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그림의 순수함을 찾아야 밝아질 세상
[전문가 칼럼] 그림의 순수함을 찾아야 밝아질 세상
  • 서영석 목사
  • 승인 2023.02.03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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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베크만. 가족 그림. MOMA 미술관.
막스 베크만. 가족 그림. MOMA 미술관.

과거나 현재나 반복되는 한 가지는 그림을 통한 인간의 감정 표현을 정치와 문화가 이용하려 든다는 것이다.

최근 열린 만화대회에서 한 고등학생의 작품에 대해 칭찬이 아닌 비판 일색이었던 정치권, 국회에서 가진 전시회에서 선보인 순수 창작 미술이 한 사람의 마음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퇴출당하는 등, 갖은 압박의 시대 속에서 우리는 과거와의 한 가지 공통점을 찾게 된다.

문맹 시대에 사람들에게 정치, 경제, 문화의 인식을 심어주려던 기득권층에 의해 형성된 그림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이미 사라진 사람을 소환하기도 하고 때로는 매도시킴으로 사장 시켜버리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지금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림의 순수성과 순수 미술의 부재라는 말은 오히려 상황에 대한 모순을 극대화 시켜가는 문화의 한 면이라 생각하니 안타까움이 가득할 뿐이다.

히틀러에 의해 퇴폐미술이라는 미명 하에 가슴 아픔을 당했던 막스 베크만이 그려낸 그의 아내의 모습이나 프랑스 노동자들을 그리며 사회적 모순과 상황을 잘 표현한 벤 샨의 작품에서도 우리는 시대적 아픔과 그 속에서 화가가 그려내며 보여주고 싶은 세계를 만나게 된다.

특히, 고흐의 그림 중 감자 먹는 사람들의 모습과 베크만의 가족 그림의 공통점을 바라보며 시대의 삶을 읽게 되는 것이 바로 화가가 전하고자 하는 그 순수함의 의미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가족의 의미, 더 나아진 삶이 되어도 가족 구성원 간의 소통이라는 주제는 변함이 없음을 느끼게 된다. 결국, 상황이 아닌 그 마음의 자세라는 것을 화가들은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르네상스를 맞이한 스페인의 미술사 속에서 초기의 르네상스(시에나 지역의 미술)가 아닌 플랑드르의 미술이 접촉을 먼저 하게 된 이유는 1492년 에스파냐의 탄생 때문일 것이다. 왕정체제가 세워지면서 급속하게 거대 제국으로 성장하며 제2대 해양제국을 건설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자신들의 치적을 그림을 통해 알리기 위해 홍보하는데 적극적이었던 당시의 문화와 화가들의 욕구가 맞아 떨어진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엘 그레코가 펠리페 2세의 르네상스화하고자 하는 스페인문화에 매력을 느껴 발길을 옮기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었던 것처럼 문화예술은 끊임없는 순환의 관계를 지속하게 된다.

하지만 스페인 초기의 역사를 보면, 플란데스는 자신의 그림 속에서 이세벨 여왕의 치적을 드러내기 위한 작업을 하게 된다. 가톨릭의 이세벨이라는 이름을 빛나게 하고 이슬람과의 800년 싸움을 통해 승리한 스페인의 외부적 요인 뿐 아니라, 신앙 간의 대립에서 승리하게 됨을 보이고자 원했던 그의 마음을 화가들은 플랑드르의 세밀화를 통해 극명한 사실주의 기법으로 화려하게 드러냈고 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하는데 화가들의 힘을 빌렸다. 특히, 스페인의 도미니크 수도사의 업적을 활용함으로 자신들의 이미지 구축과 함께 다양한 종교적 정책을 추진하는데 그림을 페드로 베루게테의 그림을 통해 보여짐도 전혀 어색함이 아니었다. 이처럼 화가 스스로의 역사적 기록을 남기기 위한 흔적보다는 스페인 왕실의 정치적 입지 구축을 위한 도구가 되어버림으로 화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미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플랑드르 미술을 이야기할 때 얀 반 에이크나 반 데르 웨이든을 언급하지만, 그보다 많은 신앙적 시사점을 전달한 화가는 히에로니무스 보스(스페인에서는 el bosco로 불림)임을 우리는 보게 된다. 특히, 프라도 미술관의 전용관을 통해 보는 보스의 작품들을 보면 하나같이 일관성 있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초현실주의의 놀라움이 돋보이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이 그림을 이해하는 이들은 없었다. 아니 이 그림을 바라보는 대상들이 이 그림 자체를 거부했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정치인들과 종교지도자들 자체가 이 고발적인 그림에 수긍할 리 만무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온 ‘쾌락의 정원’과 ‘건초 수레’는 화가들이 시대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또 어떻게 그 방향성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지를 안내하는 교훈을 담고 있다. 다만, 이 그 교훈을 수용하지 못하고 비평이 아닌 판단과 거부로 그림을 왜곡시킴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리는 아픔을 많이 보게 된다. (다음 호에 계속)

서영석 목사<br>사랑나눔교회 목사<br>유튜브 “그림없는미술관”운영<br>브런치 “그림없는 미술관이 들려주는 그림이야기 연재<br>
서영석 목사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스페인 디아스포라교회 담임
프라도미술관이야기,
티센미술관이야기,
톨레도 이래서 행복하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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