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돈키호테였던 프란시스코 데 고야
[전문가 칼럼] 돈키호테였던 프란시스코 데 고야
  • 서영석
  • 승인 2023.01.25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란스시코 데 고야의 그림을 통해 느끼는 것은 공감과 동질감이다. 많은 이들이 고야는 나폴레옹을 추종했다고 그리고 상황이 바뀌니 페르난도 7세를 추종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다. 사실 나폴레옹을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당시 프랑스는 계몽주의가 일어나고 있었고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었으며 그것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스페인은 여전히 군주제의 허망함만이 가득했다. 그 무능함으로 인해 수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에 나폴레옹이 이끄는 계몽주의를 선택했었다. 그런 그에게 현실의 나폴레옹은 더 깊은 상처를 안겨 주었다. 그 잔혹함 앞에 결국 프랑스에게 등을 돌렸지만 1819년 프랑스에게서 벗어난 스페인의 페르난도 7세는 더 잔인했기에 고야는 그 어느 곳에도 마음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고야는 오직 한 가지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람의 삶은 아름답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의 스케치나 궁중화가로 활동하면서 초기까지의 그림을 프라도 미술관에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너무나 따스해진다. 그냥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해맑아 진 입가의 미소가 그려짐을 보게 된다. 그런데 현실의 고통이 보이며 국민들의 아픔이 보이는 그 순간 그의 그림은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그의 그림은 잘못 가고 있는 정치와 사회를 향한 다양한 풍자와 해학과 고발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였다.

카를로스 4세의 가족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왕비 마리아 루이사 드 팔마를 중앙에 그리며 카를로스의 무능을 비꼬았고, 드 팔마 여왕의 화려한 남성편력을 비꼬듯 어린 공주의 머리에 있는 큐피트의 화살(결혼할 적령기가 되었음을 알리는 공주의 표식)을 왕비의 머리에 꽂는 모습, 그리고 백성들을 속이기 위해 검소한 척 기마상을 그렸지만 모자의 꽃 한 송이로 ‘나는 사치스러운 여인이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모습을 본다. 그래서 고야의 유령에서 뒤돌아 가던 드 팔마의 모습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매치가 되어 웃음이 난다. 사실 젊은 모습으로 그려지기를 원하고 꾸며지고 가려진 화려함을 원했지만 고야는 현실을 그려낸 화가였다. 그래서였을까? 서양미술사의 대가로 불리는 곰브리치의 글이 귀에 남는다.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진 자와 힘 앞에 굴복하지 않은 자 그는 오직 프란시스코 데 고야였다.” 필자가 프라도 미술관 1, 2, 3층에서 만난 고야의 모습은 그랬다. 알론소 키아노가 당시 허영과 가식에 사로잡힌 꾸며진 기사의 모습에 도전장을 내밀고 진실한 기사도의 정신을 찾아 나섰던 그 여정을 고야가 그대로 그 삶 속에 보여주려 노력했음을 보게 된다. 알론소 키아노처럼 주변의 인식을 꺾지 못하고 결국 쓸쓸이 자신의 방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맞이했던 돈키호테처럼 왕실을 떠나 깊은 고뇌와 갈등의 원초적 출발이 무엇인가를 갈등하던 고야는 ‘퀸타 델 소르도(귀머거리의 집)’에서 14편의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현실의 불의함과 억울함 속에서 갈등하며 부딪쳐 무모하게 풍차를 향해 용으로 인식하고 달려들었던 키아노처럼, 왕실의 허영을 그림으로 깨우치려 했던 고야처럼 우리 역시 이 시대의 돈키호테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지라도 그 길은 멈추지 말자. 꿈마저 사라져버린다면 그 발걸음은 정말 너무 허무하지 않겠는가? 리얼리즘적 미학을 선보인 고야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이상주의적 경향(고전주의·낭만주의·심미주의 등)과 자의식(自意識)의 절대성 및 회의주의를 바닥에 깔고 있는 모더니즘(modernism)과 대립됨을 보면서 인간이 가져야 할 고유의 자아 정체성과 사실주의적 전달이 예술을 통해 강렬하게 전달되어짐을 보게 되고, 그 파급력으로 결국 사람들의 내면의 인식이 변화되어가는 것을 기대하게 됨을 보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알론소 키아노도 돈키호테로 삶을 마무리했고, 프란시스코 데 고야도 그 삶을 돈키호테로 마무리 지은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우리도 오늘을 살아가면서 꿈을 잃지 않고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그것을 묵묵히 버티며 허무하게 사라지는 불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불의에 항거하고 저항하며 결국 이겨내는 돈키호테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자녀들과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미래를 선물로 안기기 위해서 말이다.

서영석 목사<br>​​​​​​​서영석(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프라도 미술관 이야기 저자, 티센 미술관 이야기 저자)<br>
서영석 목사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프라도 미술관 이야기 저자
티센 미술관 이야기 저자)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