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이오스] 2022년 성문밖교회 전태일 기념주일 예배
[텔레이오스] 2022년 성문밖교회 전태일 기념주일 예배
  • 김희룡 목사
  • 승인 2022.12.05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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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밖교회는 1977년 3월 13일 “영등포노동교회”로 출발한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자들의 교회였습니다. 1983년 노동자들을 포함한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인종,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을 섬기는 교회로 사역의 범위를 넓히기 위하여 “성문밖교회”로 이름을 바꾸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를 섬기는 노동교회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서 노동교회 전통에 따라 매년 11월 13일 주간이 되면 노동자 전태일을 기억하며 전태일 기념주일로 예배하고 있습니다.

대개 전태일이라면 1970년 11월 13일 서울 평화시장 앞에서 자기 몸에 불을 붙이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 준수하라!”라고 외치다 사망한 노동자로만 알려졌고 그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 안치된 전태일의 묘비명은 “삼백만근로자의 대표 기독청년 전태일”입니다.

그리고 전태일평전에 인용된 전태일의 단상과 일기를 보면 많은 부분이 기도문 형식으로 쓰인 것을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분신으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이유로 전태일의 사망 당시에는 그의 장례식을 맡아 집례하겠다는 교회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노동자 전태일이 기독교인이었다는 것과 그가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인다운 삶을 살았고 기독교인다운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고 그의 삶과 죽음을 한국교회의 중요한 자산으로 받아들일 만큼의 시간이 지났다고 여겨집니다.

청년 노동자, 기독청년 전태일은 1970년 4월 서울의 삼각산 임마누엘 기도원 공사장의 인부로서 약 4개월을 일하면서 분신을 결심하고 8월 9일에 다음과 같은 기도문 형식의 일기를 남겼습니다.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무고한 생명체들이 시들고 있는 이때에 한 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하여 발버둥 치오니, 하나님,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주시옵소서.” 유언과도 같은 전태일의 8월 일기에는 그가 자기 목숨의 주인이 하나님인 것에 대한 신앙과 자기 목숨의 끝을 새로운 시작으로 바꾸어 주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드러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독일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은 그의 책, “절망의 끝에 숨어있는 새로운 시작 – 작은 희망의 이론”의 서문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기독교의 희망이란 삶의 부정성과 패배의식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는 부활의 능력이다. 기독교의 희망은 죽음의 그늘로부터 삶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그것은 인간의 죄악으로 인해 인간의 삶이 더는 유지될 수 없는 곳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가능케 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기독교의 희망의 능력은 배신과 학대와 버림과 모욕과 같은 온갖 부정성의 절정인 십자가에서 죽었으나 부활하심으로써 모든 절망의 끝을 새로운 시작으로 전환시켰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영으로부터 유래한다.”

기독 청년 전태일은 자기 목숨의 주인이 하나님인 것을 분명히 믿고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그는 자기의 생명을 시들어가는 많은 무고한 생명체들을 위한 이슬로 삼아 주시기를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던 겁니다. 그리고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능력이야말로 인간의 죄악으로 인간의 삶이 더는 유지될 수 없는 곳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가능케 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그의 영혼 깊이 신뢰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러한 신뢰 가운데 그는 노동의 세계에서 가장 연약한 자들이 장시간 저임금 노동으로 그들의 삶이 더는 유지될 수 없는 상황을 끝내기 위해 자기의 나약한 목숨을 걸었고 그러한 그의 죽음을 하나님께서 새로운 시작의 단초로 삼아 주실 것을 믿는 신앙 속에서 그와 같은 방식의 죽음조차 선택할 수 있었다고 믿습니다.

2022년 성문밖교회의 전태일 기념주일 예배는 노동자 전태일의 삶의 여정을 절망의 끝에 감추어진 새로운 시작을 찾기 위한 몸부림쳤던 기독교인 전태일의 삶과 죽음을 신앙의 여정으로 묵상하며 예배하였습니다.

김희룡 목사<br>​​​​​​​(성문밖교회)
김희룡 목사
성문밖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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