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한다면 에스더처럼
저항한다면 에스더처럼
  • 황재혁 객원기자
  • 승인 2018.05.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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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순례 15. 요람 하조니의 『에스더서로 고찰하는 하나님과 정치』

'에스더서로 고찰하는 하나님과 정치'는 '구약성서로 철학 하기'라는 책을 쓴 유대 정치학자 요람 하조니(Yoram Hazony)의 책이다. 아마 '구약성서로 철학 하기'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분명 이 책도 좋아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이야말로 요람 하조니가 '구약성서로 철학 하기'에서 제안하였던 정치철학적 성서주석의 실험작이기 때문이다.

요람 하조니 홈페이지 갈무리
God and Politics in Esther 표지, 요람 하조니 홈페이지 갈무리

구약성경의 에스더서는 '메길로트'라고 불리는 5권의 성문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대인들은 룻기, 아가서, 전도서, 예레미야 애가, 에스더서를 각각의 절기마다 낭독하였다. 그래서 에스더서는 제비뽑기를 의미하는 부림절과 관련 있다. 그런데 에스더서와 관련된 신학적 문제는 10장으로 된 에스더서에 신명(The name of God)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것에 있다. 그렇다면 신의 이름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에스더서가 성경으로 불리기에 과연 합당한가? 요람 하조니는 오히려 에스더서에 신의 이름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것이 에스더서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모르드개와 에스더는 디아스포라라는 엄혹한 현실에서도 인간이 악을 무찌르기 위해 솔선하여 행동하면 아무리 무서운 악이라도 넉넉히 무찌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렇게 에스더서가 이야기의 결론에서 이전의 유대적 가르침(악에 대한 선의 승리)을 충실히 따르지만 그 책임 소재에 관해서는 이전의 가르침으로부터 극적인 변화(하나님에서 인간으로)를 예고한다. 인간이 그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인간이 그 일을 시작해야 한다. -261p.

에스더서는 신이 부재한 것처럼 보이는 페르시아의 정치 현실에서, 억울하게 죽을 수밖에 없던 유대인들이 초월적 기적을 통해 구원받은 책이 아니다. 하나님이 스스로 얼굴을 가리시고, 유대인에게 나타나지 않는 것은 이미 에스더란 이름 속에 충분히 암시되어 있다. 왜냐하면 에스더가 페르시아어로는 '별'이란 뜻이지만, 히브리어로는 '얼굴을 가리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히브리어 '아스티르'는 이스라엘 하나님의 은신과도 연결된다. 이처럼 '에스더'라는 페르시아 이름의 표면적 의미 이면에서 우리는 두 가지 다른 실재를 보여주는 뉘앙스를 찾을 수 있다. 하나는 궁전에서 자신들의 신분을 숨긴 유대인 정치가들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페르시아 유대인들의 세계에서 자신을 숨긴 이스라엘의 하나님에 관한 것이다. -294p.

 

즉 에스더라는 이름을 다각도로 살펴볼 때 이는 곧 유대인의 절망과 희망을 의미한다. 에스더가 아하수에로 왕에게 나아가지 않고, 유대인의 멸절 상황 가운데서 자신을 숨긴다면 구원의 빛 역시 어둠에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에스더가 자신을 어둠 속에 숨기지 않고, 아하수에로 왕에게 나아갈 때 에스더는 어둠을 밝히는 샛별이 된다. 에스더는 어둠을 물리치는 빛이며, 죽음을 이긴 생명이다. 에스더는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것 같은 수산성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증명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구약의 에스더서를 읽은 독자에게 저항하고, 행동하라고 촉구한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체제 속에서 침묵하는 다수가 되지 말고, 구조적 악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가 되라 말한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였던 스테판 에셀의 말처럼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 거짓을 강요하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지혜롭게 거짓에 저항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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