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과 한국기독교의 ‘88선언’
4.27 남북정상회담과 한국기독교의 ‘88선언’
  • 이치만 교수
  • 승인 2018.05.21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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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금요일 남과 북의 정상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만났다. 남쪽의 문재인 대통령이 걸어서 판문점의 군사분계선(MDL)에 섰고, 곧이어 북쪽의 김정은 위원장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으로 다가왔다. 두 정상이 손을 잡고 악수하는 순간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이 장면을 보고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내외신 기자들이 운집해있던 프레스센터에서는 ‘역사적’ ‘감동적’ 등의 수식어로 남북정상회담을 숨 가쁘게 타전했다. 남북정상은 회담의 결과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으로 줄임)이라는 제목으로 만방에 공표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있다. 그동안 남북관계를 말할 때 대다수 국민들은 ‘평화통일’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런데 판문점 선언에서는 ‘평화’와 ‘통일’ 사이에 ‘번영’이라는 말이 들어있다. 전문가들이야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었겠지만, 이 선언은 그 제목만으로도 통일이라는 목표를 향해 평화와 번영이라는 프로세스를 밟아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평화’는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절대적인 프로세스를 의미하고, ‘번영’은 평화의 정착과 더불어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프로세스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1년 전 이맘때만 하더라도 한반도에 곧 전쟁이 일어날 듯한 분위기였던 것을 떠올려보면, 평화가 선택사항이 아니라 절대적이고 필수적인 프로세스라고 느끼는 것은 필자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한국기독교회는 적지 않은 노력을 했다. 1988년 2월 2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회가 채택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의 선언’(1988년에 발표되었다고 해서 흔히 ‘88선언’이라고 불린다)이 대표적이다. 1981년 서울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제4차 한독교회협의회」(6.8.~10), 1984년 도쿄 근교의 ‘도잔소’(東山莊, 일본YMCA동맹)에서 열린 이른바 「도잔소협의회」(10.29.~11.2.) 등 한국기독교는 통일문제에 대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고 이런 노력들이 88선언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선언은 ‘그리스도인들은 평화와 화해의 복음(엡 2:14~17)을 실천해야 하며’, ‘통일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바로 신앙의 문제’라고 선포했다. 또한 1972년 남북정부의 7.4공동성명의 정신-자주 · 평화 · 민족대단결-을 이어 받으면서도, 학술 · 문화 · 예술 · 종교 · 스포츠 분야 등의 민간영역에도 남북간의 문호를 확대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그리고 1995년을 ‘평화와 통일의 희년’으로 선포하여 희년을 향한 대행진에 한국교회가 참여할 것을 호소하였다.

군사정권의 통치아래 통일의 ‘통’자로 꺼내기 어려웠던 사정을 감안한다면 88선언은 획기적인 선언이었다. 이후 민간영역에서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급증하였다. 88년을 통일운동의 원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통일운동이 봇물 터지듯 일어났다. 남북한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문익환 목사의 방북(1989.3.25.)도 88선언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올해는 마침 88선언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30년 동안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했을 것이다. 그 기도가 응답된 것일까. 올해는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의 기운이 한반도를 감싸고 있는 듯하다. 물론 ‘북한을 어떻게 믿느냐’는 우려도 있다. 필자의 마음 한편에도 ‘혹시나 잘못되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마음이 있다. 그러기에 지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렵게 찾아온 평화의 기운이 한반도에 완전히 정착되기를 염원하고 기도해야 옳지 않겠는가. 그들을 믿지 못하겠다고 다시 작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치만 교수

장신대 한국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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