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평] ‘믿음, 소망, 증오’?
[뉴스 비평] ‘믿음, 소망, 증오’?
  • 윤정국 이사
  • 승인 2023.03.15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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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역사가가 오늘날 우리 시대를 평가한다면 어떻게 말할까? 대립과 갈등을 넘어 증오와 광기의 시대였다고 하지 않을까? 어느 시사평론가가 작금의 현실을 진단하며 ’믿음, 소망, 사랑’이 아니라 ‘믿음, 소망, 증오’라고 했을 때 고개가 끄덕여졌다. 자신이 믿는 것만 소망하며 상대를 증오하기 때문이리라. 오늘날 우리 사회는 증오가 강물처럼 흐르는 것 같다. 아무리 친한 친구나 가족이라도 정치 얘기는 금기로 여겨 아예 꺼내지 않는다. 페이스북에서도 같은 정치진영 사람들끼리만 댓글을 달고 어울리며 자신들의 확증편향을 키워나간다. 거기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건너뛰어 버린다. 휴대폰에 올라오는 뉴스를 접하더라도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아예 무시해버리기도 한다.

오늘날 뉴스, 특히 정치 뉴스는 갈등과 분열과 증오를 양산하는 근원이다. 아예 TV 뉴스를 보지 않는 집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난 대선 국면에 대한민국 전체가 두 동강이 나서 극심한 대립과 분열을 겪었다. 선거 때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제 선거가 끝난 지 1년이 지나 뭔가 달라져야 할 때도 되었건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난감하고 답답하다. 아니, 대립과 증오가 더욱 심해지고 세분화되고 있으니 이런 난국이 없다. 분열과 증오가 당 대 당에서 당내 정파로까지 치닫고 있다. 온 국민을 실시간으로 묶어 놓은 휴대폰 뉴스와 SNS 활동은 증오를 더욱 부채질한다.

이런 갈등과 증오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전경련이 지난해 OECD 가입 30개국을 대상으로 갈등 지수를 산출한 결과 한국은 3위를 기록했다. 멕시코(1위), 이스라엘(2위)에 이어 3위였다. 2008년 4위에서 한 계단 더 올랐다. 그동안 갈등이 더 심화했음을 말해 준다. 한국 정부의 갈등 관리 지수는 30개국 중 27위다.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재정적 인프라 수준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정치적 증오와 갈등은 국민 사이에 ‘상대편이 싫다’라는 네거티브 정서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모두 지지 정당에 대한 선호보다 상대 당에 대한 반감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민주당을 ‘매우 지지’하는 응답자는 29%였고, 국민의힘을 ‘매우 반대’한다는 답은 65%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27%가 국민의힘을 ‘매우 지지’하고, 62%가 민주당을 ‘매우 반대’했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상대 당이 싫기 때문이란 것이다.

100가지 의견 중에 다른 99개 의견이 같더라도 한 가지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게 오늘날 우리 현실이다. 정치적 갈등과 증오가 다른 모든 가치관과 기준을 무너뜨리는 무서운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증오와 갈등은 우리 공동체를 파괴할 뿐 아니라 국가적 비용을 발생시켜 경제성장에도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이 같은 증오와 갈등을 해소할 실마리를 찾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일을 할 공신력 있는 사회적 기구가 별로 눈에 보이지 않는 차에 최근 한 통계수치가 눈길을 끌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의뢰로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조사 발표한 ‘제5차 한국기독교 분석리포트’에 따르면, 개신교인 2천 명에게 코로나 종식 후 교회가 중점적으로 강화해야 사항을 물은 결과 ‘교회의 공적 역할과 지역사회 섬김’(33.0%)이 ‘주일 현장 예배’(37.4%)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교회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의 증오와 갈등을 외면하지 말고 적극 개입해 중재하고 해결하는 ‘공적 역할’을 다해 줄 것을 촉구하는 여론으로 보였다.

개신교계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소통을 과감하게 시도했던 인물은 강원룡 목사(1917~2006)였다. 그가 1970-80년대 엄혹했던 군사정부 하에서 시행한 ‘대화 모임’은 당시 돋보인 기독교의 ‘공적 역할’이었으며, 정치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강원룡 목사의 탁월한 기획력과 섭외력 덕분이었다. 오늘날에도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신교계에서 사회적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에 관심 있는 단체라면 한국 교회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이런 ‘공적 역할’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갈등과 분열과 증오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양 진영 간 ‘대면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전에, 우선 양 진영 간 문제의 원인에 대한 인식 차이를 좁히고 팩트 체크를 강화하는 일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과 대화하고 타협하는 문화 조성, 언론의 자극적 보도 자제와 감시 역할 강화 등이 필요해 보인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 5:9)

윤정국 문화기획자김해문화재단 前대표이사
윤정국 문화기획자
김해문화재단 前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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