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파 프롬 헤븐〉 - ‘Far From Heaven’에서 ‘Close To Heaven’으로
[영화와 복음] 영화 〈파 프롬 헤븐〉 - ‘Far From Heaven’에서 ‘Close To Heaven’으로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2.11.07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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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헤인즈 감독의 영화 〈파 프롬 헤븐〉은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로, 아무 부족함 없어 보이는 성공한 부부의 삶 뒤편에 감춰진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어두운 구석을 감각적인 묘사로 보여준다. 영화에는 시대적 배경을 가늠하는 거리와 건축물, 의상들로 세팅되었고, 주인공 캐시(줄리안 무어)는 당시 중상류 사회 여성의 이미지와 정서를 대표한다. 특히, 의상을 비롯한 소품 색감의 원색과 보색대비(Complementary contrast)는 이후 전개될 영화의 주제인 상반된 가치의 대립과 전복을 암시한다.

누가 봐도 평안하고 여유 있는 삶을 사는 캐시는 성공한 경력을 쌓으며 늦게까지 일하는 남편 휘태커 프랭크(데니스 퀘이드)을 위해 도시락을 챙겨 사무실로 찾아간다. 하지만, 거기서 젊은 남자와 키스를 나누는 남편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다. 뒤늦게 집에 돌아온 프랭크는 오래전부터 그런 성향이 있었음을 고백하고, 치료받을 것을 캐시에게 약속한다. 쉽지 않은 결심에 의사를 찾아가 치료를 시작하지만, 프랭크의 마음은 더 예민하고 우울해진다. 한편, 남편에게 실망한 캐시는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애쓰지만, 마음의 동요는 쉽게 누그러지지 않는다. 그러다 우연히 자신의 집 정원을 관리하는 흑인 레이먼드(데니스 헤이스버트)와 가까워진다. 하지만,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히 흑인과의 대화나 접촉은 금기로 여겼고, 특히 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의 교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캐시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위로받을 사람은 그밖에 없는 것을.

영화의 첫 장면은 캐시가 하늘색 세단을 몰고 마을의 집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되고, 마지막 역시 같은 세단으로 어디론가 떠나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캐시가 하늘색 세단을 타고 들어왔다가 나가는 얼마간의 시간적 배경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정숙한 여인 캐시가 만나는 두 남자는 극단적 대비를 이룬다. 남편 프랭크는 백인사회의 성공한 남자이며, 정원사 레이먼드는 건장한 체격과 사고를 지닌 흑인이다. 프랭크는 겉으로는 완벽한 부부생활을 보여왔지만, 내면에는 아내에 대한 불신과 몰이해, 동성애적 성향마저 가진 인물이다. 반면 레이먼드는 사회적 금기 속에서도 캐시의 마음을 이해하고 대화가 통하는 인물이다. 여기에 주변인들의 시선도 영화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동성애나 흑인과의 교제는 모두 비판적이며 수용하기 쉽지 않은 이슈이다. 하지만, 동성애에 빠진 프랭크에 대해선 일종의 질병을 앓는 것으로 여기며 치료로 회복될 것을 기대하는 긍정의 뉘앙스가 엿보이지만, 오히려 몸과 마음이 건강한 흑인 레이먼드에 대해선 어떤 사회적/인간적인 연합과 이해도 거부하며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이는 캐시의 가장 친한 친구인 엘레노어마저 레이먼드와 대화하는 캐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에서 절정에 달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인종차별적 시선을 의도적으로 노출한다. 일하는 분야와 장소, 나누는 대화, 사회적 관계와 사는 지역과 공동체에서 흑인과 백인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다. 이는 단지 백인이 흑인을 멀리하는 것뿐 아니라, 흑인 역시 백인과 섞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둘의 괴리는 무척 깊다. 그리고 이 괴리는 보이게,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암묵적인 사회적 동의가 작동하는 셈이다.

경계를 넘어서기까지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캐시와 레이먼드는 결국 자신들의 마을인 코네티컷의 하트퍼드에서는 결합을 이루지 못한다. 이미 프랭크는 동성애를 선택해 이혼했음에도, 캐시와 레이먼드가 함께 설 자리는 그곳엔 없다. 다만 미래를 기약할 따름이다. 결과적으로 캐시는 모든 걸 잃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겪으며 캐시는 자주적 독립과 주체성의 확립이라는 중요한 자산을 얻는다. 자신을 ‘휘태커 부인’이 아닌 ‘캐시’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은 백미이다. 비로소 홀로서기가 시작된 셈이다. 그리고 하트퍼드를 떠난다. 궁극적으로 둘은 행복한 결말을 맞을까? ‘Far From Heaven’은 언제 ‘Close To Heaven’으로 변화할까?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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