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오스] 사람마다 스스로 주인 되어 살게 하는 마중물
[엘레오스] 사람마다 스스로 주인 되어 살게 하는 마중물
  • 황보람 사회복지사
  • 승인 2023.03.16 2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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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이후 3년 만에 캄보디아를 다녀왔습니다. 8번째 방문입니다. 10년 전에 처음 만난 이곳의 발전 가능성은 이제 더 창대해졌습니다. 하지만 사회복지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는 황무지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땅을 향한 선교사님들의 가치와 신앙관을 보고 배우다 보면 동일한 고민에 공감하는 바가 많아져 놀랍습니다. 2013년 첫 방문 당시 인상 깊었던 것은 IT센터 건립을 통해 기술을 가르치는 등 현지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풀뿌리 사역이었습니다. 이후로 만난 여러 선교사님도 내용이나 도구가 다를 뿐 본질은 하나였습니다. 내가 떠나더라도 이들이 할 수 있는 것! 선교지에서의 떡과 복음은 남은 사역자들과 길러진 제자들이 주체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열매를 남기는 영적 ‘마중물’이었습니다.

현장과 공간은 다르고 거리는 떨어져 있을지언정 한국의 사회복지 현장과도 크게 그 결이나 지향점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통합형 복지관의 특성상 경험하는 장애인복지와 사회복지관 조직화 업무만 하더라도 현장에 더 이상 서비스 전달이나 제공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그 너머의 일들, 즉 자립할 수 있도록 거들고 돕는 가치가 관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책 흐름도 종이 한 장이라고 할 만큼의 차이지만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와 더불어 개인의 특성과 선택을 조금 더 세밀하게 반영하는 ‘커뮤니티 리빙(community living)’을 향한 지향성이 보입니다. 이를테면 장애인 당사자와 관련한 ‘탈시설(de-institutionalization) 정책’은 ‘자립 지원’과 같은 이름으로 다양한 주거 형태나 지원을 선보이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캄보디아와 한국의 흐름을 톺아보며 ‘스스로 주인 되어 사는 삶’에 대한 고찰을 나눕니다. 이 가치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사회복지 실천의 마음가짐이 달라진 시점이 있습니다. 정해진 프로그램을 이행하고 목표량을 이루고 성과 발표회를 성대하게 치르면 되었던 패턴에 물음표를 던졌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들이 하고 있는 사업을 보면 마을로 찾아가는 돌봄 사업을 행하는 생활지원사들이 어르신들에게 정해진 서비스 이외에 동료들을 위한 원데이 클래스 강사로 나서도록 주선합니다. 보수가 더 주어지는 일이 아니더라도 종사자 소진 예방이나 지역사회 자원으로서의 역량을 더해 가는 자기 성장이 이뤄집니다.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하천의 쓰레기를 줍다가 이곳에 꽃을 심어 마을을 꾸미자는 의견을 더 내기도 합니다. 단순노동을 넘어 마을의 가치를 새롭게 하는 결실이 열립니다. 마을 실버주택에 거주하는 어른들은 활동가가 되어 주민 회의를 주관하고 내 이웃을 돌보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학령기 부모들은 ‘공동양육’이라는 이름으로 자본·학벌주의에 휩쓸리기보다 우리만의 가치로 든든한 ‘빽’이 되어 아이들을 키워보겠다고 나섭니다. 재원도 주민 스스로 마련하는 노력을 더합니다. 이 모든 활동의 뚜렷한 핵심은 지역사회 안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이를 위해 기관은 연계하고 보조하며 마을의 자원들이 구슬처럼 엮이는 더미들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서비스·지원 사업에 의존하게 하기보다는 주어진 도구들은 단지 ‘마중물’이라는 관점을 공유합니다. 주민들이 끊임없는 지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인 되어 행복을 이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마중물’의 관점은 10년, 20년 이후를 내다보게 합니다. 아동이 자라 어른이 되어서 살기에도 좋은 우리 마을. 10년을 더 건강하게 살아가실 우리 어르신이 주체적으로 살기에 건강한 마을. 성인기를 지나 장년기를 바라볼 고령 장애인, 언젠가 자녀를 낳아 가정을 이루거나 언젠가 나이가 들어서 이 마을에 머무를 성인 등 주민 모두에게 유익함을 알기에 서로의 개성과 주체성을 존중하고 어울려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스스로 주인 되어 사는 사람이 많아지는 지역사회가 되도록 사회복지 정책과 서비스들은 건강한 ‘마중물’이 되고 하나하나의 구슬들이 엮이듯 지역사회 내 자원들이 서로의 ‘마중물’이 된다면 이것이 하나님이 주신 비전과 사명을 공고히 하는 귀한 열매인 것을 믿습니다.

황보람 사회복지사<br>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종합사회복지관 지역공생팀 팀장<br>​​​​​​​​​​​​​​전북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황보람 사회복지사
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종합사회복지관 지역공생팀 팀장
전북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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