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우의 후예(47) - 스피치가 너무 길어
아라우의 후예(47) - 스피치가 너무 길어
  • 엄무환 국장
  • 승인 2022.11.09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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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철원 집사(전 아라우부대장, 예비역대령)

우리가 타클로반에 도착했을 당시 필리핀은 크리스마스 휴가기간으로 태풍피해 복구 중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관공서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우리나라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지만 필리핀군도 대부분 휴가 중이었다. 1월 3일이 되어서야 팔로시청에서 한국군 환영행사를 한다고 해서 아침 일찍 일부 부대원과 행사에 참가하였다.

그런데 8시에 시작된 환영행사는 10시가 돼서도 끝날 줄을 몰랐다. 왜 그리 연설자가 많고 스피치를 오래하는 지 뜨거운 태양 아래 죽을 맛이었고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았다. 처음이라 행사를 길게 하나 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고 이 환영행사는 서곡에 불과하였다.

행사에서 연설을 기다리는 연사들
행사에서 연설을 기다리는 연사들

세계 어느 지역이든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천, 수백 년 동안의 경험이 녹여져 만들어 낸 문화와 관습이 존재한다.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고는 그 문화와 관습의 환경 속에서 살아가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해외파병의 경우 현지 주민들의 지지와 호응이 임무수행의 관건이기에 더욱 파병지역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아라우부대 장병들이 파병활동 간 반드시 지켜야할 행동 수칙으로 정한 「파병장병 신조」 중 하나가 “우리는 필리핀의 법규를 준수하고 문화 종교적 관습을 존중한다.” 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내가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각종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군복을 입은 상태에서 무더위를 견디며 두 세 시간 가까이 똑같은 연설을 들어야 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보통 야외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에 연설이 길어져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되면 일반참석자들은 무더위에 녹초가 된다. 단상의 높은사람들은 차양막을 치거나 수행원들이 우산을 받쳐 햇빛을 가려주지만 땡볕 아래에 앉아 있는 대다수의 일반참석자를 고려한다면 가급적 연설의 횟수는 줄이고, 필요하다면 안내 팜플렛 등에 주요 참석자의 인사말을 싣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행사가 보통 1시간이 지나서 시작되는데 일반 사람은 계획된 행사시간이전에 참석해 기다리고 있었지만, 대부분 주요 참석자가 늦기 때문에 행사가 지연되었다.

나는 처음에 초청장에 명시된 시간에 맞춰 행사에 참석하였지만 하도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보니 나중에는 30분 지나서 가면 적당한 시간이 되었다.

사회지도층의 시간관념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이곳의 많은 주민들도 시간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일은 일상화 되어 있었다. 이러한 시간관념이 무한한 잠재력을 갖춘 필리핀의 성장과 발전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더욱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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