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순례] 지금 우리에게 수업이 필요한 이유
[독서 순례] 지금 우리에게 수업이 필요한 이유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3.03.02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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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타츠루의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

책의 진가는 책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읽을 때 나타난다. 나는 최근에 일본의 철학자 우치다 타츠루가 집필한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라는 책을 약 2년 만에 다시 읽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내용이 상당히 특이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책의 내용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런데 이 책을 오랜만에 다시 읽으면서 저자가 왜 수업에 대해 그렇게 강조하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 삶에 가장 필요한 것도 다름 아닌 수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거리의 사상가’로 불리는 일본의 우치다 타츠루의 생애와 사상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는 철학을 공부하며 에마뉘엘 레비나스를 평생의 스승으로 삼았고 동시에 합기도를 연마하여 합기도 7단에 이르렀다. 서양철학과 합기도라는 다분히 이질적인 요소가 그의 삶에서 하나 되어 그는 일평생 ‘철학 하는 무도가’ 혹은 ‘합기도 하는 철학자’로 살았다. 그는 지난 2011년 고베시에 무도와 철학을 수업하기 위한 도장 ‘개풍관’을 열었다.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라는 책은 원래 일본에서는 ‘수업론’이라는 제목으로 2013년에 출판되었다. 따라서 이 책은 저자의 철학자로서의 면모와 무도가로서의 면모를 함께 깨달을 때 그 진가를 온전히 알 수 있다.

우치다 타츠루는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를 시작하며 수업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정의한다. 그에게 수업이란 ‘기술이나 학업을 익히고 닦는 것’ 또는 ‘무엇을 배울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엇을 가르쳐 줄지 모르는 사람에게,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수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관점은 상당히 특이하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좋은 수업이 ‘무엇을 배울지 아는 상태에서, 무엇을 가르쳐 줄지 아는 사람에게, 무엇인지 아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등교육을 받으며 커리큘럼이 완벽하지 않고, 강의계획서대로 진행되지 않는 강의를 무언가 불완전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우치다 타츠루는 이 책에서 오히려 커리큘럼이 완벽하고, 강의계획서대로 착착 진행되는 강의일수록 그것을 듣는 사람이 배울 게 적다고 말한다. 그에게 배움이란 실제로 배우기 전까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배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수업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달리는 동안에 ‘나만의 특별한 트랙’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새로운 트랙, 다른 코스를 계속하여 달립니다. 더불어 어느 수준에 다다르면, 또다시 새로운 트랙이 눈앞에 나타나지요. 그렇게 또 다른 트랙을 달리기 시작하는 것이죠. 트랙은 매번 길이도 감촉도 제각기 다릅니다. 본디 ‘어디를 향하는지’가 다릅니다. 불현듯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아무도 없는 곳을 홀로 달리고 있습니다. 한때 트랙을 함께 달리던 경주 상대는 어디로 갔는지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수업이라는 건 그런 것입니다.” (23쪽)

어찌 보면 예수님의 제자도야 말로 이런 수업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 싶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그들이 예수님께 말씀 수업을 받으며 그들이 장차 어떻게 변화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예수님의 말씀 수업은 제자들에게 각각 새로운 믿음의 트랙을 열어주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땅끝까지 흩어져 복음을 전하다가 순교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런 수업이 필요하다. 획일화되고 뻔한 강의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될지 전혀 상상도 되지 않는 진리의 수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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