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예수쟁이, 조창현 원로장로
당당한 예수쟁이, 조창현 원로장로
  • 김남응 기자
  • 승인 2018.05.23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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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은 예수쟁이 잘하기 위해 다니는 것
각자 삶의 현장에서 하늘의 뜻 이뤄 나가야
조창현 원로장로는 “예배당은 예수쟁이 잘하기 위해 나가는 것”이라며 크리스천의 행함이 있는 삶을 강조했다.
조창현 원로장로는 “예배당은 예수쟁이 잘하기 위해 나가는 것”이라며 크리스천의 행함이 있는 삶을 강조했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크리스천은 많다. 그러나 그 전문성을 신앙과 연계해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일평생 노력하는 이는 흔치 않다.

조창현 원로장로(83, 현대교회)는 행정학에 있어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다. 1987년 우리나라 최초로 지방자치연구소를 설립, 지방자치제 복원에 크게 기여했다. 또 2002년부터 4년여 동안 제 2, 3기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연임하며 우리나라 공직 시스템에 큰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물러난 지 한 달 뒤에는 방송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IPTV와 방송통신융합 등 최첨단 분야의 까다로운 법적 제도를 마련하는데 공헌했다.

조 장로가 한 번도 하기 힘든 장관직을 정권이 바뀌는 가운데서도 세 차례나 맡을 수 있었던 것은 크리스천으로서의 당당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환경을 보지 않고 오직 한분 예수님만을 의지해 자신에게 주어진 은사를 사회를 위해 사용하려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 장로의 당당함을 드러내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2003년 1월 초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서울 코오롱빌딩의 중앙인사위원회를 찾았다. 세상의 이목을 한 몸에 받던 당선자가 새해 첫 번째 업무보고 부처로 중앙인사위원회를 선택한 것이다.

정부의 인사업무에 불만이 많던 당시 조창현 위원장은 거두절미하고 노 당선자에게 직설적으로 건의했다. “인사위원회 이렇게 운영하려면 없애 버리십시오. 제가 장관 월급 받고 있는데 출근해서 5분이면 일할 것이 없어 인터넷 서핑이나 하다가 퇴근합니다.” 순간 주위는 찬물을 끼얹은 듯 정적이 감돌았다. 자신의 유임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대통령 당선자 앞에서 전 정권의 각료가 할 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조창현 원로장로
조창현 원로장로

하지만 조 장로의 건의는 사실이었다. 당시 중앙인사위원회는 공무원 인사에 대해 실질적 권한이 없는 유명무실한 부처였다. 법 개정으로 위원회를 만들기는 했으나 기존 부처에서 권한을 내놓지 않아 공무원 인사에 관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중앙부처 일개 과 인원에 불과한 43명이 공무원 봉급 정하는 것과 공무원 시험문제 출제에 관한 업무만 다루고 있었다.

정적을 깨고 노 당선자가 당시 김병준 정권인수위원회 부위원장에게 한마디 했다. “인사 문제는 모두 중앙인사위원회에 넘기세요.” 이후 위원회는 정부 인사에 관한 모든 업무를 관련 부처로부터 넘겨받았다. 그리고 전보다 10배 늘어난 447명의 직원이 연금문제를 포함해 정부수립 이후 최대의 인사개혁을 실시해 나갔다. 공무원 평가시스템, 고위 공무원단, 공무원경력발전프로그램 등을 도입해 ‘복지부동’으로 대변되던 공무원들의 안이한 근무태도에 경종을 울렸다. 또 고시에 면접을 강화하고 지방 출신자들의 공직 진출을 보장하는 등의 인사 시스템 개선으로 다양한 인재를 선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조 장로의 당당함은 지방자치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조 장로가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11년간 교수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1981년도만 해도 지방자치는 금기어였다. 군사 독재정권 아래서 ‘빨갱이’에게 해방구를 마련해 주려는 불순한 의도로 해석돼 곤욕을 치루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조 장로는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뿌리’라는 신념에 흔들림이 없었다. 뿌리가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생각이었다.

“1987년 연구소를 만들 때 주위의 반대가 극심했다. 하지만 나는 지방자치가 민주주의를 위한 필수 기초조건임을 확신했고 그 믿음에 따라 행동했다.”

조 장로는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방송위원회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도 자신의 믿음에 따라 행동했다. 자신은 방송에 대해 문외한이라며 정중히 사양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방송위원회에 방송 전문가는 많지만 행정 전문가가 없다”며 “그러니 가서 행정적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해 자신의 생각을 굽혔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할 일이 있는 자리가 아니면 탐하지 않겠다는 평소의 생각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조 장로는 이같은 자신의 짧지 않은 공직생활과 신앙을 버무려 2016년 말 ‘기독교와 공직’이라는 책을 펴냈다. 우리나라 공무원 중 10%만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이 나라를 크게 변혁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조 장로는 ‘예수쟁이’는 예배당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예배당은 예수쟁이 잘하기 위해 다니는 곳이지 기도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도들은 주기도문을 통해 하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하지만 누가 이 땅에 하늘의 뜻을 이루느냐. 하나님이 내려와서 해야 하느냐. 하나님이 우리를 예수 믿게 한 것은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뤄지게 하려고 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 장로는 요즘의 교회에 할 말이 많다. 성도들을 너무 교회에만 붙잡아 놓으려 한다는 것이다. 성경공부나 양육 프로그램 등으로 교인을 붙잡아 놓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교인들을 적극적으로 세상에 파송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이 찾았던 어둡고 소외된 곳에서 교인들이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예배당 다니기 바빠서 예수쟁이 제대로 못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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