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포레스트 검프〉 - 바람에 날리는 흰색 깃털 같은 인생에서
[영화와 복음] 영화 〈포레스트 검프〉 - 바람에 날리는 흰색 깃털 같은 인생에서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3.03.21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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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작은 깃털 하나가 바람에 몸을 맡기며 마을 이곳저곳을 날아다닌다. 아래로 내려는가 싶더니 다시 위로 올라갔다가 한가로이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긴 검프의 흙 묻은 운동화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검프는 자신이 인생과도 같은 그 흰 깃털을 소중하게 주워 보물상자 가방에 정성스레 담는다. 그리고 옆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인생의 의미를 일깨워준 엄마의 말을 전하며 말을 건다. “엄마는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은 거라셨어요. 어떤 초콜릿을 먹게 될지 모르니까요.” 평범하지 않은 한 남자의 특별한 인생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톰 행크스의 멋진 연기로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뛰는 모습 그 한 장면만으로도 인생의 교훈을 얻게 만드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선천적으로 등뼈가 조금 굽은 이유로 다리가 불편하고 지능이 약간 떨어지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인생을 살아온 한 청년의 삶을 보여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구만큼이나 다양한 삶은, 그러나 그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헤쳐 나가는지에 따라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각인될지, 아니면 보잘것없고 후회 가득한 지우고 싶은 악몽으로 새겨질지 결정된다. ‘금수저 대 흙수저’의 관계로 이미 태어날 때부터 삶의 방향과 결과가 결정되는 듯한 오늘 이 시대에, 그럼에도 인생은 아직 결정된 게 아니며 여전히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마치 구겨진 흰 도화지 위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자기만의 명작을 그려내는 화가처럼 말이다.

주인공 검프가 여러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두 여인의 말과 힘의 영향이 크다. 먼저, 보통 사람에 비해 불편한 다리와 어눌한 지능을 가졌지만 남과 다르지 않게 자존심을 세워주며 키워낸, 인생은 아직 결정된 게 아니라 만남과 선택에 따라 바뀔 수 있으며, 그래서 최선을 다해야 함을 일깨워준 엄마(샐리 필드)의 뚝심과 신뢰이다. 다음으로, 누구에게나 거절 받는 상황에서 선뜻 옆자리를 내주며 기꺼이 말동무가 되어주고, 그에게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주문한 제인(로빈 라이트)의 격려이다. 검프는 위기의 상황에서 이 두 여인의 말을 기억해내며 용기 있게 삶을 돌파해간다. 그러고 보면, 한 사람의 인생에서 누구와 어떤 만남이 있는가는 삶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임을 알게 된다.

영화는 1960년대 미국의 역사적 사건들과 오버랩하면서 진행된다. 민권법이 생기면서 비로소 대학들에 인종차별이 폐지되어 최초로 흑인이 남부 앨라배마에서 대학입학이 허용되는 순간, 젊은 정치인 케네디 암살사건, 미국의 달 착륙, 갈등의 베트남 전쟁, 워터게이트 등은 현대사를 가르는 중요한 사건이다. 검프는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이지만 등장한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소수 엘리트만의 전유물로 여겨질 수 있는 역사의 중심에 등장하는 검프의 모습은 크고 화려하고 특별한 사람뿐 아니라 작고 보잘것없다고 생각되는 보통 사람 역시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인생은 항해이고 여행이다. 그런데 이 여정은 결코 계획대로만 흘러가진 않는다. 예기치 못한 난관과 돌발변수가 발생하고, 때때로 좌초하여 그만 멈추라고 위협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때마다 관객에게 외친다. “Run Forrest Run!” ‘멈추지 말고 뛰어나가라’는 이 주문은 삶이 힘겨워 이제 그만 멈췄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 마라톤과 같은 인생은 결국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어간 자가 승리자가 됨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렇게 삶을 살아갈 힘은 결국 한결같은 믿음과 순수함으로 곁을 지켜준 친구와 포기하지 않고 집중하는 열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요즘 뉴스를 보면 세상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과연 희망이 있는 걸까? 하지만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검프의 흙 묻은 운동화 위에 떨어진 흰색 깃털은 희망의 씨앗이다. 마치 고통과 죽음이 기다리는 예루살렘의 십자가가 절망과 패배가 아니라 부활과 생명의 위대한 반전을 위한 하나님의 히든카드였던 것처럼 말이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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