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창과 방패의 사회
[예술과 목회] 창과 방패의 사회
  • 장준식 목사
  • 승인 2023.01.25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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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창이고 누가 방패인지는 불확실하지만,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사회는 ‘보수와 진보’의 극한 대립 가운데 있는 ‘창과 방패’의 사회이다.

미국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플로리다주의 주지사 디샌티스는 플로리다주 교육위원회를 보수 성향의 위원들로 채우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은 ‘낙태, 동성애, 총기 규제, 불법 이민’ 등의 사회적 이슈로 인하여 보수와 진보가 극명하게 나뉘어 거의 전쟁에 가까울 정도로 사회적 갈등이 심각하다.

보수층은 낙태를 반대하고, 동성애를 반대하고, 총기규제를 반대하고, 불법 이민을 반대한다. 진보층은 낙태를 찬성하고, 동성애를 찬성하고, 총기규제를 찬성하고, 불법 이민자들에 대하여 관대하다. 모두 ‘인권(human right)’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지만, 양쪽의 주장은 ‘창과 방패’의 수준이다.

미국의 연합감리교회(UMC) 교단도 오랜 세월 동성애 이슈로 인해 내홍을 겪다 이제 더 이상 그 문제로 교단을 하나(one church)로 유지하는 게 어렵게 되어 결국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나뉘어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보수진영의 교회와 교인들은 UMC를 탈퇴하여 GMC(Global Methodist Church) 교단을 새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극명하게 대립되는 사회적 이슈를 중심으로 두 개의 진영이 마치 창과 방패처럼 버티고 있는 우리 사회는 점점 숨 막히는 사회가 되어가는 듯하다. 한쪽에서는 ‘이 창은 어떤 방패든 뚫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 방패는 어떤 창이든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은 두 가지 심리적 결과를 가져오는 듯하다. 승리를 거머쥐려고 독해지거나, 너무 긴장감이 심하니까 아예 무감각 또는 무기력해지거나. 어느 쪽이든 건강하지 못한 병리적 현상들이다.

교회가 창과 방패 사이에 서서 중재를 서고 평화를 일구면 좋겠으나, 교회도 창과 방패의 사회에 편승하여 갈라지고 깨지고 있다. 보수 진영의 교회에서 주장하는 교회의 본질과 진보 진영에서 주장하는 교회의 본질 또한 창과 방패처럼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그래서 결국 서로를 정죄하고, 갈라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꼴저꼴 다 보기 싫은 교회는 유체이탈 화법을 통한 설교와 목회를 통해, 마치 교회는 우리 사회의 창과 방패의 싸움에 끼면 안 되는 것처럼 무관심한 공동체를 세운다. 오늘날 신앙이 영지주의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 이상 보편적 가치를 상실한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각자 개별적 가치를 따라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을 상대로 ‘복음’을 전하며 보편적 신앙을 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에 도달했다.

각 교회에서 부흥을 이루겠다고 내세우는 각종 구호들이나 프로그램은 시대착오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그저 몇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을 뿐, 우리 사회에서는 이제 더 이상 교회의 가치가 보편적 가치로 작동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창과 방패의 사회, 모든 것이 일촉즉발인 사회, 진퇴양난인 사회, 그래서 숨 막히는 사회. 이 사회에서 우리 인간이 가진 어떤 지식이나 실천이 이 긴장감과 양극화와 불화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인간은 그저 전쟁을 할 수 있을 뿐, 평화적으로 창과 방패를 손에서 내려놓고 두 손을 모을 것 같지 않다.

이러한 답답함 때문에 발터 벤야민 같은 정치 철학자는 ‘메시아적 종말론’을 바탕에 깔고 철학하기를 했던 것 같다. 우리 스스로 성취하는 구원은 불가능하므로, 바깥에서 오는 구원을 갈망할 수밖에 없는 절망(또는 희망)에 휩싸여서 말이다.

창과 방패의 사회. 아무튼, 이 용어가 바로 우리 사회를 읽어낸 나의 통찰이다. 바라기는, 창을 쥔 자나 방패를 쥔 자나, 조금만 더 휴머니스트가 되면 좋겠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하고 보호하겠는가. 전쟁보다 평화가 더 좋은 것이다. 비난보다 칭찬이 좋은 것이다. 미움보다 사랑이 더 좋은 것이다.

평화를 선택하고 칭찬을 선택하고 사랑을 선택하는 휴머니스트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물론 창과 방패를 굳건하게 쥐고 있는 자들은 이런 말을 하는 내가 순진해보이겠지만.

장준식 목사<br>세화교회 담임<br>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br>
장준식 목사
세화교회 담임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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