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내가 잘못했소
[논설위원 칼럼] 내가 잘못했소
  • 김윤태 목사
  • 승인 2023.01.19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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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가 선정되었다. 전국대학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0.9%의 지지를 얻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는데, 2위는 욕개미창(欲蓋彌彰: 덮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드러난다), 3위는 누란지위(累卵之危: 달걀을 쌓아 놓은 듯 위태로운 형세), 4위는 문과수비(文過遂非: 잘못을 숨기고, 뉘우치지 않는다)였다.

종합해 보면, 교수들이 본 올해 대한민국의 모습은 이렇다고 할 수 있다. ‘과이불개(過而不改),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으니, 욕개미창(欲蓋彌彰), 덮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드러난다. 누란지위(累卵之危), 달걀을 쌓아 놓은 듯 위태로운 형세여도, 문과수비(文過遂非), 여전히 잘못을 숨기고 뉘우치지 않는다.’

얼마 전 슈카월드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한 유튜버는 최근 5년간의 사자성어를 모아서 오늘날의 대한민국 형세를 이렇게 정리한 적이 있다: ‘임중도원(任重道遠),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먼데, 공명지조(共命之鳥) 머리 2개인 새가 죽도록 싸우는구나,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너는 틀렸으니, 묘서동처(猫鼠同處)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어, 과이불개(過而不改)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구나.’

사실 과이불개(過而不改)는 논어 위령공(衛靈公)에 나오는 고사성어인데,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라고 말했다. 과이불개는 조선왕조실록에도 여러 번 나오는데, 예를 들어, 연산군이 소인을 쓰는 것에 대해 신하들이 반대했지만 고치지 않고 있음을 비판할 때 이 사자성어가 등장한다.

아버지 성종과 달리 소통 없는 절대왕권주의자였던 연산군은 그 당시 중앙관리 25%를 사형, 부관참시, 유배를 보내며 자기 마음대로 정치를 하다 결국 신하들에 의해 강제 폐위되고 군(君)으로 강등되고 말았다. 사실 그 어떤 지도자라도 잘못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을 저지르고도 인정하지 않고 고치지 않으면 그거야말로 더 큰 잘못이 되고 만다.

세종도 사람을 잘못 임명해 외교망신을 당한 적이 있고, 방역조치를 잘못해서 대규모 역병으로 함경도에 수많은 인명 피해를 겪은 적도 있다. 그러나 세종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대책을 세워 재위 기간에 더 이상 대규모 인명 피해가 일어나지 않게 했다고 한다.

성경에도 잘못을 인정하고 고친 사례가 나온다. 바로 다윗이다. 다윗이 충신 우리아를 죽이고 밧세바를 차지하자 선지자 나단이 다윗의 과오를 지적했다. 바로 그때 다윗은 “내가 여호와께 죄를 범하였노라” 솔직하게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회개하면서 인생 최대위기를 극복한다.

세종과 다윗, 둘 다 잘못을 하였으나 그 잘못을 인정하고 고쳐서 성군이 된 사례다. 잘못을 했으면 인정하고 고쳐야 한다. 그래야 역사는 진보한다.

불행히도 지난 2022년 한 해는 수많은 잘못과 사건 사고들로 힘겨운 한해였다. 용산 이태원에서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이했고, 북한의 무인기가 남한을 휘젓고 다녔으며, 채권시장, 부동산 시장, 주식 시장이 와르르 붕괴했다.

단 1년 만에 역대 최고의 무역흑자에서 역대 최악의 무역적자로 전환되며, 코스피 코스닥 시총 620조원이 증발했다고 한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 팬데믹과 버블붕괴로 인한 경제위기, 미중 패권전쟁과 일본의 군사대국화 사이에 대한민국의 2023년 새해도 참으로 어둡다.

이런 위기 가운데 안타까운 점은 그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거나, 혹은 잘못을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여당은 야당 탓, 야당은 여당 탓, 현 정부는 전 정부 탓만 하고 있다.

송나라 이구는 역론(易論)에서 망국패가(亡國敗家)의 원인을 이렇게 말했다: ‘과이불능지(過而不能知) 시부지야(是不智也) 잘못을 하고도 알지 못하면 지혜롭지 못한 것이고, 지이불능개(知而不能改) 시불용야(是不勇也)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못하면 용기가 없는 것이다.’

잘못하지 않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과 위정자들, 정치인들이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주시길 간절히 기도한다.

만약 정치인들이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용기를 내면 어떨까? 1990년대 가톨릭에서 ‘내 탓이오’ 운동을 벌여서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가톨릭의 ‘내 탓이오’ 운동은 오래 가지 못하고 90년대 중반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고 오히려 ‘네 탓이오’라고 말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이럴 때 우리 개신교인들이 ‘내가 잘못했소’ 운동을 벌이면 어떨까?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솔선수범하여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고, 네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이라고 인정하며 용기를 낸다면 이 어려운 난국을 타개하는 좋은 지도자 역할을 하게 되리라 믿는다.

김윤태 목사 <br>대전신성교회<br>
김윤태 목사
대전신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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