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4월 5일 오후 3시, 아펜젤러(Henry Gerhard Appenzeller, 1858-1902) 선교사가 동인천에 도착한다. 삼판선으로 갈아타고 제물포에 내린 그는 대불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대불호텔은 호리 리키타로(掘力太郎)가 동인천 제물포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이다. 아펜젤러는 당시의 경험을 이렇게 기록했다.
“방이 넓은데도 따뜻하다. 잘 준비된 맛있는 서양요리가 나왔다.”
정확하게 ‘커피’라고 쓴 것은 아니지만 서양식 식사가 제공된 호텔이었기에 우리나라 최초로 서비스 커피를 마신 기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까지는 1902년 정동에서 문을 연 손탁호텔이 최초로 커피를 서비스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펜젤러 선교사의 기록에 의하면 대불호텔이 최초의 커피로 기록되는 셈이다. 당시 커피는 아라비카종 자바커피로, 삼베에 탕약 찌꺼기를 걸러내는 방식으로 진하게 우려낸 원두커피일 것이라 예상된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천중구문화재단과 한국레저경영연구소가 주최한 개항커피 시음회가 지난 11월 24일 오전, 대불호텔(중구생활사전시관)에서 열렸다.
진행은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장이 맡았다. 최 소장은 한국여가문화사 100년을 다룬 ‘한국사회와 한국여가’를 쓴 여가 전문가로, ‘골목길 역사산책’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는 관광전문가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 서비스 커피인 개항커피를 연구하고 있다.
개항커피 시연에는 구대회 대표가 나섰다. 구 대표는 ‘EBS 클래스e’에서 커피 강의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진 신세대 커피전문가다.
행사에 참여해 커피를 시음한 옥성삼 박사(본보 논설위원)는 “실제로 아펜젤러 선교사가 마셨을 삼베로 내린 커피를 마셔보니 정말 순하고 향이 좋았다”며 “위가 없어서 예민한 편인데 커피가 술술 내려가는 느낌이었고 저 같은 카푸치노 매니아가 마셔도 매우 만족스러운 자바커피였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