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enough! 한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One enough! 한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3.02.17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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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너프선교회 이사장 박기철 목사
분당제일교회 은퇴하며 아름다운 선례 남겨
박기철 목사는 하나님이 찾으시는 '한 사람' 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현 기자.
박기철 목사는 하나님이 찾으시는 '한 사람' 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현 기자.

대담_박기철 목사(원이너프선교회 이사장, 분당제일교회 원로)

진행_박진석 목사(본보 편집인)


Q. 목사님께서는 분당제일교회를 개척하시고 38년 간 섬긴 후 아름답게 은퇴하셨다. 그간 목회 여정의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먼저 목회자로 사역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교회를 개척하여 38년 간 은혜 가운데 섬겼고, 무엇보다 명예롭게 졸업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셔서 감사하다.

아울러 리더십이 바뀔 때 불협화음이 생기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고 있는 오늘날, 한국 교회의 모델이 될 만큼 아름답게 후임자를 세운 것이 큰 감사거리다. 자녀들의 결혼 보다 후임 목사를 위해 더 많이 기도했던 것 같다.

나는 소위 음지에서 목회했다. 1974년, 고 주선애 교수님은 나를 청계천의 한 판자촌으로 보내셨다. 그곳은 상상을 뛰어넘는 최악의 환경이었다. 그런데 판자촌 주민들을 향해 가슴이 뜨거워지며 도저히 이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청계천 판자촌에서의 사역은 나를 순금같이 연단하는 시간이었다.

주님은 나를 낮추시고 깨뜨리셔서 오직 하나님 한 분만 바라보게 하셨다. 주린 자, 연약한 자, 병든 자들과 함께하며 인생의 가장 어두운 밑바닥까지 체휼하신 주님의 마음을 배웠다. 그곳은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사역, 의료 선교, 마을목회의 개념이 모두 어우러진 통합적 사역 현장이었다.

판자촌이 철거된 후에는 집사님이 거주하시는 잠실의 13평 아파트 방 한 칸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살아계신 하나님, ‘참 좋으신 하나님’을 경험했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도 많았지만 청계천에서의 사역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항상 느꼈던 것은 섬길 때 기쁨과 축복, 은혜가 넘친다는 사실이었다. 지친 이들을 축복하고 격려하며 다시 세워주는 사역을 이어가면서 이것이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은사라는 것을 깨달았다.

Q.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니 치열한 목회 현장 속에 깃든 은혜가 생생하게 전달된다. 한편으로는 사변화 된 신학, 현장이 없는 신학 교육 문제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교회에서 일을 많이 시킨다고 도망가는 사역자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목회자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환경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곳이라면 감당하는 것이다. 주님이 보내신 곳, 주님이 맡기신 일이라면 감당하겠다는 자세로 나아갔을 때 하나님은 행복하게 목회를 마감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신다.

나 또한 총회와 신학교에서 여러 일을 해보았지만 신학교 교육이 현장과 더욱 밀접해져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신학도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교회에서 마치 과외를 받듯이 현실을 배우며 당면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이러한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목회자에게는 인성과 영성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신학교가 이것을 기본적으로 갖추게 하여 현장에 나왔을 때 제대로 섬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후임 목회자 청빙 과정을 투명하게 마무리하여 후배들에게 좋은 본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세대 목회자들이 기반을 튼튼하게 닦고 아무리 목회를 잘해도 후임자를 잘못 청빙하면 교회는 한 순간에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리고 한번 휘청거리면 회복이 안 될 정도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나는 장로님들에게 이러한 교회의 사례를 설명하며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지 말씀드리고 우리 교회는 한국 교회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후임자를 청빙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장로님들과 한 달 동안 각자 이 문제를 두고 연구한 후 각자 청빙안을 가져와서 심도 있게 논의하기로 했다.

두 번째 모임을 가졌을 때 장로님들께 “저를 의식하지 말고 소신 있게 발언해달라”고 말씀드리자 대기업 인사부서에서 오랫동안 재직했던 한 장로님이 입을 여셨다.

“저 또한 이 문제를 두고 2년 전부터 기도했고, 나름대로 회사에서의 경험도 살려보았습니다. 후임 목사님 선정 문제를 두고 기도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첫째, 우리 교회를 누가 가장 사랑할까? 박기철 목사님입니다. 또한 우리 교회의 정신과 비전을 가장 잘 아시는 분 또한 담임 목사님이시죠. 둘째, 우리가 후임 목사님을 평가할 방법은 무엇인가? 서류와 이력서상의 내용일 것입니다. 셋째, 설교를 듣고 평가한 후 심층 면접 과정을 거치겠지요. 결과적으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후임자 청빙을 두고 누구보다 현재 담임 목사님이 가장 많이 기도하고 고민하셨을 테니 먼저 목사님이 안을 만들어 오신 것을 가지고 생각을 나눈 후에 방향을 정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장로님이 발언을 마치자 다른 장로님들도 동의하며 그렇게 하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우려가 있음을 설명드렸다.

“장로님들, 저도 이제 나이가 들다보니 요즘에는 작은 소리라도 싫은 소리가 들리면 견디지를 못하고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후임 목회자를 잘못 세웠다는 평가가 들리면 견딜 자신이 없으니 공동으로 책임지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랬더니 장로님들은 “목사님의 뜻이 우리의 뜻이 될 것”이라며 의견을 모았다.

“그렇다면 제가 후임 목사님을 청빙하는 과정에 있어서 만장일치로 결의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울러 이와 관련된 전권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장로님들 모두가 동의하시면 진행하겠습니다.”

그러자 장로님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동의해주셨다. 그 순간 깊은 감사와 기쁨을 느꼈다. 나를 목사로 인정해주는 장로님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장로님들, 제가 잘못 판단하거나 그릇된 결정을 내리면 안 됩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제 분별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집중해서 기도해주십시오. 저는 결코 학연, 인연, 지연을 보지 않겠습니다. 목회자로서의 인성과 됨됨이, 그리고 영성과 지성을 집중적으로 보겠습니다.”

나는 사실 밑바닥부터 목회를 해왔기 때문에 다소 투박한 면이 있다. 스스로가 세련되지 못함을 잘 알고 있었다. 가슴은 뜨겁지만 교인들을 이끌 지도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새로 모시는 목사님은 준비된 우리 성도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과 지성을 겸비한 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후에 하나님이 인도하신 과정은 지금 다시 떠올려보아도 놀랍기만하다. 들어온 이력서들을 살펴본 후 전방위적 검증을 진행했다. 특히 관계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는데 허창윤 목사님(현재 분당제일교회 담임)에 대해서는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된 여섯 분의 증언이 모두 일치했고 분당제일교회가 필요한 모든 부분에 적합한 분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허 목사님을 청빙 후보로 장로님들께 말씀드리자 박수로 만장일치를 표명해주셨다.

나는 5개월 간 이어나가야 할 동사 목회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동사 기간 동안 나도 모르게 새로 오실 목사님께 내 것을 집어넣으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호수아도 준비가 덜 된 상태였지만 주님이 기름을 부으시고 역사하셨다.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원로가 사라지면 하나님이 직접 후임자를 세우지고 일하신다.

드디어 허 목사님과 함께 교인들 앞에 섰을 때, 모든 성도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로 환영해주셨다. 그 순간 성도들의 사랑, 인정, 신뢰가 가슴 가득 몰려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끝으로, 은퇴할 때 늘 발생하는 이슈가 돈 문제다. 목회를 그렇게 마무리 하는 것은 은혜가 안 된다. 그래서 교회에서 나온 은퇴비로 후임 목사님이 사용할 자가용을 구입해드리고, 선교사님들을 위한 헌금, 신학교 후원 기금으로 흘려보냈다.

하나님의 뜻은 간단합니다. 늘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하십시오.
"하나님의 뜻은 간단합니다. 늘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하십시오."

Q. ‘원이너프선교회’는 세상을 변화시킬 사역자를 세우는 사역에 앞장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진행중인가?

원 이너프(One enough)란 주님 한 분만으로 충분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일하신다. 그래서 시대마다 사람을 부르셨다. 주님은 아브라함에게 “너로 인해 땅의 모든 사람이 복을 받게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사람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그 한 사람으로 인해 회복의 역사가 일어난다. 그래서 나는 만나는 모든 이들을 ‘그 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세우며 축복하는 일에 힘을 쏟아왔다.

“하나님은 당신을 통해 역사하십니다, 당신은 분명히 쓰임받는 자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꿈을 심어주고 리더로 양육했다. 그들이 살아나면 가정도, 직장도, 교회도 건강해진다는 의식을 심어줬다. 아무리 큰 문제라도 한 사람이 바로 서면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선교지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필리핀 망향족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던 원이너프선교회는 필리핀의 주지사가 만나자고 하여 미팅을 진행했다. 주지사는 약 1천 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를 소개해주며 협업해달라고 요청했다. 놀랍게도 그 학교에 망향족 아이들 350명이 출석하고 있었다. 우리는 학교에 교목을 파송하여 학생들과 교사들의 신앙을 지도하고, 다용도실 건물을 건축했다.

지난 해 11월에는 멕시코를 방문했다. 멕시코에서는 캠퍼스 사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서 전문의를 양성하고 있다. 이 외에도 멕시코의 다음 세대를 후원하여 리더십을 가질 수 있도록 케어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하되 특별히 인재 양육에 힘을 쏟고 있으며 현재 10개국을 섬기고 있다.

이처럼 원이너프선교회는 해외 선교지의 다음세대 교육을 전폭적으로 지원하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성장토록 하는 사역에 힘쓰고 있다. 이번 주말에도 이 사역을 위해 분당제일교회 담임목사님과 청년팀 24명이 출국하며, 나는 월요일에 장년 성도들과 함께 선교지로 향한다.

Q. 후배 목회자들을 위한 제언을 부탁드린다.

오늘날 목회자들이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생계형 목사가 되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야성을 키워야 한다.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분명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하나님께 올인하고, 하나님께 집중하자! 하나님은 오늘도 역사하신다. 한 영혼이라도 살려보겠다는 마음으로 나아가보라. 주님만 바라보며 과감하게 사명을 감당하는 목회자가 필요하다.

물론 코로나 상황 속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목회 환경을 분석하고 지역 사회를 깊이 이해하면서 대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목회자 정신이 생생하게 살아있다면 주님께서 그의 장점을 열어주실 것이라 믿는다.

또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사명감’이다. 굳이 목사가 되지 않아도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지만 적어도 목사라면 분명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목사의 소명 의식, 목사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필수적이다.

목사가 받은 축복은 사람을 만날 때 그를 일으켜 세우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목사가 교회를 건강하게, 사람을 아름답게, 세상을 희망으로 가득하게 할 수 있다. 이 특권을 받았으니 기쁨과 감사로 사역을 이어가자.

박기철 목사(좌), 박진석 상임이사(우).
박기철 목사(좌), 박진석 상임이사(우).

Q. 어려운 시대를 걸어가는 한국교회 성도들에게도 한 말씀 해주신다면.

하나님의 뜻은 간단하다. 늘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하는 것이다. 모든 일에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자. 그러면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감사와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지 않는다. 기뻐할 수 없는 중에도 기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예수님을 믿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더 기도하자. 기도하면 된다는 것을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의 목회 여정 속에서 역사하신 주님은 반드시 기도에 응답해주셨다. 예수님을 믿으니 감사할 것 밖에 없고, 감사하면 버릴 것이 없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진정한 예수님의 사람이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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