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과 진주] 참사냐 사고냐
[거룩과 진주] 참사냐 사고냐
  • 편집인
  • 승인 2022.11.1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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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마태7:6)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
3대종단행사,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 가스펠투데이 DB.

원고 마감 시간까지 망설이다가 이글을 썼다. 10.29 이태원을 생각하기만 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 글자 하나하나를 쓰기 무척 힘들었다. 그럼에도 언론이라는 사명 때문에 아니, 목사로서 먼저 간 젊은이들, 현장에서 살아남아 온 젊은이들의 슬픔과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기에 이 글을 쓴다.

한남대교가 유난히 막히는 날이면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퇴근하는 길이 이태원 고갯길이다. 그곳은 주말이 되면 청춘들의 낭만의 거리가 된다.

몇 년 전 온 가족이 이태원 문화 탐방을 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늙은 나이에 청춘의 맛을 만끽했다. 가족 여행의 추억은 사진으로 남겨졌다.

그런데, 10월 29일, 밤늦게 참사 뉴스를 듣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과 함께 세월호가 오버랩 되며 떠올랐다. 아, 이 사건이 ‘참사냐 사고냐’로 분열되고, 다시 정쟁의 도구가 되어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 그 대책은 몇년이 걸리겠다는 생각에 슬픔과 분노가 겹쳐 잠이 오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수학여행 갔다가 일어난 단순 사고라는 주장과 대통령, 정부의 대처 미비에서 발생된 인재 참사라는 주장이 정치 쟁점으로 확전됐었다. 그 일은 8년이 지난 지금도 상처로 남아 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서울 한복판 이태원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다.

할로윈 축제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좁은 길목에 한꺼번에 몰려들어 일어난 사고라며 초기에는 사과나 책임지는 정부 부처가 없었다. 국민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면피성 사과와 대책이 시작됐다.

디지털 시대에 통신사나 전철역 이동 상황만 데이터로 확인했다면, 경찰이 과거 할로윈 안전 대책을 사전에 확인했더라면 참사가 아니라 사고로 끝났을 것이다. 적어도 OECD 국가이며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면 복지와 안전 사고방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됐어야 한다. 이것이 상식적인 국가이며 정상적인 정부이다.

그러나 복지 국가의 정부는 없었다.

이태원 경찰 배치는 137명(실제 요원20명), 용산 시위 현장은 70개 기동대 약 4,860명! 시민 보호는 3%에 불과했다. 국민 안전보다 대통령 보호가 더 우선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가 정부의 기본이며 상식이다. 그러나 기본 상식을 망각하고 사고를 방지 못해 사고가 났을 때에는 참사가 된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에 정부는 없었다. 더 분노가 치솟는이유는 또 다시 ‘참사냐 사고냐, 희생자냐 사고자냐?’로 진영논리가 판치며 나아가 음모론이 흥행한다. 우리의 미래였던 청춘들의 생명을 놓고 누구도 더 이상 정쟁하지 않기를 바란다.

진영 논리나 음모론으로 분향소에 사진이나 이름, 위패를 놓지 말라는 발상은 꽃다운 생명들을 무시, 우롱하는 정쟁이다. 유족들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지만 자기 이름과 사진 없이 저 세상으로 보내는 것은 개돼지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러므로 거룩한 생명들을 개에게 주지 말며, 진주처럼 빛나는 청춘들을 돼지들의 욕망 앞에 던지지 말라!

모두가 내 잘못이다. 성직자인 ‘나’라도 소식을 들었으면 이태원 현장으로 달려갔어야 하는데 먼저 내 자식이 이태원에 가지는 않았는지 걱정했다. 이런 개돼지 같은 생각에 몇 날을 자학하고 자성했다.

그렇다! 일상의 사고가 우리 모두의 잘못이 될 때에는 참사이다.

며칠 전, 퇴근 길 이태원을 지나치는데 ‘바람도 엎드려 슬퍼하는 남산 해거름’이 청춘들의 긴 그림자를 싣고 나를 따라왔다. 그 그림자 형상들이 관악산 해거름까지 좇아와 한참이나 운전대를 잡고 울었다.

이태원 참사는 10월 31일, 종교개혁 505주년 날에 한국 교회를 향하여 던져진 하늘의 메시지다.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 젤렘과 데무트를 회복시키라는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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