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할 것이다.

김은혜 교수 <br>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 문화<br>
김은혜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 문화
본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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