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자녀들이 되게 하소서
- 목사 아버지의 기도 -
좁은 빈 둥지 떠나 저마다 창공을 날아오르며
불어오는 바람결에 푸른 소식, 붉은 소식 전해 오는
나의 여린 아이들을 위해 이 두 손을 모읍니다
주님! 아이들의 햇살 가득한 푸른 언덕으로
세상에서 멍든 가슴 녹일 수 있는 사랑의 약손으로
얼마나 더 남아 있을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지난날의 제 아이들은
아버지를 십자가 그늘에 빼앗긴 아이들로
아버지의 그림자만 바라보는 아이들로
율법교사로 만나야만 했습니다
시간만 사면 먹일 수 있는 그 흔한 붉은 집 음식들
검은 짜장면과 맑은 우동, 붉은 짬뽕은 그림에 떡
세상에서 제일 맛깔스러운 해맑은 웃음도 먹이질 못했고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기쁨도 나누질 못했으며
당신의 율법과 공의 전했습니다
지금은 바람에 낙엽이 춤추는 시간
머잖아 검은 창가 넘어 하늘의 별빛으로 빛나기 전
말씀의 벽난로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이야기꽃 피우며
은혜의 생명 샘에 마른 목 촉촉이 축이게 하옵시고
당신의 사랑 배불리 먹이게 하옵소서
주님! 이 작은 두 손을 모아 간구합니다
지금 여기까지 달려온 제게도 당신의 사랑 필요하지만
정말 그 사랑 필요한 이들은 바로 저의 아이들 아닐지요
추운 한겨울 눈보라 마주칠 때 저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 아버지의 십자가 그 사랑 기억하게 하시며
그 사랑에 줄에 이끌려 바른길 걷게 하소서

밀양교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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