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코칭] 가정 폭력 피해 달아난 아이들이 ‘비행 청소년’?
[다음세대 코칭] 가정 폭력 피해 달아난 아이들이 ‘비행 청소년’?
  • 김성범 소장
  • 승인 2023.03.09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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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7세 때 부모 곁을 떠나 상경했다. 삐삐시대에 살다보니,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통화를 하려면 공장 사장님 댁 전화를 빌려 시골에 계신 이장님 댁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장님께 아버지를 바꿔 달라고 하면, 전화를 30분후에 다시 걸라고 하신다. 이유는 마을회관 방송 마이크에다 대고, 누구네 아들에게서 전화 왔다고 동네방네에 다 소문을 내는 것이다. 30분 후에 다시 전화를 걸면 이장님 댁으로 오신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그 시절에는 ‘가출’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사회는 가출이니, ‘학교 밖 청소년, 비행 청소년’이니 부르면서 뻑 하면 청소년 관련 뉴스들이 지면을 덮는다.

얼마 전 연합뉴스에서 “아버지한테 매 맞다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가출했지만, 이젠 돌아갈 곳이 없어요”라는 기사를 읽었다. 위기 청소년을 돌보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청소년쉼터가 전국에 무려 136여개소나 있다고 한다.

국회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기준 전국의 중장기 청소년쉼터 입소자 수는 무려 5,696명이나 된다고 했다. 이들 중 중장기 청소년쉼터에 머무는 청소년은 폭력·가정해체 등의 이유로 돌아갈 가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가정 밖 청소년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아도 가정문제(59.8%)가 가출원인 1순위에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

가정 밖 청소년이 된 원인

모 임시청소년쉼터에 있는 민수(가명ㆍ19)군은 일곱 살 때 첫 가출을 했다. 술만 마시면 사정없이 때리던 친아버지를 벗어나,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된 지, 40여일 만에 또 다시 가출한 것이다. 민수는 “새 부모님을 만나면 매를 맞지 않아도 될 줄 알았는데, 양부모님은 ‘네가 친아버지를 닮아서 그렇다며, 나쁜 버릇을 고치겠다고 자주 때렸다고” 한다. 결국 매를 맞다가 죽지 않으려고 가출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정 밖 청소년' 절반 이상은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하거나,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아 비자발적으로 집을 떠나게 된 경우를 ‘방임형’이라고 한다. 쉼터 유형별로 보면, 중장기쉼터는 생존형이 40.1%, 방임형 20.9%이며, 단기쉼터는 생존형으로 36.4%· 방임형 12.8%로 조사됐다.

또한 자유로운 거리 생활을 위한 ‘방랑형’ 5~10%, 친구와 놀기 위해 가출한 ‘유희형’등은 4~5%등으로 그리 많지는 않다. 이제 ‘가출청소년’이 아닌 ‘가정 밖 청소년’으로 용어가 변경된 만큼 ‘비행’ 또는 ‘가출청소년’이란 단어는 사용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가정 밖 청소년 쉼터 안나의 집을 이끄시는 김하종 신부를 만나본 적이 있다.

“죽을 때까지 한국에 살면서 어려운 사람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 그래서 한국 이름도 하종으로 지었다”는 김하종 신부의 말씀을 들으며 존경심이 우러나왔다. 김 신부가 이끌고 있는 안나의 집(가출청소년 시설)을 거쳐나간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자녀를 데리고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곤 한다. 활짝 웃으시는 신부님 모습이 그려진다.

청소년의 자립지원 필요

가정 밖 생활이 장기화된 청소년들의 상황을 보면, 일정기간 거리 생활을 하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나오는 과정을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쉼터에 머무는 이유를 물어보면 ‘집에 가서도 전과 같은 문제를 겪게 될까봐’(37.2%), ‘가정폭력으로 인해 집에 가기 두려워서’(20%) 라고 응답한다.

아이들은 쉼터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센터와 치과 등을 다니며, 치료도 받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정 밖 청소년’을 단순한 가출(비행)청소년으로 여기는 색안경을 벗고,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시설보호 종료 아동들처럼 자립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위험 ‘가정 밖 청소년’은 개인적 비행(非行) 때문이 아니라, 가정의 구조적·기능적 문제로 원 가정 복귀가 불가능한 경우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청소년들은 누구든지 스스로 돈을 벌어 자립하고 싶어 한다. 현재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중장기 청소년 쉼터의 경우를 보아도, 자립을 준비하는 청소년은 약 25%밖에 안 된다.

쉼터를 퇴소한 청소년에게 필요한 지원 중, 가장 시급한 것은 주거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환경과 돈이다. 돈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들이 필요한 것이 소망이다. 삶의 소망과 미래의 꿈이 절실하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자신감,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적응력 등, 사회적 정착 역량이 필요한 것이다. 하나님을 만나 혼자가 아닌, 영적 아버지가 계심을 체험하도록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이 필요하다. 기독교 단체가 이러한 환경을 찾아 나서고, 전문적인 인재 양성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물론 생활문제도 해결해 주어야 하지만,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책임가정 등, 김하종 신부와 같은 훌륭한 영적 멘토가 필수조건이다.

김성범 목사<br>다음세대 코칭연구소 소장<br>​​​​​​​YGM 교육이사<br>
김성범 목사
다음세대 코칭연구소 소장
YGM 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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