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발달장애인과 그림을
[예술과 목회] 발달장애인과 그림을
  • 최대열 목사
  • 승인 2022.11.18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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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한다. 어디 시인뿐이랴? 화가도 되고 철인도 된다. 청명한 가을 하늘, 오곡백과 무르익은 산과 들, 울긋불긋 수놓은 단풍, 바람에 나뒹구는 낙엽을 보노라면 절로 자연을 노래하고 인생을 생각하게 한다. 가을엔 누구나 그렇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어디 가을뿐이랴?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든지 누구나 한번쯤 시인도 되고 철인도 된다. 인생의 여정 속에 예술과 사색은 하나님이 모든 사람에게 주신 선물이다.

장애인도 예외는 아니다. 누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그것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은 똑같다. 예술은 이전에 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이면의 아름다운 진리를 찾아 함께 나누는 작업이다. 그 작업을 통하여 위안과 소망, 교육과 치유를 나누고, 공감과 감동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교제하고, 또 사회와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켜 나간다. 그것이야말로 참 아름다운 인생이다.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에게도 예술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예술 창작과 감상, 발표와 나눔의 자유와 여건이 보장되어야 한다.

어려서부터 천부적인 재능으로 두각을 드러낸 예술가들이 있는가 하면, 그저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아름다움을 찾아 표현한 예술가들도 있다. 캐나다의 국민화가 모드 루이스(Maud Lewis, 1903~1970)는 심한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불운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세계를 아름답게 그려내었다. 운보 김기창(1914~2001)은 청각장애로 바깥의 소리는 잘 듣지 못하였지만 오히려 안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 아름다운 세계를 그려내었다. 모든 작품들이 시대의 흐름과 작가의 독창성을 담고 있듯이 장애인 화가들의 작품 또한 그러한데, 나름의 신선함은 보는 이들에게 기존의 미술계에서 느끼지 못한 새로운 감동과 교훈을 선사해 준다.

십여 년 전부터 교회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그림을 배우는 시간을 갖고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 한 분은 어느덧 전문 작가가 되셨다. 그녀는 그림을 그릴 때 즐겁다고 한다. 아름다움을 찾고 누리고 나누는 작업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줄기차게 집만 그렸다. 그녀가 그린 집은 밝고 따듯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그녀에게 집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사랑의 안식처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림의 주제가 집에서 마을로, 그리고 이제 마을에서 세계의 도시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그림을 통하여 그녀에게 세계는 더 이상 단절되고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보다 확장된 집으로서 위로와 사랑과 소망을 나누는 공간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림은 장애를 담고, 장애는 그림을 통해 세계와 소통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뿐 아니라 그림을 감상하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다. 코로나19로 교회의 대면모임이 어려워서 줌을 통해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성경명화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달장애인들과 함께하는 미술 감상은 소박하지만 새롭고 따듯한 감동을 나누게 한다. 한번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그림(Nativity)을 감상하며 발달장애인들에게 성탄절에 예수님에게 어떤 선물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그 중의 한 분이 지금껏 본 성탄그림 속의 아기 예수님은 모두 맨발이어서 예수님에게 양말을 선물하고 싶다고 대답하였다.

전통적으로 성탄절 트리에 양말을 걸어놓는다. 그것은 산타클로스의 모티브가 되는 성 니콜라스가 한 가난한 가정의 딱한 사정을 듣고, 성탄절 전날 밤 그 집의 굴뚝으로 돈주머니를 던진 것이 공교롭게 벽에 걸어놓은 양말 속으로 들어갔다는 전설 때문이다. 그림에 대한 미술사학적 해석, 도상학적 분석, 미학적 비평도 유익한데, 때론 발달장애인의 따듯한 생각이 마음을 울릴 때가 있다. 이번 성탄절에 무엇인가를 또 받으려 걸어놓는 양말보다 주위의 이웃들에게 무엇인가 나누어 주고자 준비하는 양말은 어떨까?

최대열 목사<br>명성교회 사랑부 담당 부목사<br>발달장애인선교연합회 회장<br>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br>
최대열 목사
명성교회 사랑부 담당 부목사
발달장애인선교연합회 회장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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