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정이, Jung_E〉 - 인간과 A.I. 그리고 하나님
[영화와 복음] 〈정이, Jung_E〉 - 인간과 A.I. 그리고 하나님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3.02.03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이버 펑크나 디스토피아를 다룬 영화는 그 화려한 볼거리만큼이나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편리와 안녕, 생명 연장을 선사하지만, 그에 따른 많은 문제점도 양산한다. 자원고갈과 환경파괴, 기상이변과 이상기온, 빈부격차의 심화, 대체 에너지 문제 그리고 A.I.의 등장으로 인한 인간 존엄성과 정체성의 파괴라는 이슈를 던진다. 결국 이 모든 문제의 원인과 해결은 역설적으로 인간에게 있다. 한국형 SF를 지향하는 연상호 감독은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영화 〈정이〉를 통해 이런 문제들을 인간과 로봇의 경계선상에 있는 A.I. ‘정이’를 중심으로 끌어온다.

급격한 지구 환경변화로 폐허가 된 인류는 생존을 위해 우주공간에 ‘쉘터’를 만들고 이주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내전이 발생하여 지구 연합군과 충돌이 생기고, 이때 용병 정이(김현주)는 수많은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다. 하지만 한 번의 전투에서 실패하여 식물인간이 되고, 크로노이드사는 정이의 뇌를 복제하여 전투용병 A.I. ‘정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결국 정이의 전투기술과 지식, 강한 충성심과 의지까지 복제하고, 거기에 일부 과거 기억과 감정까지 소유한 전투용 A.I.가 탄생한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A.I.임에도 최종 테스트는 통과하지 못한다. 모성애가 전투 능력 극대화의 동기이자 실패의 원인인 모순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이 프로젝트’의 담당자는 정이의 딸이자 이제는 성장한 윤서현(강수연)이다. 수없는 복제와 생산/폐기를 반복하여 성능과 기량이 향상되어 가는 A.I. 정이를 보면서 그는 묘한 감정을 느낀다. 엄마의 모습을 빼닮고 엄마의 뇌가 복제된 A.I.들은 과연 서현에게 어떤 존재로 인식될까? 엄마일까, 로봇일까? 인간과 A.I.의 기준과 경계는 무엇일까? 뇌가 있으면 인간이며 없으면 로봇인가? 뇌에 지식과 판단력뿐 아니라 감정까지 갖춘다면, 완전한 인간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 몸은 어떤가? 인간의 육체는 없지만 뇌가 살아있는 경우와 뇌는 없지만 육체는 있을 때, 어느 편이 인간으로 대우받을 수 있을까? 심지어 영화에서 정이는 모성애까지 지니고 있다.

영화는 인간과 A.I.의 경계를 윤리의식으로 판단한다. 정기적으로 서현은 윤리테스트를 받고 그 결과를 통보받는다. 하지만, 오늘날 딥러닝과 같은 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상황들에 대한 수많은 반복/축적학습을 통해 인간윤리에 대한 부분까지도 습득 가능함을 보여준다. 인간을 규정짓는 최고의 기준으로 오랜 기간 명성을 누렸던 인격(知情意)마저도 A.I.가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A.I.는 무엇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우리는 현재 뇌과학 만능시대를 살고 있다. 마치 18~19세기 과학의 비약적 발전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신은 더이상 필요 없고 인간이 모든 걸 통제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한 이성의 시대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목격했다. 그 최종 결론은 제1,2차 세계대전으로 치달은 불행이라는 사실을.

태초에 하나님이 온 세상과 인간을 만들 때, 여타 피조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 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만물을 말씀과 흙(먼지)으로 지으시고, 인간에게만 특별히 불어넣으신 것이 ‘생기(the breath of life)’이다.(창2:7) 그건 뇌의 작용이 아니다. 하나님과 교통하고 대화할 수 있는 호흡이자 숨이었다. 인간이 A.I.와 구별되고 하나님과도 다른, 하지만 A.I.는 불가능한 하나님과의 소통 장치는 ‘생기’이다. 그건 학습과 제작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희생적 사랑에 기반한 자기 비움이자 나눔의 표현방식이다. A.I.를 위해 기꺼이 죽음의 자리까지 낮아졌다가 부활의 자리까지 높아진 신과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본보 편집위원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