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의 리딩누크] 성도가 너무 줄어 낙심한 설교자에게
[설교자의 리딩누크] 성도가 너무 줄어 낙심한 설교자에게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3.03.02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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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목사의 ‘성도는 우리 가족뿐입니다’

*'리딩누크'는 아늑하고 작은 독서공간이라는 뜻이다

현재 페이스북에는 ‘일하는 목회자들’이라는 그룹이 있습니다. 일하면서 목회하는 수많은 ‘일목’이 여기에서 자유롭게 게시글을 올립니다. 새해에 접어들며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에서 유독 많이 언급된 책이 있었습니다. 그 책은 바로 ‘성도는 우리 가족뿐입니다’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이 책은 경기도 이천의 한솔교회에서 목회하는 김민철 목사가 쓴 책입니다.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듣고, 한솔교회가 새로 생긴 지 얼마 안 된 가정교회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책을 읽어보니 한솔교회는 가정교회가 아니라 30년이 넘는 교회의 역사가 있는 지역교회였습니다. 그러면 어쩌다가 한솔교회의 성도는 김민철 목사의 가족만 남게 되었을까요?

한솔교회에 부임하자마자 교회를 떠난 성도

감리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김민철 목사는 지난 2012년 9월 26일에 처음 한솔교회에 부임했습니다. 김 목사가 부임하는 날, 어느 할머니 성도가 교회를 찾았습니다. 그 성도는 한솔교회의 유일한 성도였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한솔교회 담임목사가 바뀌는 걸 이날 처음 알았다고 합니다. 이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인지 할머니는 다시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셨습니다.

김 목사는 한솔교회에 부임하자마자 본인의 가족을 제외한 성도가 전혀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렇지만 김 목사는 사모와 세 명의 자녀들만 앉아있는 지하교회 예배당에서 지난 10년간 꾸준히 예배드렸습니다. 이게 말처럼 쉽지 않음에도 말입니다.

“그럼에도 한솔교회는 지금까지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참 감사하게도요. 제가 아프거나 외부에서 예배드려야 할 때, 혹은 예배당에 누수 문제가 생겼을 때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한솔교회 예배당에서 매주 예배를 드렸습니다. 누가 오시든 오시지 않든 상관없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이고, 예배를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니까요. 또한 제 아이들에게 예배를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이웃을 사랑하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24쪽)

감동적이지만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는 에피소드

‘성도는 우리 가족뿐입니다’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전체 6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한 무명 목회자가 전하는 에세이’라는 부제답게 이 책에는 김 목사가 한솔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 직접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실려있습니다. 그런데 그 다양한 에피소드가 감동적이면서도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습니다.

한솔교회의 성도가 가족뿐이다보니 지난 10년간 교회에 특별한 행사가 거의 없었고 그와 관련된 역동적인 에피소드도 희박했습니다. 성도가 가족뿐인 목회현실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좋을 텐데 그러지도 않으니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 10년간 예배의 자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건 희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절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되었습니다.

이는 더도 덜도 아닌 우리의 현실이다

이 책이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에서 많이 언급된 이유는 이 책의 6장이 ‘저는 N잡러 목사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목사 가족을 제외한 성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김민철 목사가 교회로부터 받을 수 있는 사례비는 거의 없을 겁니다. 어찌 보면 김 목사에게 ‘일목’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의 현실이었을 겁니다.

“저는 이른바 ‘N잡러’입니다. 목회자가 되었는데, 성도는 저희 가족만 있는 교회의 담임이다 보니 목회를 지속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한때 실천신학대학원의 총장님 수행을 했고, 책 판매 아르바이트, 한 달에 한두 번 있는 시험 감독관 아르바이트, 그리고 틈틈이 들어오는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지금은 고정적으로 중고등학생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 출판사의 외주 편집, 노인 대학 강사, 한 달에 한 번 하다 지금은 두 달에 한 번 하는 책 포장 아르바이트, 그리고 농산물 중개를 하고 있습니다.” (268쪽)

생계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김 목사의 일상은 처절합니다. 그 어느 일자리도 안정적이지 않아 생계의 불안함을 겪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김 목사는 이러한 현실을 불평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하나님께서 주신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지난 3년간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한국교회는 감사할 일은 적고, 불평하고 절망할만한 일들만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한국교회의 현실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목회를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여기서 접어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런 목회자에게 ‘성도는 우리가족뿐입니다’는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과 환경에서도 하나님의 계획을 신뢰하며 살아가는 것이 지극히 작은 자를 말씀의 종으로 부르신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황재혁 목사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본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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