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천국의 나날들
[영화와 복음] 천국의 나날들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2.11.18 2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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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날들(Days Of Heaven)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리처드 기어의 풋풋한 청년의 이미지를 엿볼 수 있는, 테렌스 맬릭 감독의 영화 〈천국의 나날들〉은 장르는 로맨스로 분류되지만, 다큐멘터리나 스펙터클한 대자연의 장엄과 신비를 드러내는 영화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만큼 1970년대 영화 촬영기술을 고려할 때, 그 영상미나 자연의 웅장함, 색감과 질감의 광활한 스케일은 압도적이다. 그렇다고 미지의 우주공간을 상상력으로 묘사하여 꾸민 〈스타워즈〉 같은 영화는 아니다. 대신,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낸, 말 그대로 ‘천국이라면 정말 저런 모습이겠구나!’를 연발할만한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시카고 슬럼가 제철소에서 일하던 빌(리처드 기어)은 우발적으로 공장장을 살해하고 여동생 린다(린다 만츠)와 애인 애비(브룩 아담스)를 데리고 남부 텍사스로 도망친다. 수확을 앞둔 밀 농장에서 일자리를 얻고, 자신의 애인 애비에게 관심을 보인 농장주(샘 쉐퍼드)와 사람들에게는 여동생으로 관계를 감춘다. 우연히 농장주가 곧 죽게 될 병에 걸린 것을 안 빌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애비에게 농장주와 결혼하도록 설득한다. 이윽고, 지긋지긋한 가난과 노동에서 벗어나 농장주의 집에 들어가 천국 같은 삶을 누리는 빌과 동생 린다. 하지만, 결혼한 이후에도 농장주의 병세는 악화되지 않고, 오히려 둘은 묘한 관계로 발전해나간다. 어색한 관계에 불편함을 느낀 빌은 잠시 농장을 떠났다가 돌아오지만, 여전히 상황은 변한 게 없다. 어느 날, 엄청난 메뚜기떼의 습격으로 밀 농장은 초토화된다. 혼란의 상황에서 빌과 애비의 관계를 눈치챈 농장주의 분노가 우발적으로 발생한 밀밭의 화재와 오버랩되어 극에 달하고, 이에 빌은 의도치 않게 농장주마저 죽이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이내 경찰의 수색에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빌을 잃고 떠돌이가 된 린다와 애비는 다시 방랑의 길을 떠난다.

줄거리와 내용에서 발견되는 극적 반전이나 서스펜스는 없다. 단지, 애비를 중심으로 빌과 농장주의 삼각관계가 영화의 뼈대를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백미는 셋의 관계보다는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영상미와 더불어, 제목에서 풍기듯 그 상징하는 바를 발견해야 한다.

영화의 모티프는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가져왔다. 기근으로 아브라함이 이집트로 도망할 때, 자신의 아내 사라에게 관심을 보인 바로에게 여동생이라고 속인다. 이후, 진실이 밝혀지고 바로는 재앙을 맞는다. 더불어, 빌이 우연히 사람을 죽이고 도망치는 장면은 가인이 아벨을 죽이자 하나님께 징계를 받아 도망하는 장면과도 유사하다. 제목 역시 성경의 구절에서 따온 명칭인데, 신명기 11장 21절의 “너희의 날과 너희의 자녀의 날이 많아서 하늘이 땅을 덮는 날과 같으리라. as many as the days that the heavens are above the earth.”에서 유래한다.

영화는 상반되는 두 상황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밀밭과 풍요로운 환경 속에 살지만 병들고 외로운 농장주와 가난하고 비참한 노동자의 삶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가진 빌이 대조를 이룬다. 이 둘은 각자의 결여를 애비의 이동(교환)을 통해 채우려 하지만, 그것이 행복을 보장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진짜 행복과 천국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가? 사실,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교만이 발현되는 곳은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과 물질적 풍요가 있을지라도 천국이 아니다. 대신, 하나님과의 교제와 동행을 통해 비로소 온전한 천국은 경험될 수 있다. 이는 마치 욕망의 실현을 위해 죄를 범한 후 가장 풍요로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하나님과의 교제가 단절된 아담과 하와의 모습에서, 그리고 역설적으로 당시 최고 풍요로움의 상징인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아무것도 없는 광야를 거쳐 가나안을 향한 여정에 선 이스라엘 민족의 모습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천국의 날들’은 하나님과 함께 거하는 날들이 아닐까?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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